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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기 Jul 17. 2023

콜라 수육

숨기고 있느냐, 드러났느냐의 차이일 뿐

코카콜라가 왜 코카콜라인지 아는가? 코카 나뭇잎 추출 성분이 들어가서 그런 것 아니냐고? 맞다. 그럼 콜라는? 놀랍게도 콜라 역시 나무의 이름이었다. 초창기 코카콜라의 재료는 코카 나뭇잎 추출 성분, 콜라나무껍질의 원액, 그리고 탄산수였다. 요즘 코카콜라의 재료는 어떻게 될까? 일단 확실한 것은 설탕, 탄산수, 그리고 계피이다. 코카 나뭇잎 추출물은 마약 성분이니 빠졌을 것이고 콜라나무껍질 대신에 계피를 넣은 것은 아닐까? 계피 역시 육계나무의 껍질이니 맛과 향이 콜라나무의 그것과 비슷해서 콜라의 재료로 뽑혔는지도 모르겠다. 


콜라에서 계피 맛을 별로 느껴보지 못했다고? 충분히 그럴 수 있다. 탄산의 톡 쏘는 맛과 설탕의 단 맛에 가려져 있기 때문이다. 아, 그리고 시원한 얼음도 우리의 미각과 후각을 속이는데 한몫을 한다. 김이 다 빠진 콜라를 마셔보면 계피 향을 조금 더 잘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가장 확실한 방법은 콜라를 끓여 보는 것이다. 그냥 끓이기는 아까우니 고기를 사 와서 수육을 만들도록 하자. 술이나 월계수 잎 같은 것은 따로 넣지 않아도 좋다. 콜라에 들어 있는 계피만으로도 고기의 잡내가 충분히 잡히기 때문이다. 아마 처음 콜라 수육을 만들어 보는 사람은 깜짝 놀랄 것이다. 금세 온 집 안에 진한 계피 향이 가득 차기 때문이다. 


콜라 수육을 몇 번 만들어 먹으면서 생각했다. 아무리 다양한 수단들로 자신의 본모습을 가리려고 해도 언젠가는 다 드러나기 마련이구나. 콜라의 진면목이 뜨거운 불이란 위기를 만나 드러났듯이 말이다. 문득 이태원 참사 현장에 있던 한 남자가 생각났다. 그는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 인파 속에서 건져 올려졌다. 하지만 그는 자신을 구해준 이에게 말했다. 안 그래도 공간이 부족하니 사람들 구하는 것은 이제 그만두라고. 


우리는 언제 본모습을 드러낼까? 당장 떠오르는 것은 다음과 같은 경우이다. 내시경이나 수술 때문에 수면 마취를 했을 때, 술에 취했을 때, 혼자 있을 때, 큰돈이나 권력을 손에 넣었을 때, 큰 성공을 거두었을 때, 아기일 때, 노인이 되어갈 때,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고 생각될 때, 목숨이 경각에 달했을 때 등등.


막상 생각해 보니 꼭 위기의 순간에만 본모습이 드러나는 것은 아니었다. 큰 성공을 거둔 뒤에 본모습을 드러내는 이들도 적지 않으니. 아니, 어쩌면 그런 성공 역시 위기의 또 다른 모습일지도 모르겠다. 이런 우스갯소리가 있다. 로또에 당첨되면 제일 먼저 바꾸는 것이 무엇인지 아는가? 집? 차? 아니다. 바로 배우자이다. 실제로 그렇게 이혼하는 이들도 많고 가족이나 친구 사이가 틀어지는 경우도 허다하다. 근데 정말 그때 틀어진 것일까? 그렇지 않다. 이미 틀어져 있었는데 티를 안 내고 있었거나 덜 내고 있었을 뿐이다. 


결국 숨겨져 있던 비극이 드러난 것에 불과하다. 당신의 마음은 어떠한가? 로또만 되면, 큰 성공만 거두면 꼭 바꾸리라 생각하고 있는 것들이 있는가? 그것이 생계에 관련된 일이라면 당장 결단을 내리기는 어렵겠지만 생계와 무관한 관계에 관한 것들이라면 더 이상 미루지 않았으면 좋겠다. 숨기고 있는가, 드러났는가의 차이일 뿐 괴로운 것은 매한가지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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