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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기 Jul 19. 2023

불호 불호 불호 보다는 호 호 호

청국장이 좋아지다

얼마 전 친구 둘과 점심을 먹으러 한정식집에 갔는데 친구 A는 더덕제육볶음과 된장국, 그리고 오뎅볶음을 제외한 반찬은 거의 먹질 않았다. B와 내가 연신 맛있다며 먹는 청국장에도 일체 손을 대지 않았고. 또 저녁에는 겉절이가 맛있기로 유명한 칼국수 집에 갔는데 그는 또 일절 입에 대질 않았다. 이유를 물으니 집이 아닌 바깥의 김치는 먹지 않는다고 했다. 


맛있는 것을 함께 즐기지 못하는 것이 아쉬웠지만 한편으로는 그의 마음이 이해되었다. 내 경우는 청국장이 그랬기 때문이다. 어렸을 때는 거의 먹어본 적이 없었고 어른이 된 뒤로는 나이 든 사람들이나 즐겨 먹는, 냄새가 고약한 음식이라 생각하며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할머니가 청국장을 끓이면 손주들이 인상을 찌푸리며 코를 막는 모습을 티비에서 자주 봤기 때문이다. 그래서 먹어본 적도 없는 음식을, 먹어볼 생각도 하지 않은 채 싫어한다고 생각하며 지냈다. 


그러다가 서른 살이 다 된 어느 날이었다. 식당에서 점심 메뉴를 고르는 중이었는데 문득 청국장을 시켜보고 싶단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그렇게 생전 처음으로 청국장을 먹어보게 되었고 한 입을 떠먹은 뒤 크게 후회했다. 너무 별로였냐고? 그 반대였다. 너무 맛있어서 이렇게 맛있는 걸 왜 여태 안 먹고 살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냄새도 전혀 거슬리지 않고 구수하고 좋기만 했다. 


이처럼 사람들은 의외로 자기 자신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그러니 취향에 맞지 않다는 말이나 불호라는 말로 일찍부터 경계하며 오래도록 멀리하고 있는 것들이 있다면 한 번쯤 마음을 열고 다가가 보길 바란다. 의외로 괜찮거나 좋을 수도 있다. 나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그토록 싫어한다고 믿고 살았던 청국장이, 이제는 이 글을 쓰며 그 맛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입안에 침이 가득 고이게 하는 음식이 될 줄은. 


좋아하는 것이 하나 둘 늘어갈수록 세상살이도 더욱 즐거워지는 것 같다. 그러니 불호 불호 불호를 외치며 울상을 짓기보다는 호 호 호 웃으며 살아가는 것이 좋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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