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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기 Jul 13. 2023

부자가 되어야 하고 부자를 만나야 하는 이유


얼마 전 방송에서 어떤 남자가 아내와 딸을 함부로 대하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 다정하게 잠을 깨우는 아내에게 짜증을 내며 나가라고 소리를 치고 가만히 소파에 누워 모든 일을 시키는 그를 보며 경악했다. 물건을 잘 못 버린다는 아내의 잔소리에 그래서 너 안 버리잖아라고 답하는 모습은 그야말로 안하무인이었다.  온 세상이 못마땅하게 보이는 사춘기 시절도 아닌데 도대체 왜 그러는 것일까. 사실 이유는 간단하다. 그래도 되기 때문이다. 남자는 대형 성형외과의 대표 의사로 한 달에 수 억, 수십억을 번다고 했다. 


남자는 성공했을 때 진짜 모습이 드러나고 여자는 남자가 실패했을 때 그 민낯이 드러난다는 말이 떠올랐다. 남편의 경제적 실패는 이혼 사유인데 경제적 성공은 왜 이혼 사유가 될 수 없냐는 인터넷 글도 함께 생각났고.


청평 자연 휴양림을 갔을 때 보고 마음에 남은 문구가 있다.


사람들이 시간에 따라 변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그들이 누군지 드러내는 것이다.


시간 대신에 자리를 넣어도 될 것이다. 사회생활을 하기 전에는 사회적 약자들이 선함에 가깝고 부자들이 악함에 가깝다고 오해했다. 현실은 전혀 달랐다. 물론 앞서 말한 남자처럼 안하무인인 부자들도 있지만 대다수의 부자들은 오히려 교양이 있고 상대를 배려할 줄 알았다. 상대적으로 약자인 이들은 언뜻 착해 보이지만 약함 속에 악함을 감추고 있는 경우가 꽤 있었다. 지금은 힘이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발톱을 감추고 있을 뿐이지, 힘이 생기면 얼마든지 발톱을 드러내고 휘두를 사람들이었다. 그들이 부와 권력을 손에 넣으면 원래부터 강자였던 이들보다 훨씬 더 약한 이들을 업신여기고 함부로 대할 것이다. 그동안 약자로 지내온 세월의 설움까지 담아서. 


말이 안 되는 것 아니냐고? 같은 힘듦을 경험했으니 더 잘 이해하고 배려해 주지 않겠느냐고? 그게 그렇지가 않다. 가난하고 약했던 모습은 이미 지나갔고 자신의 것이 아니라 여기기 때문이다. 오히려 서러웠던 그 시간을 떠올리게 하고 여전히 그곳에 머무르고 있는 약자들은 거슬리고 한심한 존재일 뿐이다. 


물론 사회적으로 성공한 뒤에도 여전히 훌륭한 인성을 보여주는 이들도 있다. 누군가가 그랬다. 자신에게 아무런 득이 되지 않는 이들을 대하는 태도가 그 사람의 진짜 모습이라고. 그 말에 크게 공감한다. 대신 아무도 보고 있지 않을 때라는 전제가 붙어야 하겠지만. 


우리는 부자가 되어야 하고 부자를 만나야 한다. 진짜 나를 만나고 진짜 모습에 가까운 상대를 만나기 위해서이다. 끊임없이 수행하는 종교인들과 부자가 되기 위해 애를 쓰는 이들의 목적이 사실은 다르지 않은 것이다. 물론 그렇게 애를 쓴 뒤 만난 진짜 자신의 모습이 마음에 들지, 끔찍할지는 알 수 없지만. 


모두가 부자가 돼서 돈이 전부가 아니란 사실을 깨달았으면 좋겠다는 배우 짐 캐리의 말이 떠오른다. 돈이 전부가 아니란 사실을 알기 위해서, 진짜 내가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할 때 정말로 행복한 사람인지 알기 위해서 우리 모두는 부자가 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약함 속에 발톱을 숨기고 있는 이보다는 솔직하게 거만한 부자를 만나는 것이 나으리라. 글을 마치며 양손을 펼쳐 손톱을 한 번 바라본다. 내가 바로 발톱을 숨기고 살고 있는 음흉한 인간은 아닌가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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