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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기 Aug 01. 2023

최선을 다하면 안 되는 이유

오랜만에 자전거를 타고 팔당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이었다. 팔당대교로 가는 오르막을 열심히 오르고 있는데 작은 개미 두 마리가 길을 건너는 것이 보였다. 댄싱을 치는 중이긴 했지만 여력(餘力)이 있는 상태라 여유롭게 피할 수 있었다. 만약 내가 정말로 빡세게 오르막을 오르고 있는 상황이었다면 어땠을까. 개미 두 마리는 그 자리에서 비명횡사를 하고 말았으리라. 


*댄싱: 오르막을 오르거나 빠른 속도를 내기 위해 안장에서 일어나서 페달을 굴리는 행위, 자전거가 좌우로 흔들리는 모습이 춤을 추는 것과 비슷해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 


참 다행이라 생각하며 무사히 팔당대교를 건넜는데 얼마 가지 않아 조그만 생쥐가 죽어 있는 것을 보았다. 빠르게 지나가는 자전거에 치여 유명을 달리한 것이 분명했다. 생쥐의 죽음은 누구의 탓이었을까. 자전거 도로를 아무런 예고 없이 갑자기 무단횡단한 생쥐의 잘못일까. 빠른 속도를 유지하느라 생쥐가 길을 건너는 것을 제대로 보지 못한 라이더의 탓일까. 아니면 어젯밤 짙게 깔린 어둠의 탓이었을까. 


생쥐의 명복을 빌어주며 계속해서 달리는데 이제는 곳곳에 죽어 있는 메뚜기와 지렁이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위험천만한 무단횡단을 하는, 아직은 살아있는 개체들도 꽤나 보였고. 다행히 온 정신을 그들을 비롯한 도로 상태에 집중한 덕분에 한 마리도 밟지 않고 무사히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그런 생각이 든다. 빠른 속도를 즐기는 것도 좋지만 작은 생명체들에게도 조금 더 신경을 쓰면 좋지 않을까 하는. 그러기 위해서는 속도를 조금 줄이는 것이 불가피할 것이다. 계속해서 온 힘을 다해 페달을 밟다 보면 시야가 좁아지고 고개를 들어 멀리 바라보는 것도 힘겨워지기 때문이다.


인생 역시 마찬가지 아닐까.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혀 정말로 온 힘을 다해 하루하루를 살아내다 보면 언젠가 깨닫게 될 것이다. 참 많은 것을 놓치며 살아왔구나 하고. 그것은 누군가와의 관계일 수도 있고 자신의 건강 문제일 수도 있으리라. 


개미를 놓치다 보면 조금 더 큰 메뚜기를 놓치게 되고 나중에는 생쥐, 급기야는 뱀, 고라니, 사람까지도 놓치게 될 것이다. 마찬가지로 밤에 잠을 잘 못 자는 것, 자꾸 근육이 뭉치고 불편한 것, 소화가 잘 안되는 것, 피로가 잘 풀리지 않는 것 등등. 이런 작은 증상들을 놓치거나 혹은 무시하거나, 아니면 약으로 증상만을 억누르며 지내면 결국 어떻게 되겠는가. 


일본에서는 장수의 비결 중 하나로 하라하찌부(腹八分)를 든다. 하라는 배이고 하찌부는 80%란 뜻이다. 즉 배를 80%만 채우라는 것, 과식을 피하라는 뜻이다. 음식을 먹을 때뿐 아니라 모든 일에도 적용 가능한 지혜가 아닐까. 그러니 무슨 일이든 온 힘을 다하지 말고 여력을 남겨 놓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으리라. 그래야 개미도 살리고 생쥐도 살리고 남도 살리고 나를 살릴 수 있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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