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지하 주차장에 갔다가 무서운 것을 보았다. 우리 주차장은 지하 1층과 지하 2층, 이렇게 두 층으로 되어 있는데, 나도 보통은 지하 1층을 선호하지만 자리가 없으면 어쩔 수 없이 지하 2층으로 내려가야 한다. 지하 1층에도 요즘은 전기차나 친환경차 전용 자리가 늘어서 자리가 있기만 하면 웬만하면 감사하게 생각하고 주차를 한다. 그러나 굳이 선호하는 자리를 고르자면 누가 뭐래도 계단 가까운 곳이 최고이다. 주차장은 기다란 직각삼각형 모양인데 직각 부분을 제외한 두 모서리에 한쪽은 계단, 한쪽은 엘리베이터가 있어서 특히 지하 2층의 경우에는 양쪽 모두 나쁘지 않지만 지하 1층인 경우에는 집에서 가까운 방향인 계단 쪽을 선호하는 편이다. 그리고 계단이든 엘리베이터든 출구에 가까운 쪽이라는 데에는 다를 바가 없기에 가운데 부분을 제외하고는 빈자리가 잘 나지 않는다. 자리가 모두 차 있는데 양쪽 끝 어딘가에 빈자리가 있다면 퇴근 무렵이어서 차를 빼기 시작한 것이거나 내가 운 좋게 차 한 대가 빠지자마자 들어온 경우뿐이다.
어제도 주차를 간신히 마치고 집에 갔다가 볼일이 있어서 다시 차를 가지고 나가려고 하는데 차를 향해 걸어가다 보니 계단에서 가까운 쪽 기둥 옆 한 자리가 비어 있는 것이었다. 다른 자리는 모두 주차가 되어 있어서 불길한 예감에 무슨 일인가 하고 가 보니 형광등의 한쪽이 사람 어깨 높이까지 떨어져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것이었다. 아마도 SUV 같은 경우에는 차의 지붕 부분을 긁을 것이 확실하니 주차를 하지 않은 것 같고, 승용차의 경우에도 언제 완전히 떨어질지 모르니 기피하는 자리가 되어 버린 건가 싶었다. 캠핑 열풍이 불었을 때 한동안 자동차 지붕에 얹는 트렁크를 살까 하고 알아보고 다녔었는데 오늘 보니 저런 경우가 자주 생긴다면 있으면 좋은 게 아니라 필수품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닌 게 아니라, 요즘 계속해서 습도가 높은 날씨가 계속 유지되면서 내가 다니는 피트니스센터 샤워실도 그렇고 천장이 무너져 내린다는 경고가 무척 많이 보인다. 경고만 해놓는 이런 경우는 건물이나 시설물이 무너지는 게 아니라 습기 먹은 석고보드만 나사로 고정하는 부분이 부서지면서 떨어지는 거라서 놀라고 지저분해지는 정도로 끝나겠지만, 경험상 플라스틱도 습기를 머금으면 강도가 약해지는 것이 있어서 만약 그런 것으로 고정한 시설물이라면 보기에는 멀쩡해 보여도 언제 떨어질지 모르는 것이다.
생각해 보면 지금 같은 시기는 습도도 높지만 스콜 같은 폭우도 심심찮게 들려와서 지붕에 얹는 트렁크에 돈을 들이고 주차를 해도 그 주차장이 폭우에 잠겨 버리면 아무 소용이 없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그걸 피해 보겠다고 다들 비가 온다고 하면 지하 2층에 주차하지 않으려고 그렇게 경쟁을 하는 거겠지만, 양수펌프가 기능을 못해서 지하 2층이 잠길 정도라면 지하 1층이 잠기지 않는 것도 단지 운이 좋은 상황일 뿐이니까 말이다.
운동하러 갈 때는 잔뜩 흐려서 우산을 가지고 가게 만들던 하늘이 운동을 마치고 나올 때는 해가 쨍쨍 내리쬐고 있었다. 우산을 괜히 가져갔나 하는 생각을 하는 순간 빗방울이 후두두 떨어지고 멈추기를 반복했다. 나뭇잎에 머금어져 있던 빗물이 나중에 가서 비가 오듯 떨어지는 것이 요즘에는 무척 흔하기 때문에 나무 아래를 피해서 걸으려고 위를 올려다보았는데 나무가 없었다. 마른하늘에서 그렇게 빗물이 떨어진 것이었다. 올려다보고 있는데 후드득 하며 안경 위로 또다시 빗물이 떨어졌다. 이러한 와중에도 습도는 계속해서 체력을 갉아먹을 것처럼 온몸에 달라붙고 있었다.
옛날에는 어디에든 홍수가 나면 곧이어 콜레라 같은 전염병을 주의하라는 말이 뉴스마다 끊이지 나왔지만 지금은 위생 수준이 많이 올라가서 그런지 그런 뉴스는 없고 계속해서 당대표나 위메프에 관한 뉴스만 많이 나온다. 그렇지만 아직 여름은 반도 지나지 않았다. 날이 따뜻한 정도를 보니 아마 9월에도 태풍은 한두 번으로 끝나지 않을 것 같다. 엄밀히 말하면 아직 장마도 끝난 것이 아니라고 한다. 무더위가 지나고 태풍이 찾아올 9월까지 계속해서 습기가 많은 바깥공기를 버티고, 어딘가 가면 혹시 습기를 머금어 부서질지 모르는 천장에 조심하고, 언덕에 만들어지지 않은 곳은 지하 공간을 모두 주의해야 하는 나날이 이어질 것이다. 이럴 때는 독서가 최고이긴 하다. 아직까지 헤밍웨이와 페소아의 책은 끝나지 않고 중간중간 끊어질 듯한 숨소리가 이어지듯이 읽혀 나가고 있다. 그 와중에 신청해 놓은 소설 '바람의 그림자'가 입고되었다고 해서 빌려다가 읽고 있는 중이다. 카페에서 글을 쓰고 책을 읽고, 집에 돌아와 커피나 맥주를 옆에 놓고 글을 쓰고 책을 읽는 평온한 주말은 계속 이어질 것이다. 아무래도 평일은 퇴근길 하나만으로도 더위에 지쳐서 한두 시간은 축 늘어져 있는 탓에 글을 쓰거나 책을 읽거나 둘 중 하나밖에 하지 못하는 날이 반복되고 있고 한동안 그럴 것이다. 그리고 대부분 책을 읽는 편을 택한다.
그러고 보니 자동차 위에 올릴 트렁크 얘기를 쓰고 나니 생각이 나서 말인데, 이런 날씨가 계속된다면 머리에 방수 모자를 쓰는 것을 심각하게 고려해 보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어차피 집에 가서 머리를 감아야 한다면 땀이 빗물보다 낫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