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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리는김작가 Mar 06. 2016

「나 그녀에게 간다」

#20. '마녀(강풀)'라 할지라도!!!

비가 온다.

필시 봄 재촉을 하는 비다.

봄이 쑥쑥 밀고 오나 보다.


내겐,

어제부터 우울감이 쑥쑥 밀려온다.

이런!

떨쳐 버리고 싶다.


베란다 창문을 활짝 열어 빗소리를 들으며,  만화책을 집어 들어본다.

시원한 빗방울 소리, 둘 다 너무 오랜만이다.


'마녀'라…….


작가로 보아 짐작하건대, 극한 호러물은 아닐 테고……. 마력을 지닌 여인이 나오리라 바로 예상된다. 그 마력에 이끌려 운명처럼 그녀를 사랑하는 남자가 나올 테고.

그렇다면, 그 저항할 수 없게 만드는 마력은 뭘까? 심히 궁금하다.



우르릉 쾅.

오늘은 계속 내리는 비 사이로 천둥과 번개마저 친다.

마침, '마녀' 속에서도 비가 오고 낙뢰가 번쩍!……. 주인공 '박민정'을 좋아한다고 고백한 남자가 낙뢰에 맞아 죽었다.


'마녀'라 불리는 여인이 있다.

그녀를 좋아한다고 다가와 고백하는 남자들은, 다치거나 죽게 된다. 우연인 것만 같지 않은 그런 상황들은 그녀를 침묵하게 만고, 결국 그녀는 아무도 자신의 이름을 부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 누군가를 상하게 하는 일이 발생하는 것을 막고자 점점 자신의 안으로만 깊숙 들어가게 되던 그녀는, 결국 고향을 떠나 서울의 옥탑방에서 번역일을 하면서 고독한 생활을 하게 된다.


그런 그녀를 바라보는 눈빛이 있다.

데이터 마이너 '이동진'이다. 데이터 마이너란, 수많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정보를 캐내고 미래를 예측하는 직업이다.

10m 바깥 거리(죽음으로부터 안전지대)에서 항상 그녀를 주시한다.

그는 처음 그녀를 본 순간부터 마력에 빠져 그녀를, 아니 속칭 '마녀'를 벗어날 수가 없다.



"만나야 할 인연이라면 다시 만나게 된다."


흔히 한 번 쯤은 들어본 이야기다. 인연은 뜻대로 안된다는 말과 함께 말이다.

정말 만나야 할 인연이라면..... 만나야 할 인연이라면, 그래 다시 만나게 되는 건지도!


고등학교 졸업 후 아주 우연히 박민정을 재회? 하게 된 그는, 아주 가까이서 그녀의 모든 것을 다시 주시하게 된다. 여전 강렬한 눈빛이되, 다만 그녀에게 들키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말이다.

그는 그녀와 관련된 온갖 데이터를 분석해, 그녀가 '마녀'가 아님을 증명하고 싶 무한 노력을 한다. 

조사와 통계를 통한 가설 설정을 무수히 반복, 검증하다 마침내 자신마저 내던진 검증을 통해 사랑을 이루어보려 도박을 감행한다. 자신이 알아낸 마지막 변수에 모든 것을 걸고 말이다.


줄거리는 여기까지다. 결말은 밝히지 않으려 한다.

혹시나 이 만화책을 읽고 싶어 할 그 누군가를 위해서.



작가는 책 속에서 말한다.


"사랑이 동시에 시작되기는 어렵겠죠."


이 문장.

이 이야기의 핵심 논점이리라.


나는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은 질문이다.

사랑은 어떤 강렬한 스파크가 발생하는 거라고 생각했었다. 불꽃 튀는 이끌림이 두 사람 사이에 분명 있을 것이며, 그것은 반드시 동시에 일어날 거라고 말이다. (사실 지금도 그렇게 생각 중이다.)

그러나, 작가는 단호히 거듭 말한다.

사랑이 동시에 시작되기는 어렵다고!


작가는 또 이런 질문도 던진다.

'마음이 생각을 따라갈 수 있을까?'

그 답은,

생각은 하는 게 아니라

'생각이 난다' 란다.


그런 것 같다.

그 누군가가 생각이 나서 우리의 머릿속을 뒤덮을 때, 우리는 그때의 울림을 잘 포착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사랑은 또 휘리릭 날아가 버릴 것이기 때문에.


'누구나 다 그래. 사랑은 다 불안해. 우리는 조금 다를 뿐이야.'



우연히 발생하는 모든 상황 속에서 어쩌면 우리는 착각에 젖어 의미를 부여하고, 인연을 잇고 이어가면서 불안한 사랑과 함께 살아가고 있는 것 인지도 모르겠다.


살면서 가끔 나는, 인력을 벗어난 그 어떤 큰 힘에 의해 떠밀려 가는 듯한 느낌에 빠질 때가 있다.

그래서 어떤 일에 크게 기뻐하지도, 크게 슬퍼하지도 않는 편이다.

어떻게 보면 삶이란, 우리에게 기쁨과 슬픔을 반, 적당 버물려 주고 있지 않던가!


어쨌건 사랑이 동시에 시작되기는 어렵다 하니,


이제 막 사랑을 시작하는 모든 이들이!

하염없이 그윽한 눈빛으로 그 사람을 응시할 일이다.

가끔은 스토커의 눈빛처럼 너무 뜨거워질 수 있으니 온도를 적절 낮추면서 좀 많이 기다릴 일이다.

그윽하고 은근게 서서히, 그 누군가에게, '내 생각이 나게' 말이다.

그리하여,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그 어느 날,

'나 그녀(그)에게 간다' 가 도출되도록!!!


역시 오늘도,

'왜 그리 해야 하느냐?'고 누군가가 묻는다면,


'인생에서 사랑만큼 유의미한 일이 또 있든가!'

라고 웃으며,

내 생각을 살포시 전해주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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