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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기 Jul 23. 2023

빗금을 치지 않는 선생님

한 블로그 이웃분의 글에서 빗금을 치지 않는 학원 선생님에 관한 이야기를 읽었다. 그녀는 틀린 문제에 빗금을 치는 대신 별표를 해주고 다시 풀어서 맞추면 하트를 그려준다고 했다. 이웃분은 그녀의 따뜻한 배려가 마음에 와닿는다고 했다. 자신도 지독히 공부를 못 해 본 적이 있어서 더욱 그렇다고 하면서. 


선생님의 따뜻한 마음과 취지는 물론 이해가 되었지만 굳이 그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다. 빗금을 세모나 별표로 바꾸는 것은 어디까지나 아이들 각자의 몫이 아닐까. 게다가 아이들을 그렇게까지 배려한다는 것은 선생님 역시 문제 몇 개 틀리는 것을 꽤나 중요시하고 있다는 뜻인지도 모르겠다. 


문제 몇 개 틀리는 것, 틀린 문제에 빗금을 치는 것, 사실 대수롭지 않은 일이다. 맞는 문제에 더 크게 동그라미를 치고 틀린 문제에 작게 빗금을 치거나 별표나 다른 표시를 해서 기분을 덜 상하게 하려고 애를 쓰기보다는 그냥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이는 편이 낫지 않을까?


물론 나 역시 그런 식으로 상처를 덜 받으려 애를 쓴 적이 있긴 하다. 하지만 이내 그만두었다. 왜냐하면 기분은 덜 상할지언정 진짜 성장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성장을 위해서는 틀린 것에 더 크고 확실하게 빗금을 쳐야 한다. 그 문제를 완전히 이해하고 넘어가면서 빗금을 별표로 바꾸곤 했는데 빗금이 크면 클수록 더욱 큰 별이 되었다. 


나중에는 맞춘 문제에도 빗금을 치기도 했다. 왜 그랬냐고? 둘 중 어느 것이 답인지 고민하다가 찍어서 맞춘 것이기 때문이다. 확실히 알지 못하고 맞춘 문제는 사실 틀린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그런 문제들 역시 오답노트에 잘 정리해야 다음번에는 확실히 알고 맞출 수 있지 않겠는가.  


이렇듯 시험이든, 인생이든 당장의 기분, 눈앞의 결과만 볼 것이 아니라 조금 더 긴 호흡을 가지고 살아야 하지 않을까. 문제를 틀리거나 여러 가지 실패를 경험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일이다. 어쩔 수 없는 일에 마음이 상할 필요가 있을까. 그러려니 하고 같은 실수, 실패를 반복하지 않도록 하면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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