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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기 Jul 13. 2023

눈썹 문신을 고민하는 이유

눈썹 문신을 해야 하나 싶다. 눈썹이 없는 편이냐고? 그렇다. 어릴 때부터 눈썹이 왜 이리 없냐는 말을 듣고 살았다. 게다가 눈썹 끝이 위로 올라가 있어 화가 나 보인다, 성깔 있어 보인다, 고집 있어 보인다는 말까지 듣곤 했다. 그래서 오래된 콤플렉스 때문에 눈썹 문신을 하려는 것이냐고? 그런데 말입니다. 살면서 단 한 번도 내 눈썹이 미웠던 적이 없다. 송승헌의 송충이 눈썹을 보며 멋있다고 생각한 적도 있지만 그뿐이었다. 짙은 눈썹은 짙은 눈썹대로, 흐린 눈썹은 흐린 눈썹대로 좋은 것 아닌가 생각했다. 덕분에 인상이 부드럽다는 말도 꽤나 들었고. 고등학교 선생님 중 한 분은 나보다 더 눈썹이 없었다. 비가 오면 눈으로 다 들어가는 것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그런데 항상 밝게 웃으시던 선생님의 얼굴은 좋아 보이기만 했다. 눈썹의 모양, 숱은 하나도 중요하지 않았다. 


아니 그렇게 스스로 만족한다면서 왜 눈썹 문신을 고민하냐고? 겉과 속이 다른 것 아니냐고? 사실 이유는 내 마음속 미움에 있다. 이유 없는 혐오를 드러내는 것 같아 글을 쓸까 말까 고민했다. 여차하면 지우거나 수정해도 되니깐 대나무 숲이라 생각하고 내뱉어 본다. 요즘 들어 나이가 꽤나 든 남자들이 눈썹 문신을 한 모습을 자주 본다. 심지어 70대인 아버지도 하셨다. 솔직하게 말해 그 모습이 꼴 보기 싫었다. 한창 외모에 민감할 나이인 젊은 남자들이 화장, 성형, 눈썹 문신을 하는 것은 그나마 나은데  외모보다 더 중요한 것에 마음을 쏟아야 할 시기에 여전히 그러고 있는 모습들이 못마땅했다. 그냥 아버지가 미운 것 아니냐고? 그런 건가 싶어 마음속을 들여다보고 또 봤지만 그렇지 않았다. 엄청 존경하거나 좋아하지는 않았지만 미움 역시 없었다. 


아버지는 그래도 나은 편이다. 꾸준히 운동을 하시면서 플러스알파로 외모도 가꾸시는 것이니. 문제는 기본적인 건강 관리를 못 하는 이들을 바라볼 때의 내 마음이다. 배가 산처럼 나온 이들이, 이것저것 병을 달고 사는 이들이 짱구 문신을 한 것을 보면 나도 모르게 '아이고. 아재요. 지금 그런 것 할 때가 아니라 건강관리부터 하이소.'란 마음이 든다. 니가 아직 그 나이가 안 되어봐서 모른다고? 그럴지도 모른다. 살아보니 외모는 어릴 적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한 가치였다. 외모를 안 본다는 연예인들이 죄다 꽃미남들과 결혼한 것을 보며 돈에 관심 없다는 사람은 돈에 미친 사람이니 조심하라는 누군가의 말이 떠올랐다. 심지어 어떤 연구에서는 오르가슴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것이 상대의 외모란 결과까지 내놓았다. 


그래서 도대체 눈썹 문신을 하려는 이유가 뭐냐고? 이미 말하지 않았는가. 그들이 미워 보여서, 그들 편에 서볼까 생각한 것이다. 사람은 의외로 굉장히 줏대가 없는 생물이다. 보행자의 입장에서는 얼른 보행 신호가 되기를 바라고, 운전자가 되면 제발 보행신호로 바뀌지 않기를 바란다. 주식은 도박이라며 자신은 절대 하지 않을 거라고 말했던 친구가 주식을 시작했다. 갑자기 가치 투자니 어쩌니, 자신은 오너의 마인드로 그 기업과 함께 하고 있다느니 한다. 너무 웃긴 것 아니냐고? 사람은 원래 그렇다. 쓸까 말까 고민될 때는 역시나 쓰는 것이 정답인 모양이다. 혼자 마음에 품고 있던 고민을 풀어 놓으니 그것만으로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눈썹 문신은 굳이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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