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코 끝을 엄마 얼굴에 들이밀고 <Jan15. 2016>
이른 새벽이다.
푸르스름한 새벽 빛이 창 밖에 도달할 즈음, 잠결에 누군가 토닥 걸어오는 소리가 들린다.
올 해 8살된 아들이다. 어스름 공간을 익숙한 발걸음으로 엄마를 찾아 나서는 길인 듯. 잠결에 무슨 꿈이라도 꾸다 무서웠던 것일까?
아닌게 아니라, 자고 있던 내 곁에 말없이 쑤욱, 이불을 들치며 들어온다. 그리고 코 끝을 내 얼굴에 들이밀어 냄새로 엄마를 음미하나 싶더니, 이내 다시 깊은 잠 속으로 빠져든다.
나는 잠결이라 살풋 실눈을 떠 아이를 보니, 내 얼굴에 바짝 코를 들이밀고 한없는 감미로움에 빠져든 표정, 마치 달달한 초콜릿 몇 개를 입어 넣고 맛보는 듯한 미소를 지으며, 어느 새 새근 잠들어 있다.
문득, 어린 시절이 떠올랐다.
한 밤 중, 무언가에 의해 잠에서 깨었을 때, 어쩌다 옆자리에 엄마라도 있는 날은 한없이 포근해 잠에 쏙쏙 취해들지 않았던가? 엄마는 내게 다정다감하다거나 애정 표현이 살가운 그런 엄마는 아니었지만, 옆에 나란히 같이 자고 있는 날은 그 자체만으로 충분히 따뜻하고 행복했던 그런 기억이 있다.
가끔은 '엄마'라는 이름 자체가 주는 버거움에 한없이 슬퍼질 때가 있다. 내가 할 수 있는 역량을 벗어나 더 무언가를 아이에게 해 주어야 할 것 같은 책임감에 우울할 때가 있다.
그런데, 오늘은 문득 '엄마냄새' 이 하나만으로 내 역할은 충분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아이가 원할 때, 언제든 와서 물씬 엄마냄새를 맡고서 행복한 미소를 지을 수 있다면 그것으로 다 된 거다.
나는 다정히 코 끝을 내 얼굴에 허락하기만 하면 될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