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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up L Jul 29. 2024

되찾은 리듬

컴퓨터와 키보드, 휴대폰과 키보드의 조합을 사용하는 것은 태블릿이나 휴대폰에 들어 있는 소프트웨어 키보드(온스크린 키보드)를 사용하는 것과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키를 누르는 느낌이 확실히 난다는 점, 키의 위치를 눈으로 보지 않고 정확히 알 수 있다는 점이 가장 대표적이다. 그리고 그로 인해 파생되는 차이가 바로 글자를 입력하는 속도이다. 소프트웨어 키보드로 글을 쓸 때는 매번 지금 누르려는 키의 정확도에 대한 확신이 적기 때문에 무슨 키인지 대충이라도 눈으로 확인하고 나서 눌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계속해서 뒤로 가기를 눌러 지우고 다시 써야 하는 일이 생길 수 있다. 50% 확률로 빨리 치고 지우고 다시 쓰는 일을 감수하느냐, 처음부터 천천히 쓰느냐의 문제가 된다.
그런데 이것은 반드시 소프트웨어 키보드에만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니다. 표준적인 키의 크기가 아닌, 특히 상당히 작은 키를 가진 휴대용 키보드를 사용하게 되면 손가락 아무리 정확한 위치에 놓았다고 하더라도 글을 쓰는 데 오타가 날 수밖에 없다. 손가락을 모은 정도에 따라서도 오타가 나기 쉽고, 실제로 전체 크기가 작은 키보드의 경우에는 키의 개수를 줄이기 위해 Fn 키를 눌러야 하는 특수문자의 종류가 다르기도 하는 식으로 차이가 많이 나기 때문에 계속해서 키보드에 눈에 갈 수밖에 없고, 눈으로 키를 확인하는 시간만큼 글을 쓰는데 속도가 느려지는 효과가 나타나게 된다.
내가 보통 밖에서 사용하는 키보드는 롤리 키보드이다. 엘지에서 나왔던 것인데, 지금도 만드는지는 모르겠지만, 옛날 대나무를 엮어 만든 책(영화 '영웅'을 보면 아주 많이 나온다.)처럼 돌돌 말아서 가지고 다니게 되어 있는 키보드이다. 그 뒤에 나온 제품은 숫자키도 별도로 한 줄이 배정되어 있고 여러모로 편해진 것 같지만 일단 가로길이가 짧기 때문에 키 자체에도 신경이 많이 쓰이고, 시프트 키나 화살표 키의 위치도 마구 구겨 넣어서 보지 않고 치면 의도한 대로 되지 않는다. 그리고 내가 사용하는 제품의 경우에는 숫자나 특수문자나 모두 Fn키를 눌러야 하기 때문에, 특히 % 같은 것을 치기 위해서는 Fn키와 함께 시프트까지 누르고 를 눌러야 했다.
그런데 지금 나는 불평을 하고 있는 게 아니다. 롤리 키보드가 일반적인 키보드의 규격과 어긋나게 만들어진 덕분에 내 글쓰기 방식에 빛을 내려 주었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내가 글을 쓰는 방식은 어딘가에 있는 것을 내 머리의 생각을 통해 받아 흐름을 따라가며 받아쓰기하듯이 글을 풀어놓는 것이라고 여러 번 설명한 바 있다. 그래서 볼펜이나 샤프로 글을 쓸 때조차 신나서 글을 써 나가기 시작하는데, 그러다 어느 지점을 지나면서 문장이 쓰여지는 속도가 생각이 흐르는 속도보다 빨라지고 이어서 순간적으로 브레이크가 걸리듯이 멈추, 그런 요철을 만나 글 자체에 신경을 쓰다가 결더 이상 글이 진행되지 않는 경우가 생각보다 자주 생겼다. 그건 컴퓨터 파일로 넘어오면서도 마찬가지였다. 휴대폰으로 글을 쓸 때는 조금 나았지만 그렇다고 그런 경우가 아예 없어진 건 아니었다.
