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하하하"
나는 있는 기운을 모두 끌어올려 사무실에 들어가며 크게 웃었다.
"우하하하하"
나무문을 닫고 나서 더 크게 한 번 더 웃었다. 엠이 흘끔 올려다보더니 다시 책으로 눈을 돌렸다.
"하하하하하"
엠을 향해 한 번 더 웃어주고 나서 창문을 열었다. 사무실 바닥과 문의 원목 냄새도 좋지만 밖에서 들어오는 살아있는 공기의 냄새도 좋은 법이다. 가을이 되면 상쾌할 딱 그만큼만 서늘한 냄새가 지금 가을이라고 뼛속까지 느끼게 해 준다. 걸어오는 길에 가을 향기 때문에 기분이 좋아서 웃은 것도 있지만 엠과 함께 있으면 늘 심각한 대화만 했던 것 같은 생각도 문득 들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엠, 좀 웃어봐"
"책 읽잖아."
"책 읽어도 웃을 수는 있잖아."
"헤에~"
엠이 성의 없이 입꼬리 내려간 웃음을 짓고 다시 책으로 눈을 돌렸다. 몇 초정도 책을 읽던 엠이 다시 고개를 들고 물었다.
"뭐야? 갑자기 왜 그러는 건가?"
"뭐가?"
나는 다시 시치미를 떼고 말했다. 오, 조마조마한데? 화를 내려나? 웃음보를 터뜨리려나?
엠이 다시 무표정한 얼굴로 물었다.
"자네 좋은 일 있나? 어차피 나하고 상관없는 일이라면 나한테 장난을 쳐도 나올 게 없을 텐데?"
"좋은 일이 있다기보다는, 그냥 그런 거지."
사실 웃을 일이 많아서 웃고 다니면 좋은 것은 나다. 그런 것이 없으니 책을 읽거나 글을 쓰거나 하면서도 뭔가 쳇바퀴 도는 느낌을 받을 때가 많은 것이다. 한바탕 울거나 웃거나 하는 과정이 있으면, 감정적으로 막힌 것이 없어져서인가 조금 더 솔직해질 수 있는 느낌이다.
"엠."
"왜?"
"내가 감정 표현을 하면 어색한가?"
"감정표현이 어색한 게 아니라 자네가 어색하게 크게 웃으니까 어색한 게 아닌가? 지금도 보게. 갑자기 평소와 다르게 껄껄거리고 약 올리듯 얼굴을 쳐다보고, 그런 게 평소에 하는 일이 아니니까 어색해 보이는 게 당연하지 않겠나?"
"그건 그래."
"엘"
"응?"
"지금 읽는 책 이야기를 해 줄까?"
"왜, 웃긴 얘기인가?"
"웃긴 건 아니고. 미래에 대한 공상과학소설인데, "
엠은 내 대답을 듣지도 않고 바로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순간이동을 이용한 우주여행이 가능해지는 미래가 배경이네."
"순간이동? 우주여행?"
"실제로 우주여행은 아니지. 우리가 생각하는, 우주선을 타고 떠나는 우주여행은 사업가들이 대규모 자본과 시간을 투자해서 이제 새로운 관광지나 삶의 터전을 개척하는 말 그대로 모험만 남았네. 일반인들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지."
"그렇다면 우주여행을 어떻게 한단 말인가?"
"화성과 목성의 위성 같은 곳 지하에 만들어 놓은 기지들이 있네. 그 기지들은 평소에는 지하에 처박혀서 기상의 영향을 받지 않게 안전하게 보호받고 있지. 지진이 나도 쪼개지지 않도록 일정한 두께와 구형으로 만들어서 실제로는 폐포처럼 수많은 구들의 연결이 되어 있는 셈이야. 지진이 나면 연결부위가 끊어지면서 막힐 텐데 그건 사고라서 어쩔 수 없게 되더라도 그 구멍에는 최대 네 명 정도, 자동차 한 대 정도만 통과할 수 있게 되어서 그런 일이 발생하더라도 희생을 최소화하려는 거지. 공간을 크게 만들었다가 그 내부에 있는 사람들이 다 죽으면 안 되니까."
"그러니까, 우주여행을 어떻게 한다는 말인가? 우주선을 타지 않고 말일세."
"잠깐만 계속 들어 봐. 그 구에도 일종의 자본주의로 인한 신분제가 작동하는데, 그 구들 중 하나가 조금 작네. 그리고 그 작은 구 안에는 들어갈 수 있는 사람 수도 많이 한정되어 있지."
"웃긴 얘기가 아닐 것 같은데."
"내가 해 주려는 얘기는 자네가 글을 쓰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지만 여기에 있는 책은 자네가 읽을 수 없으니 힌트만 좀 주려는 것뿐이네. 자네 기분을 풀어주려는 것도 아니고 껄껄거리는 데 동조하려는 것도 아닐세. 그냥 듣게나. '엠은 감정이 없군 그래'라고 하면서 말이야."
"자네 화났나?"
