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기 Jul 13. 2023

커피를 쏟은 것이 실패가 아닌 이유



짜잔~!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다가 실수로 쏟고 출근했는데 책상 위에 똑같은 새 커피가 놓여 있다. 한 입 먹은 커피를 반이나 쏟고 실패니 어쩌니 했는데 인생은 역시 알 수 없고 재밌다는 생각이 든다. 설령 새 커피가 주어지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실패가 아니라 생각하는데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항상 아이스 아메리카노 그란데 사이즈에 샷을 추가해서 먹는데 오늘만 톨 사이즈였다. 덕분에 평소에 비해 덜 쏟아졌으리라. 그리고 평소 대로였으면 반만 마셨어도 새 커피를 온전히 즐기기는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2. 커피숍에서 커피를 쏟은 것이 이번이 두 번째이다.  첫 번째는 무려 노트북에 쏟았다. 바닥에 온전히 쏟아진 것은 아무것도 아니다. 


3. 쏟아졌지만 반이나 남았다. 추수를 절반한 뒤 이제 겨우 반을 했다고 불평한 농부 A와 벌써 절반이나 했다고 좋아한 농부 B가 생각났다. B가 되리라. 


4. 설령 다 쏟았다고 해도 좋다. 또 하나의 글감이 되어 글쓰기에 도움을 주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빈틈의 온기란 책에 퇴근 지하철을 탔는데 마침 휴대폰 배터리가 다 된 이야기가 나온다. 그런 날에는 가방 속에 책도, 메모장도, 아무것도 없다는 말에 공감이 가서 웃음이 났다. 하지만 1시간 반이라는 긴 퇴근길 시간 동안 작가는 사람들을 관찰하며 글감을 찾아내고 글을 썼다. 휴대폰 배터리가 다 된 것이 오히려 득이 된 셈이다. 그러니 무언가를 쉽게 실패로 단정 짓고 실망하고 좌절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지나고 보니 의외로 더 좋았다고 생각되는 일들이 결코 적지 않다. 





매거진의 이전글 일을 해야 하는 이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