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의 유사 비행
길을 걷다 보면 거미줄이 얼굴에 닿을 때가 있다. 찐득찐득한 거미줄과는 조금 다른 느낌이긴 하지만 분명히 거미줄이다. 거미를 싫어하는 이는 질겁을 하며 얼굴이나 몸에 달라붙은 거미줄을 떼어내기 바쁘다. 혹여나 거미가 있는 건 아닐까 걱정을 하면서.
하지만 걱정하지 않아도 좋다. 거미줄의 주인은 이미 어딘가 땅에 내린 뒤일 테니. 하늘에 수많은 거미줄들이 떠도는 이유는 거미의 '유사 비행(balloning)' 때문이다. 구글에 'balloning of spiders'라고 검색하면 많은 사진과 영상들이 나오니 참고하도록 하자.
거미가 비행을 하는 이유는 무엇이냐고? 거미는 대개 수십~수백 마리의 새끼를 낳는데 이들이 한곳에 머무르게 되면 먹이 경쟁 때문에 생존율이 급격하게 떨어진다. 생존율을 높이기 위해 하늘을 날아 멀리 흩어지는 것이다.
유사 비행을 결심한 거미들은 높은 곳을 찾아 올라간 뒤 엉덩이를 높이 치켜들고 바람에 맞춰 하늘을 향해 실을 뿜어낸다. 실이 뿜어져 나가면서 거미의 몸이 떠오르고 드디어 비행이 시작된다. 보통은 어린 거미들이 멀리 흩어지기 위해 유사 비행을 하지만 때때로 성체인 거미들도 유사 비행을 할 때가 있다고 한다.
바람에 몸을 맡긴 거미들은 충분히 이동한 뒤 실을 끊고 땅으로 떨어져 새로운 곳에서의 생활을 시작한다. 우리 얼굴에 닿는 거미줄들은 그렇게 역할을 다하고 버려진 뒤 하늘을 떠도는 것들이 대부분이기에 거미가 있을까 걱정할 필요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