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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기 Nov 01. 2023

모기가 귓가에서 왱왱거리는 이유

모기만도 못한 인간들


요 며칠 모기가 극성이라 잠을 꽤나 설쳤다. 덕분에 어찌나 피곤하던지. 다행히 어젯밤에는 왱왱거리는 소리 없이 숙면을 취할 수 있었다. 드디어 모기 시즌이 끝난 것일까. 내년에는 꼭 미리 모기장을 준비해서 올해와 같은 일이 없게 하리라.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했다. 왜 모기들은 굳이 귓가에서 왱왱거려서 사람들의 잠을 깨우는 것일까? 얼굴만 이불 밖으로 내놓고 자서 그런 것 아니냐고? 그렇지 않다. 처음에는 이불을 덮고 자다가도 왱왱 거리는 소리에 몇 번 깨고 나면 에라 모르겠다 하는 심정으로 이불을 걷어차고 온몸을 내어주게 된다. 차라리 실컷 피를 빨고 더 이상 나를 괴롭히지 말라는 무언의 시위라고나 할까. 



그런데 그렇게 팬티 바람으로 온몸을 내어놓고 잘 때도 귓가에서 모기가 왱왱거릴 때가 왕왕 있다. 그럴 때는 정말 모기를 앞에 앉혀놓고 이야기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다. 아니, 니가 편하게 피를 빨 수 있게 온몸을 다 내어놓았잖니, 도대체 나한테 바라는 게 뭐니. 


몇 날 며칠을 고민한 끝에 답을 얻었다. 모기가 굳이 귓가에서 왱왱거리는 이유는 자고 있는 사람을 깨우기 위해서이다. 아니, 그게 무슨 소리냐고? 자고 있는 사람을 깨우면 모기 입장에서는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위험을 자초하는 것 아니냐고? 잠을 깨운 모기 한 마리의 입장에서는 분명 위험성이 높아지는 것이 맞다. 하지만 모기란 종 전체를 놓고 봤을 때는 어떨까? 오히려 위험성은 낮아지고 종족을 보존할 가능성은 올라간다. 


왜 그렇냐고? 당신도 알지 않는가. 모기의 왱 하는 소리에 반복해서 깬 뒤에는 피곤에 지쳐 기절한 듯이 자게 되어 있다는 사실을. 누가 업어가도 모를 정도로. 그 지경에 이르면 모기들이 얼굴에서 뷔페를 즐겨도 깨지 못하리라. 결국 모기가 사람의 잠을 깨우는 것은 더욱 깊은 잠에 들게 하기 위함인 것이다. 그 뒤에 마음 편하게 동료들과 파티를 벌이기 위함이고. 


그러니 모기가 귓가에서 왱왱거리는 것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다는 것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겠다. 그것을 시도하는 한 마리에게는 목숨을 걸어야 할 정도로 위험성이 크지만 성공한 뒤에는 모두에게 득이 되는 것이니. 생각이 여기에까지 이르자 모기를 향한 미움과 원망이 사그라들었다. 


사랑 중의 가장 지극한 사랑이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남을 위해 나의 목숨을 내어주는 것이다. 대표적인 인물이 예수님이고. 간밤에 귓가에서 왱왱거리던 모기들 역시 그런 사랑을 실천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니 어찌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러고 보면 요즘은 참 모기만도 못한 인간들이 많아진 것 같다. 이타심이라고는 모기 눈곱만큼도 없어서 다른 사람에게 피눈물을 흘리게 하는 사기를 치는 놈들이 많지 않은가. 사기 피해를 당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피해자를 조롱하는 놈들까지 있을 정도이니. 이번 생에 그들이 회심을 하는 것은 기대하기 어려우니 next time에는 꼭 이타심을 장착한 채 태어나길 바란다. I am 기대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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