그때 약간위로가 되었던 것이 아슬아슬한 시점에 속도를 확 낮추면서 계속 생각을 따라갈 수 있게 해 준 롤리 키보드였다. 수시로 느려지고, 그러면서도 거기에 신경을 쓰면서 천천히 쓰다 보면 오타도 적게 나왔다. 그 정도 신경 쓰는 것으로는 글도 멈추지 않는 절묘한 균형이었다. 그래서 휴대폰으로 글을 쓸 때는 생각보다 제법 마음에 드는 글(정확히 말하면 마음에 들지 않지 않는 글)이 나왔던 것 같다. 그렇지만 컴퓨터로 글을 쓰면서 노트북 키보드가 있는데도 굳이 롤리 키보드를 사용하게 되지는 않았다. 그리고 요즘 노트북은 싸구려가 아닌 이상은 나름대로 키감이 좋다. 그런 와중에 생각에 취하고 글자가 한 글자 한 글자가 순식간에 나타나는 것을 보면 흥분해서 키보드를 마구 쳐 내리지 않을 수 없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휙, 하는 느낌이 나면서 글이 멈춘다. 그다음부터는 매번 똑같다. 볼펜으로 신나서 글을 쓸 때처럼, 글을 처음부터 천천히 읽어본 다음 어떻게 이어서 써야 할지 고민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다시 신나서 써지게 된다면 다행이긴 하지만 다시 읽어 보면 다시 신나서 써진 부분과 멈춘 부분 사이는 전혀 필요 없는 사족 같은 문장이 자리 잡고 있게 된다.
그래서 글을 쓸 때는 뭔가 휴대폰으로 롤리 키보드를 이용해서 글을 쓰는 것 같은 일종의 통일된 도구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해 보면 수첩에 만년필로 글을 쓸 때는 밖에서나 집에서나 동일한 수첩에 동일한 만년필로 글을 썼다. 그런데 첨단기기를 사용하려고 하니 오히려 도구가 넘쳐서 매번 다른 것들을 사용하려고 하게 되는 것이었다. 키보드도 여러 가지, 입력할 화면도 여러 가지이다. 게다가 심지어 노트북이라면 사실 소프트웨어도 여러 가지 중에 선택해야 한다.
처음에는 컴퓨터에 글을 쓸 때는 일부러 천천히 쓰기로 했다. 그냥 그렇게 마음을 먹었다. 마음만 먹었다는 것은 흥분하면 잊어버리고 수시로 브레이크가 걸리는 경험을 했다는 뜻이다. 컴퓨터로 글을 쓸 때도 롤리 키보드를 사용해 보려고 해 보았지만 굳이 힘들게 그럴 필요는 없어 보였다. 게다가 나는 키보드의 키감이 좋아서라고만 하기에는 좀 그렇지만 기계식 외장 키보드도 두 개나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키보드가 문제가 아니라 도구 자체가 여러 갈래로 갈라졌다는 것 자체가 문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집에서도 리 키보드와 휴대폰으로 글을 쓴다면 아무 문제가 없을 것이다. 아예 컴퓨터는 저장하는 역할만 하고 애초에 컴퓨터에서 글을 쓰지 않으면 되는 것이었다.
생각해 보니 무척 간단한 결론이었다. 컴퓨터에 설치해 놓은 프로그램은 결국 텍스트 파일로 저장하는 데만 사용하고 실제 글을 쓸 때는 휴대폰만 사용하기로 했다. 그렇게 휴대폰에 글이 대여섯 개 쌓이면 컴퓨터에 옮겨서 붙여 넣기를 하고 지워 버렸다.
하지만 이건 정확히 말하면 리듬을 찾았다고 할 수는 없었다. 여기서 핵심은 롤리키보드인데, 키보드 종류에 따라 글을 쓰기에 좋다, 나쁘다가 결정되는 건, 그것처럼 비효율적인 일이 또 있을까 싶었다. 글이 잘 써지지 않으면 그 마법의 키보드를 사용하지 않아서라니. 그렇다고 다른 키보드로 글을 천천히 쓰는 것은 불가능했다. 여러 번 시도를 했지만, 어차피 글은 점점 빨리 써지게 되어 있고, 문장이 생각을 추월하는 그 순간이 되기 전까지는 어쨌거나 나는 신나게 문장이 생각을 놓치지 않게 하려고 열심히 달리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 와중에 '너무' 빠를까 봐 속도를 일부러 낮추는 게 실제로 가능한 일일까?
그리고 실제로 그런 고민은, 사실 롤리 키보드만 계속 사용했다면 금방 사라졌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나에게는 외장 키보드가 두 개나 더 있다. 그리고 롤리 키보드가 글쓰기에 좋다고 그 둘을 팔아버리고 싶지도 않았다. 그래서 가끔 한 번씩이라도 써 보아야 했는데 솔직히 키감부터 모두 롤리 키보드보다 훨씬 낫다.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겠지만 기계식 키보드는 솔직히 글 쓰는 맛을 더 키워주면 키워주지, 잘라먹지는 않는 것 같다. 솔직히 일부러 천천히 쓰려는 노력을 해서라도 기계식 키보드를 써야겠다고 생각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기는 하다.

