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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기 Jul 13. 2023

취미를 가져야 하는 이유

넷플릭스나 유튜브를 보는 것도 좋으나 이왕이면 성장하는 취미를 가질 것을 추천한다. 당신의 나이가 30을 넘었다면 더욱 그렇다. 얼굴도, 체형도, 체력도 점점 예전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들 것이고 이제는 내리막길만 남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을 것이다. 그런 부정적인 사고에 브레이크를 걸어주는 것이 성장하는 취미이다. 


이 나이가 되도록 이룬 것도 별로 없고 이런 것은 내가 원하던 삶이 아니야라고 생각하는 이들이라면 더욱더 취미를 가져보도록 하자. 러닝, 자전거 타기를 비롯한 각종 운동을 비롯해서 글쓰기, 악기 연주하기, 뜨개질 하기, 독서 등 그 무엇이라도 좋다. 이왕이면 운동 하나쯤은 꼭 넣었으면 좋겠다. 


재작년 겨울 러닝을 시작했다. 코로나 밀접 접촉자로 분류돼서 갑자기 자가 격리를 시작한 날이었다. 열흘 동안 집에 갇혀 있으면 체력이 심하게 떨어지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다. 그래서 그날부터 제자리 달리기를 시작했다. 러닝머신을 이용한 것이 아닌 그냥 방바닥 제자리 달리기였다. 제대로 된 달리기도 아니었는데 30분을 넘으면 땀이 꽤 났다. 분명 운동이 되는구나 싶어서 매일 같이 꾸준히 했다. 


그리고 자가격리가 끝나던 날 세상 밖으로 나와 진짜 달리기를 시작했다. 제자리 달리기는 50분까지도 할 수 있게 돼서 진짜 달리기도 30분쯤은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큰 착각이었다. 마스크를 쓴 탓도 있겠지만 내 다리로 땅을 밀고 달려야 해서 그런지 훨씬 힘이 들었다. 16분이 한계였다. 하지만 그로부터 일주일 뒤 30분 달리기에 성공했다. 얼마나 뿌듯하고 좋았는지 모른다. 


달리기를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은 것은 그로부터 한 달 뒤 1시간 30분을 쉬지 않게 달릴 수 있게 된 날이다. 총 달린 거리는 13km였다. 종전 기록보다 거리로는 5km, 시간으로는 30분이나 더 달릴 수 있었다. 살면서 이만큼 가슴이 벅찬 날이 있었을까 싶을 정도의 감격이었다.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돌아가면서 자꾸만 옆자리의 사람에게 말을 걸고 싶었다. 저 1시간 30분을 달릴 수 있는 사람이에요, 방금 13km를 달리고 왔다고요라고 외치고 싶었다. 어느 영화에서 "이거 왜 이래. 나 이대 나온 여자야"라고 크게 외치던 그녀의 마음이 비로소 이해되는 순간이었다. 


작년 10월에는 자전거를 사서 타기 시작했다. 금세 날씨가 추워진 탓에 그리 많이 타진 못했지만 그래도 5개월 동안 1,200km 정도를 탔다. 아름다운 풍경을 보며 힘들지 않게 더 멀리, 새로운 곳을 가볼 수 있다는 것이 참 즐거웠다. 얼마 전에는 88.74Km를 달려 최장거리 라이딩 기록을 경신했다. 언젠가 자전거를 타고 춘천에 가서 닭갈비를 먹고 오리라 생각했는데 그날이 멀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얼마나 기대가 되고 뿌듯한지 모른다. 


살다 보면 자신이 별 볼일 없고 시시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특히 나보다 더 잘나 보이는 누군가와 비교를 하면 더욱 그렇다. 나도 종종 그럴 때가 있었고 여전히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했다. 하지만 예전에는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며 한참을 괴로워했으나 이제는 그 시간과 강도가 비약적으로 줄어들었다. 스스로를 괴롭히는 대신 그의 귓가에 대고 조용히 속삭이는 상상을 하곤 한다. 근데요. 저 23km를 달릴 수 있는 사람이에요, 자전거로는 거의 90km를 갈 수 있고요. 참, 통기타로 황혼도 연주할 수 있어요. 멋지죠?


그렇게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한결 편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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