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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un Oct 24. 2021

에필로그

  <월요일의 책>을 처음 쓰기 시작하던 날을 기억한다. 6월 24일에 첫 글을 썼으니 딱 넉 달 전이다. 의무감에 억지로 텅 빈 마음의 바닥을 긁어 책을 읽고 책에 대한 글을 써야 했던 슬픔을 기억한다. 버티다 버티다 결국 이 무기력함과 불안이 일종의 병임을 인정하고 병원에 찾아가기로 결심했던 날, 죄책감에 시달리지 않고 읽고 싶은 책을 읽을 수 있는 약간의 시간이 생겼다는 묘한 기쁨도. 그 모든 것이 생생하다.

  정말 손에 집히는 대로 읽었다. 쓰고 싶은 글만 썼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때그때 나에게 필요한 메시지와 힘을 주는 책을 만났고, 생각보다 즐겁게 글을 쓸 수 있었다. 단순한 우연인지, 아니면 모든 책은 읽는 사람에 따라 다른 방식으로 말을 걸어오기 때문인지는 모르겠다. 지난 네 달의 시간 동안 내 인생은 완전히 방향을 달리하게 되었다. 진로를 바꾸었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해 해나가야 하는 일도 바뀌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나는 다시 즐거운 마음으로 꾸준히 책을 읽고 글을 쓸 수 있게 되었다.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침대에 누워 흘려보내던 무의미한 시간을 되찾아, 음악을 듣고 영상물을 보고 책을 읽고 글을 쓰고 게임을 하고 사람을 만나고, 내 인생을 향유하는 데에 쓴다. 다 꺼져가던 불씨를, 책을 사랑하는 마음을 다시 살렸다는 사실이 아직도 때로는 믿기지 않는다. 두어 페이지를 읽고 나면 흩어지는 집중력에 짧은 단편집 하나를 읽는 데에도 몇 날 며칠이 걸리곤 했다는 것도 먼 과거의 일 같다. 느리지만 천천히, 정성 들여 차곡차곡 쌓아온 이 기록들이 또 하나의 시작이 되어주었다. 

  이제 나는 책을 월요일에만 읽지 않는다. 매주 월요일에 병원을 가지도 않는다. 더 이상 재활의 일환으로 글을 쓰지도 않는다. 책은 매일 읽고, 병원은 삼 주에 한 번씩만 가며, 내가 그리는 미래를 이루기 위해 글을 쓴다. 그래서 <월요일의 책>의 마지막 장을 마무리하고 새로운 제목을 단 글로 돌아오고자 한다. 간신히 살려낸 불씨를 활활 타오르는 불꽃으로 키울 수 있기를 바라며, 지금까지 <월요일의 책>을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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