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 아름다운 가을날, 나만 안되는 연애에 부치는 편지
가끔 그럴 때가 있습니다.
무심코 눈을 가느다랗게 뜨고 하늘을 올려다보았는데,
뭉게뭉게 구름 사이 쏟아지는 눈부신 햇살 사이로 불그레, 짙게 물든 단풍잎의 가느다란 잎맥이 아주 투명히 잘 보일 때가.
무심코 고개를 들어 불어오는 바람을 따라 주위를 둘러보았는데,
가로수의 노오란 은행잎들이 바람에 휘리릭 툭, 떨어지면서 바스락 바스락,
그 어디에도 얽매임 없이 바람 부는대로 이리저리 굴러다니는 소리가 아주 선명히 잘 들릴 때가.
그렇게 가끔
모든 게 투명하게 잘 보이고,
모든 게 선명하게 잘 들릴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기다리고 기다리는, 그리운 그 누군가의 마음이 잘 보이지도
기다리고 기다리는, 그리운 그 누군가의 생각이 잘 들리지도 않을 때가 있습니다.
그 때.
그 때의 우울한 마음을 어떻게, 말로 설명할 수 있을까요?
그 때의 절망적인 기분을 어떻게, 글로 표현할 수 있을까요?
그저
지나가는 바람에 보고픔을 맡기고,
그저
지나가는 구름에 그리움을 맡기고,
그저
지나가는 계절에 가만히, 사랑한다 사랑한다 … 되뇌일 수 밖에요.
깊어가는 가을.
쏟아지는 부드러운 햇살에 잔뜩 물든 불그레 단풍잎이 한없이 투명해 보일수록,
어디선가 불어오는 잔뜩 스산해진 바람에 메마른 은행잎이 바스락 선명히 소리 내며 흩날릴수록,
숨죽인 드높은 나의 사랑은
그렇게 훌쩍, 지나가는 계절의 끝자락을 타고
저 멀리 흘러가는 구름 곁으로 두둥실,
하냥
날아오르기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