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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기 Jul 13. 2023

일을 해야 하는 이유

일본의 교세라라는 대기업을 창업한 이나모리 가즈오가 쓴 '왜 일하는가'라는 책이 있다. 그 책에서 그는 말한다. 사람은 누구나 태어난 이상 힘이 닿을 때까지 최선을 다해 일을 해야 한다고. 이른 나이에 경제적 자유를 이룬 뒤 조기 은퇴를 꿈꾸는 파이어족들의 주장과는 상반되는 말이다. 나는 양쪽의 주장에 다 일리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이나모리 가즈오의 주장에 조금 더 마음이 기운다. 물론 나 역시 일을 그만두고 싶을 때도 있고 만나고 싶지 않은 이들을 피할 수 있는 경제적 자유를 꿈꾸기도 한다. 


그러나 때로는 힘겹고 어려울지라도 살아가는데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 일이라고 생각한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자신이 세상에 도움이 되는 존재란 사실을 느끼며 사는 것이 필요하다.  미움받을 용기의 작가 기시미 이치로는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일은 아무도 자신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고 느끼는 것이라고 했다. 은퇴를 한 뒤 시간과 돈은 여유롭지만 생기를 잃고 살아가는 이들이 많은 것은 그 때문이리라. 아이들이 성장하여 집을 떠난 뒤 빈 둥지 증후군에 힘들어하는 엄마들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일은 자신이 사회에 필요한 존재라는 것을 강력하게 인식시켜주고 돈까지 안겨다 주니 여건만 허락된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 일을 하지 않아도 될 정도의 경제적 자유를 이미 이룬 이들이 하던 일을 계속하거나 책을 쓰고 블로그, 유튜브, 강의 등 끊임없이 무언가를 하는 것 역시 일을 한다는 것 자체가 주는 이점 때문이리라. 


인도에는 달구지 바퀴 색칠하기란 말이 있다. 가장 바쁜 추수철에 농부는 자신의 달구지 바퀴를 바라보며 색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결국 며칠을 투자해서 달구지 바퀴를 새로 색칠한다. 그만큼 일이 밀린 덕분에 하루에 12시간씩일을 해야 했지만 그래도 좋았다. 인도 출신인 미국의 한 교수는 시험 전날 오토바이를 분해하는 학생들을 보며 이 이야기를 떠올렸다고 한다. 시험기간에 열심히 노트북을 분해하고 조립하던 지난날의 내가 떠올라서 참 공감이 가고 웃음이 났다. 


다들 평소에 보지도 않던 티비나 책들이 시험기간에 유독 재밌었던 기억을 하나쯤 가지고 있을 것이다. 무언가 시간의 압박을 받는 순간에 즐기는 것이 더욱 재밌기 마련이다. 차고 넘치는 것이 시간인 사람에게 주어진 2박 3일의 여행과 열심히 일을 하다가 떠난 2박 3일의 여행은 시간의 길이만 같을 뿐 완전히 다른 것이다. 결국 일을 해야 일하지 않는 시간을 더 즐겁게 보낼 수 있다. 귀해야 소중함을 느끼고 감사하며 만족할 줄 아는 것이 인간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자신의 일을 너무 미워하거나 언젠간 벗어야 할 멍에처럼 여기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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