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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리는김작가 Mar 04. 2016

「짧고 굵게」

#19. '말하다(김영하에게 듣는 삶, 문학, 글쓰기)'의 마력!

'무엇을 왜 쓰는가?'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내게 넌지시 참 많이 물어보았다.


'잠을 줄여가며, 책상에 앉아, 뭘 굳이 그리 쓰려 노력하는 거야?'

'너는 무엇을 바라, 이리 하염없이 자신을 드러내는 것이지?'


그 답은 늘 허공을 맴돌았다. 잘 보이지 않는 안개 속을 걷는 것처럼, 뭐라 딱 꼬집어 말할 수도 없었다.

다만, 한 편이 글이 완성될 때마다 알 수 없는 기쁨에 도취되어 써 둔 글을 보고 또 보 홀로 배시시 웃는다.

절로 마음속 한 켠에서 묘한 기쁨이 솟구침을 느낀다.

 

나는 진정 글쓰기 아니, 글로 말하기의 마력에 빠졌다. 퐁당!



"장편의 경우, 한 작품을 쓰는 데 보통 1~3년, 길게는 5년도 걸리잖아요. 그렇게 고생을 해서 썼는 데 완전히 안 팔린다고 하면 힘이 빠지는 일이긴 해요. 주변에서 하는 이야기는 이왕이면 독자들한테도 사랑받을 수 있는 걸 쓰라는 건데, 그렇게만 쓸 수는 없는 거죠. 소설은 쓰는 동안 작가 스스로 납득이 잘 되지 않으면 힘이 떨어져요. 내가 이걸 왜 써야 되는지, 이걸 쓰는 게 나에게 무슨 의미가 있는 지를 스스로 끝없이 설득하지 않으면 안 되죠. 의미도 없고요. 차라리 다른 일을 하는 게 낫죠. 책으로 거부(巨富)를 쌓을 수는 없는 거잖아요."


김영하 작가의 고백이다.

'소설을 왜 쓰는가'에 대한 답변이 참 멋지다.


그동안 내 경우도 비록 에세 서평이지만, 왜 글을 쓰려고 하는지, 그게 무슨 의미가 있는 지를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묻고, 끝없이 자신을 설득하려 했던 게 사실이다.


작가는 글을 쓰는 동안 우리 자신이 변하기 때문에, 자신이 해방되는 기쁨이 있기 때문에 글을 쓴다고 한다. 그리고, 글쓰기라는 남이 침범할 수 없는 내면 구 행위를 통해 우리의 영혼을 좀 더 풍요롭게 만들 수 있다고 한다.


글을 쓴다는 것은, 쓰기 전까지 몰랐던 것들과 외면했던 것들을 직면하게 되고, 내면의 두려움과 편견, 나약함이나 비겁과 맞서는 힘이 생긴다 하는데, 정말 내 딱 맞는 말이다.

내 경우,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예전에 미처 곰곰 생각하지 못했던 모든 것을 다시 꺼내어 적나라하게 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떠오르는 것들을 툭툭 풀어 글로 표현하다 보니 어느 새, 튼튼해진 나의 또 다른 내면을 볼 수 있다.


김영하는 말한다.

작가란, '지독하게 나쁜 기억도 문학적 자산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정신적 연금술사'이고, 없는 기억으로부터는 그 어떤 것도 만들어 낼 수 없는 존재라고.

글을 잘 쓰는 것은 '기법'도 '기술'의 문제도 아니며, 어떤 순간 아무도 침입해오지 않는 고요한 공간에서 자기 자신을 대면하고 정직하게 쓴 글만이 늘 힘이 있으며 매력이 있다 말한다.  오래오래 기억해 두어야 할 좋은 글쓰기 비법이다.


이 책은 작가가 단을 한 이후 인터뷰나 대담, 강연 한 것들을 엮은 것이다.  작가가 된 자신의 과거, 글쓰기 즐거움과 어려움, 소설가로서 살아간다는 것등을 이야기하고 있다.

'말보다는 글의 세계를 더 신뢰하며, 남과 다르게 생각하고, 자신의 감각과 경험을 통해 자기 감정을 표현할 줄 아는 진정한 개인이 되어라' 라고 말하는 작가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내고 싶다.


끝으로, 지금 이 순간도 뭔가 쓰지 않고는 견딜 수가 없어서 책상 앞에 앉아 있는 이들에게 해 준다는 작가의 말을 언급하며 글을 마칠까 한다.


'무엇이든 일단 첫 문장을 적으십시오. 어쩌면 그것이 모든 것을 바꿔놓을 지도 모릅니다.'


오늘 밤도 나는 책상 앞에 앉아있다.

지금 시간은 02: 02분! 잠이 쏟아진다.


"피곤할 텐데, 왜 또 밤을 새우고 글을 쓰고 있어? 내일 출근도 해야 하는데...?"

라고 누군가가 또 내게 묻는다면, 짧고 굵게 답해주고 싶다.


"글쓰기를 욕망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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