전자책, 용도의 재발견


나는 예전부터 리디의 '셀렉트' 서비스를 구독하고 있었다. 그래서 리디 북스라는 리더도 사용하고 있었는데, 우연한 기회에 오닉스에서 나온 Boox라는, 리디북스와 비슷한 크기의 e-ink기기도 사용하게 되었다. 리디 북스와 달리 Boox는 안드로이드 기반의 일반 태블릿이어서 앱을 마음대로 설치할 수 있었다. 그러다 보니 리디 앱이나 도서관 앱도 설치할 수 있는 장점이 있었다. (쓸데없는 사족이기는 한데, 항상 이북 리더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나에게 크레마도 사용하느냐고 묻는 사람이 있어서 대답하자면, 나는 기껏 구매한 크레마가 금방 고장 나는 것을 본 이후로 절대 크레마 클럽에 가입하지도 않고, 업체를 불문하고 한 번씩 로그인 테스트를 통과하지 않으면 가지고 있는 파일을 열람하는 것조차 금지하면서 전자책을 소장이라는 이름으로 판매하는 것도 절대 구입하지 않는다. 회사가 망하면 로그인 테스트를 통과하는 건 불가능할 테니까.) 전자책 리더는 리디북스만 사용할 때는 읽을 만한 책이 있으면 다운로드한 후 그때만 조금 들고 다니면서 그 책만 읽고는 했지만 북스로 도서관 책을 읽을 수 있게 되면서 거의 매일 들고 다니는 도구가 되었다.
그렇게 사용하던 어느 날, 북스의 리디 앱에서 로그인을 다시 하라는 메시지가 떴다. 아마 앱을 업데이트 한 직후였을 것이다. 그런데 로그인을 하다 보니 온스크린 키보드누르자 e-ink 특성상 글자가 느리게 나타나는 것을 보았다. 그건 어차피 최초에 리디 앱과 도서관 앱들을 설치하기 위해 검색할 때도 당연한 듯이 넘어갔던 일이기도 하고, 정 거슬리면 화면 반응 속도를 빠르게 설정하면 되는 일이지만, 사실상 반응속도를 최대한 빠르게 해도 일반적인 액정 화면처럼 반응하지는 못했다. 보통 생각하는 계산기의 액정보다 약간 느리다 싶을 정도의 반응 속도였다. 살짝 답답해하면서 비밀번호까지 다 누르고 엔터를 누르는 순간, 반짝, 생각이 났다.
'애초에 똑같은 입력에 대해 화면에 표시되는 속도 자체가 느리다면 키보드와 상관없이 일정한 속도로만 글을 쓸 수 있는 게 아닐까?'
내가 찾던 바로 그 기능이었다. 강제로 글을 쓰는 속도를 제어해 주는 도구. 전자책 리더답게 글을 다시 읽어 보기에부담이 없고 글을 쓸 때는 천천히 입력이 된다고 해도 휴대폰이 느릴 때처럼 버벅거리는 것이 아니라 단지 글자가 찍히는 데에일정한 시간이 걸리는.
북스안드로이드 운영체제의 전자책 리더였기 때문에 먼저 휴대폰에서 글을 쓰는 PureWriter 앱이 설치되는지부터 확인을 해 보았다. 구글 스토어에 들어가서 검색을 하고, 앱을 찾아서 설치를 한다. 설정은 휴대폰에 설정한 것과 별도로 적용되는 것을 확인한 후 휴대폰과 달리 배경도 모두 없애고(휴대폰에서 설정했던 글쓰기 화면은 벚꽃 그림이었는데 북스는 흑백 화면이어서 휴대폰에서처럼 화사하지도 않았다) 글자 크기는 조금 더 키우고 자동 저장 기능도 켰다. 글씨체는 휴대폰에서처럼 파일을 복사해서 타자기 글씨체(타산)를 넣었다. 타산체는 타자기 글씨체라서 예쁜 것도 사실이지만 실제 타자기로 치는 글자처럼 받침을 쓰거나 지울 때 윗부분의 자음과 모음이 변경되는 부분이 매우 적어서 e-ink화면에서 업데이트할 부분이 줄어드는 장점이 있다.
그러고 나서 마지막으로 블루투스 설정에 가서 키보드를 등록했다. 우선 집에 있는 키보드를 모두 등록을 한 후 마지막으로 롤리키보드를 등록했다. 어차피 밖에서는 롤리키보드를 사용할 것이다.

