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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ㅅㅁㅅ Sep 21. 2017

오늘 밤에도 글을 씁니다


11시가 훌쩍 넘은 밤,

소파에 스스로를 파묻고 오늘 하루를 돌이켜본다.


몇 개의 사건과 감정들이

영화 스틸컷처럼 번뜩인다.


그리고는 문장과 단어로 변해

머리 위로 두둥실 떠다니기 시작한다.


생각의 그물을 던져

그것들을 잡아다가 손으로 가져온다.


손 틈새로 빠져나가기 전,

재빨리 노트북을 열고

더듬더듬 타자를 치기 시작한다.


고민을 거듭하다가

겨우 마지막 문장의 마침표를 찍는다.


오늘도 일기와 에세이,

그 중간 어디쯤에 있을 법한 글 하나가 탄생했다.


고생했다며 스스로를 토닥이며 잠자리에 든다.


언제부터 시작됐는지 기억할 수 없지만

이제는 어느덧 일상이된 모습이다.



나는 글쟁이가 아닌 평범한 회사원이다.


매일 밤 고민하며 쓰는 글은

내 연봉을 올려주지도,

날 유명하게 만들어주지도 않는다.


그런데도 왜 자꾸 글에 대해 고민하고

문장들을 고쳐 나가는 것일까?


며칠간 고민하며 내린 결론은 두 가지다.



첫 번째 이유는

(너무 당연하게도)

글을 잘 쓰고 싶어서다.


다만 마케터인 내게 글을 잘 쓴다는건

곧 일을 잘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바꿔 말하자면 일을 잘하기 위해 글에 집착한다.


마케터로서 사회생활을 시작한 지

고작 3년 조금 넘은 풋내기지만


그간의 경험을 토대로 정의한 마케터란

끊임없이 가치를 만들고 

제안하며 설득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매력적인 제안과 설득의 중심에는

좋은 말과 글이 있다.




제안과 설득이란 

곧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일이다.


문장 하나, 때로는 단어 선택 하나에 따라

사람들 마음에 큰 파동을 만들기도,

씁쓸한 무관심을 낳기도 함을

매일 현장에서 경험한다.


우연일 수도 있지만

내가 존경하는 모든 마케터들은

하나같이 좋은 글을 쓴다.


글 잘 쓰는 사람이

모두 일을 잘 하는 건 아니지만,

일 잘하는 사람 중

글 쓰기에 서툰 이는 아직 본 적이 없다.



또 다른 이유는 조금 더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함이다


매일 밤 쓰는 글은

그 날 있었던 일들을 복기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아침 출근길에 목격한 사람들의 피곤한 표정,

회사 창문 너머로 보이는 풍경들,

일을 하며 저지른 실수와,

인간관계 사이에서 벌어진 문제 등


두서없이 다양한 주제들을

가장 솔직한 문장으로 남긴다.


그 과정 속에서 

부족한 나의 모습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이런 모습들을 여과 없이 문장으로 담으며

모자란 나와 직접 대면하는 경험은

훌륭한 성찰의 시간을 제공한다.



비슷한 듯 다른 이야기지만

고생해서 쓴 글의 마지막 마침표를 찍는 순간에도

조금은 나은 사람이 되었음을 느낀다.


온갖 고난의 과정을 이겨낸 승리의 징표랄까?


문장을 썼다 지우며 고민할 때마다

'이게 지금 나한테 무슨 소용이 있겠어'를 되뇌인다.


동시에 그만 쓰려는 

온갖 창의적인 핑계거리를 만들기 시작한다.


그런 유혹을 이겨내고 마지막 마침표를 찍은 글은

전쟁에서 얻은 전리품 같아 더 없이 소중하다.




오늘도 하루의 끝에 글을 쓴다.

수 없이 쓰고 고침을 반복한 문장들이 모여

날 지탱해주는 튼튼한 뿌리가 되어줄 거라 믿기에,


조용하고 느리지만 꾸준히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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