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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기 Jul 13. 2023

불멍이 좋은 이유

불멍을 즐기는 이들이 늘고 있다. 


그저 불을 멍하니 바라보는 것이 왜 힐링이 되는 것일까?


그 이유는 끊임없는 변화에 있다. 



촛불이든, 모닥불이든 불은 종류와 상관없이


꺼지는 그 순간까지 쉴 새 없이 움직이고 있다. 



강이나 바다, 호수를 바라보며 하는 물멍 역시 마찬가지이다. 


바람이 없는 날 잔잔해 보이는 호수도 가만히 들여다보면


결코 멈춰있지 않다.



그 누구도 컵이나 그릇에 담긴 움직임이 없는 물을 보고 


물멍을 하지는 않는다. 



우리를 멍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변화가 필요하다는 방증이다. 



우리의 머릿속에는 언제나 많은 생각들이 


생겼다 없어졌다를 반복하고 있다. 



불멍을 하고 있노라면 머릿속 생각들의 변화가 멈추고 


자연스레 불의 변화에 집중하게 된다. 


변화무쌍한 무언가를 바라보고 있으면


도리어 내 속의 변화는 잦아든다.



잡생각이 없어진 멍한 상태는 그 자체가 휴식이 된다. 


명상과도 통하는 바가 있다. 



어린 아이들보다 어른들이 불멍을 좋아한다. 


아이들은 변화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끊임없이 움직이고 시시때때로 변하고 있기에


굳이 불의 변화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반면 변화와 움직임이 점점 줄어드는,


꺼져가는 불꽃과 닮아있는 이들은  활활 타오르는 불꽃을 


바라보며 위안을 삼는다.



점점 더 행동하지 않게 된 자신의 모습과 대비되는


불꽃을 보고 있노라면 혈기왕성했던 젊은 시절이 떠오르기도 하고 


잃어버린 것, 잃어가는 것에 대한 그리움도 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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