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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기 Jul 13. 2023

잘난 이들이 결혼을 못 하는 이유

혹자에 의하면 선택지는 5~10개 정도가 가장 적당하다고 한다. 5개 미만은 너무 적고 10개 초과는 너무 많다는 뜻이다. 그의 주장에 꽤나 동감이 되었다. 문득 스스로 결혼을 못 했다고 말하는, 어느 하나 부족할 것 없어 보이는 연예인들이 떠오른다. 사람들은 그런 그들을 보고 말한다. 못한 것이 아니라 안 한 것이 아니냐고. 충분히 능력이 되는데 결혼을 못 했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하지만 나는 그들이 정말로 결혼을 안 한 것이 아니라 못한 것일 수 있겠단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선택지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잘나가는 연예인의 경우 만날 수 있는 사람의 범위가 얼마나 넓겠는가. A와 연애를 하면서 결혼을 생각하다가도 뭔가 부족하다는 생각, 이 점은 조금 아쉽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을 것이다. 그때 그(그녀)의 머릿속에는 다른 선택지 B~Z가 떠오를 것이다. 


이혼이 더 이상 흠이 아니라는 세상이다. 오히려 이혼과 재혼을 반복하는 것이 능력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이다. 온갖 불륜이 난무하는 헐리웃 연예계를 비판하는 이들에게 어떤 이는 이렇게 말을 하기도 한다. 그건 너네가 능력이 없어서야. 능력이 있으면 유혹이 있기 마련이고 그걸 매번 이겨내기가 쉽겠어. 그리고 얼마든지 다른 사람을 만날 수 있으니 이혼하고 재혼할 수도 있는 거지. 


문득 드라마 나의 아저씨에서 동훈(이선균)이 했던 대사가 떠오른다. 동훈은 자신이 가정에 충실했던 것은 단지 유혹이 없었기 때문이지, 특별히 도덕적인 사람이어서가 아니라는 고백을 한다. 참으로 솔직하고 자기성찰이 뛰어나다는 생각을 했다. 한편으로는 아내가 바람을 피운 상태에서, 조금이나마 덜 상처받기 위해 자기합리화를 하는 것은 아닌가 싶기도 했지만. 


정치인을 비롯해서 소위 말하는 잘나가는 이들의 성추문이 끊이지 않는 세상이다. 제발 좀 그러지 말지라는 생각과 함께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이 함께 떠오른다. 권력과 돈을 가진 그들에게 이성의 유혹이 얼마나 많겠는가. 처음에는 망설이던 그들은 점점 성의 노예가 되어간다. 낯선 이와 쉽게 잠자리를 가질 수 있게 된 그들은 큰 착각에 빠지고 만다. 자신이 원하기만 하면 누구든지 차지할 수 있다는. 그래서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기 시작하는 것이다. 지위를 이용해서 부하 직원을 건들고 남의 여자(남자)를 건들고 온갖 지랄을 떨다가 끝내 추한 결말을 맞이하고 마는 것이다. 사실 끝까지 밝혀지지 않는 경우가 더 많겠지만. 


남편(아내)이 그러고 다니는 것을 배우자는 과연 모를까. 분명 알 것이다. 하지만 그(그녀)가 가져다주는 다른 이점(돈)을 도무지 포기할 수 없기에 그냥 눈을 질끈 감고 마는 것이다. 배우자의 월수입이 천만 원이 넘으면 이혼율은 급격히 줄어든다는 통계도 있지 않은가. 명목상의 결혼은 유지되겠지만 그것이 과연 바람직한 모습의 결혼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70년 이상 인생을 살아낸 현자들의 지혜를 모은 책 '내가 알고 있는 걸 당신도 알게 된다면'에서 현자들은 결혼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한 사람과 결혼을 하고 그것을 오래도록 유지하는 것은 굉장히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일이라고. 수많은 이성을 바꿔가며 만나는(갑자기 구본승의 악세사리가 떠오른다. 수많은 여자애들 만나왔었지~ 악세사리처럼 바꿔가며 만났어~), 아직 젊고 능력 있는 이들은 비웃을 지도 모르겠다. 그런 것은 능력 없는 이들의 궤변에 불과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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