전자책을 글쓰기 도구로 사용하기


북스로 글을 쓰면 확실히 글을 쓸 때 시간이 걸린다. 글자를 치고 나서 화면에 나타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글자가 크면 더 오래 걸리는 것 같지만 가독성 때문에 글자 크기를 줄이는 데에 한계가 있었다. 그래도 생각을 따라가지 못할 정도로 느리지는 않았다. 롤리 키보드를 사용하면서 느낀 것은, 키보드를 눈으로 확인하면서 글을 써도 딱 알맞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만 느리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집에서 글을 쓸 때 사용한 기계식 키보드는, 의외로 빨리 글을 칠 수 없게 되니 나름의 리듬이 느껴졌다.
키보드를 치는 리듬이라는 것은 말은 자주 들었지만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그런 게 정말 있을까 싶은 생각이었다. 그리고 그 말을 가장 많이 들었던 것은 세벌씩 키보드에 대한 설명을 들을 때였는데, 나는 세벌식을 사용할 생각도 없었고 그런 역사적인 흐름에 대해서도 관심이 없었기 때문에 전혀 공감할 수 없었다. 다만 세벌식 키보드를 치게 되면 리듬을 느낄 수 있다고 했는데 그 리듬이 무엇인지는 궁금하기는 했다. 그런데 글을 천천히 치다 보니, 특히 화면에 글자가 나타나는 것을 보면서 치다 보니 모든 키가 거의 비슷한 속도로 눌리면서 나름의 리듬이 생기는 것을 발견했다. 빠르게 치려고 할 때는 어절 단위로 치면서 멈추는 것을 반복했지만 애초에 천천히 치게 되니 탁, 탁, 탁, 탁, 탁 하는 식으로 일정하게 타격하는 리듬이 생긴 것이다. 론 이건 세벌식의 리듬과는 엄연히 다르다. 세벌식에 대한 설명을 읽을 때마다 세발식의 타건에서 오는 리듬은 약간 신나는 규칙적인 소리 비슷한 느낌일 거라고 생각을 했는데 이건 그 정도는 아니고 그냥 리듬이 있다, 정도이기 때문이다.
어쨌든 이렇게 키보드를 치는 것이 습관이 되고 나니 롤리 키보드로 글을 쓸 때도 약간 짧고 세게 리듬을 담아 치는 버릇이 들어서 사무실에서도 작은 소리이기는 하지만 글을 쓰면 귀는 즐겁다. 물어보니 바로 옆자리에서도 들리지 않을 정도라고 하니까, 타격으로 인한 소리도 소리이지만 손가락 끝의 감각을 자극하는 것도 어느 정도 원인이지 않을까 싶다.

리듬을 찾아 글쓰기


나는 내가 글을 쓰는 방식 '생각의 흐름을 따라가는 것'이라고 설명을 한다. 그 밖에 할 말이 없다. 생각이 흘러가면 그것을 보이는 대로 재빨리 적어야 한다. 적지 않아도 생각은 흘러가고 따라잡지 않으면 연상이 되는 다른 생각으로 쉽게 옮겨 가 버린다. 그렇다고 다른 생각으로 옮겨간다고 손 놓고 있으면 거기서 생각이 멈추어 버리고 만다. 다른 생각으로 넘어가 버리면 어쩔 수 없이 그 생각이라도 쫓아가는데, 혹시 잘 되면 글이 두 편이 될 수 있지만 거기서 멈추면 끝이다. 글을 써내는 건 그래서 엉킨 실을 천천히 당기면 풀리는 것을 보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다. 그래서 그것을 래프팅을 할 때의 균형감 같은 약간의 쾌감이라고 생각을 했는데 물론, 손으로 글을 쓸 때에는 그 정도만으로도 충분했다. 손이 아프거나 해서 글을 쓰는 속도가 느려서 생각을 놓치는 경우도 있고 볼펜으로 흘려 쓸 때처럼 너무 빨라서 생각이 멈춰 버리는 경우가 있어서 그저 생각의 흐름 옆에 바짝 붙는 것 외에는 달리 목표가 없었다. 그런데 키보드를 사용하니 적당한 속도 안에 들어오면 생각도 놓치지 않으면서 눈으로도 일정한 속도로 화면에 글자가 나타나는 것이 보이고 귀로도 리듬감 있는 타격 소리가 들려서 글을 쓰는 것이 더 즐거워졌다는 생각이 든다.
사무실에서 글을 쓸 때는, 특히 공문 같은 것을 쓸 때는 그럴 일이 없다. 분당 몇 타 하는 말들이 쓸모 있게 들릴 정도로 정해진 것을 재빨리 써 내려가는 것이 미덕이다. 하지만 내 생각을 적는 것은 그렇지 않다. 혹여 나중에 소설을 쓰게 되더라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생각은 흐르는 것이고 나는 그 위에 띄운 배에 타고 있는 사람이다. 나는 수시로 배가 뒤집어지지 않고 유속을 따라갈 수 있도록 신경을 써야 한다. 균형을 잃어서 뒤집어지면 생각은 저 멀리 혼자 흘러가 버리고 만다. 서둘러서 빨리 가려고 하다 유속과 상관 없어지면 산으로 가게 될 수도 있다. 이때 적당히 속도를 조정해 주는 전자책과 키보드가 있다면 적당히 유속을 맞추어 흘러가면서 노가 물의 수면을 탁탁 치는 소리도 즐길 수 있다.

이제야 과거에 몇십 년동안 타자기가 작가들의 친구였다는 말이 무슨 말인지 알 것 같다. 모든 작가들은 아니겠지만 상당수의 작가들에게 타자기는 글을 쓰기 위한 필수 도구였다고 알고 있다. 그들에게는, 타자기의 타격감과 일정한 간격, 어쩌면 아무도 알아보지 못하는 자신의 글씨를 보상해 주는 그 모든 기능들이 복합적으로 기능했을 것이다. 물론 글을 쓰고 나중에 타자기로 옮겨 적은 경우도 많이 보이지만. 글쓰기의 도구는 그 사람의 글만큼이나 특징적이다. 글의 특징이 글쓰기의 특징에서 나온다면, 손글씨냐 키보드냐 역시 글쓰기의 특징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같은 사람이 만약 특정 브랜드의 볼펜을 가지고서만 글을 쓸 수 있다면, 그 볼펜을 사용하지 않고 쓴 글과는 다른 뭔가가 나온다는 뜻이니까. 키보드를 가지고서만 글을 쓸 수 있는 사람이라면 손글씨에서는 빠지는 뭔가가 을 것이다. 그 특징이야말로 그 사람의 글의 특징이 아닐까 한다.

중요한 것은 글을 계속 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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