"내가 화를 그렇게 잘 내는 사람으로 보였나? 사실은 이 책을 다 읽었는데 자네가 오면 얘기해 주려는 것을 잊어버릴까 봐 계속 들고 있었네. 이제 자네가 왔으니 어서 얘기해 주고 다른 책을 읽어야겠어. 그러니까, 자네 때문에 기분이 나빴다던가 하는 게 아닌 걸세. 알겠나?"
"알겠네. 그런데 그 책은 어디서 났나?"
"어디서 나긴. 사무실에 생기고 사라지는 수많은 책들 중 하나지. 책꽂이에 꽂으면 언제고 수시로 사라지니까 자네가 올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었네."
"그 책은 두고 또 새로 뽑아오면 되지 않나? 혹시 읽고 있는 책을 다시 꽂아야 새로운 책을 뽑을 수 있다거나 하는 대출 시스템 같은 건가?"
"그건 아니고, 그냥 자네가 올 때까지 일어나기 귀찮았네."
"그렇군."
어쨌거나 엠이 이야기를 시작했으니 끝내게 만들어야겠다. 배경만 장황하게 이야기했는데, 무슨 결말이기에 나에게 이야기해주고 싶었다는 걸까?
"그래, 자본주의의 구까지 했네. 그 얘기나 다시 해 주게."
"듣고 싶나?"
"나는 그 책을 읽을 수 없지 않나? 거기까지 들으면 그 뒤는 궁금해지는 게 당연하지."
"그렇군. 나도 인간 비스무레한 것이지만 인간이라는 종의 호기심이란 도저히 감을 잡을 수 없단 말이지."
"응?"
"그냥 그렇다고."
"응."
"사실 우주여행이라고는 하지만 반드시 우주일 필요도 없네. 순간이동을 이용한 여행이기 때문에 포트만 있다면 언제든지 순식간에 목적지에 도착하기 때문이지. 예를 들어 달 기지에 있는 포트와 한쌍인 포트가 워싱턴에 있다면 자네나 나는 워싱턴으로 가는 포트로 들어간 후 나와서 거기서 달 기지에 있는 포트와 연결된 포트로 들어가면 순식간에 달나라로 가는 것이지. 무슨 말인지 알겠나? 그 포트를 설치하는 것까지가 우리가 생각하는 우주선으로 영차영차 가야 하는 것이지, 단순한 여행객들은 그 포트만 통과하면 된다는 말이야."
"좀 색다른데?"
"그 포트는 원자를 분해해서 재조합하는 과정이네. 실제로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여기서 무너지면 같은 속도로 반대쪽에서 구축이 되어 포트를 구성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만 사용할 뿐 실제로는 아무 반응이 없는 것과 똑같은 거지."
"조금 어렵군. 포트에서 포트로 가는 게 아니라 한쪽 포트에서 분해가 되면 다른 포트에서 새로 만들어지는 거라는 말이지?"
"물질이 새로 생겨나는 거야. 이쪽에서 소멸된 물질이 저쪽에서는 생겨나는 거지."
"-1과 1을 더해서 0이 되는 것이군. 결국 우주에는 변화가 없다는 것이고. 하지만 모든 과정에 에너지가 전혀 사용되지 않을 수는 없는데 그 에너지를 소비하는 것이 포트겠군."
"그래, 그게 소설의 전제야."
"그럼 정신은 아디로 가나?"
"정신은 어디로도 가지 않는다네. 이 텔레포트 방식을 실용화하기로 발표가 되면서 한바탕 혼란이 있었지. 순식간에 정신이 이동한다는 설부터 의식이 있어야 물질도 이동할 수 있다는 설까지. 증명할 수 없는 것일수록 주장은 강하게 나오기 마련이지."
"그래도 텔레포트가 실제로 사용되는 미래라면 그런 건 어느 정도 정리가 된 상태가 아닐까 싶은데?"
"맞아. 정신, 그러니까 의식은 어디에나 있는 것이고 물질에 달라붙는 것으로 결론이 났네. 그런 식으로 종교계와 과학계가 일시적으로 손을 잡은 거지. 하지만 달라붙는 것은 3차원 물리세계가 아니어서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는 것이네. 책상 위에 그린 동그라미에 손가락을 대면 손가락 끝의 점에서부터 시작해서 종이에 닿는 전체 면적의 동그라미가 될 때까지 동그라미 그림 입장에서는 뭔가 갑자기 가운데에 생겨나는 것처럼 보이겠지. 의식도 의식을 영위할 만한 구조체가 나타나면 그런 식으로 달라붙는 거지. 그리고 3차원에 사는 우리가 보기에는 뇌의 내부 한가운데에서 생겨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고."
"그런 식으로 설명이 되었다는 말이지? 그러면 멀리 떨어진 곳으로 순간이동하면 의식들끼리도 섞이지 않을까?"
"그렇지만 방금 전까지 의식과 교류하던 뇌의 신경구조체는 그 교류의 독특한 흔적을 가지고 있어서 의식이 바뀌는 일은 거의 없네. 그 흔적은 바로 기억이야."
"알겠네. 이것도 배경인가? 아니면 그게 소설에서 하려던 이야기인가?"
"아직 배경이네. 사람이 사용해도 전혀 해가 가지 않는 텔레포트 기술이라는 거지."
"근데 텔레포트면 그런 생각이 들지 않나? 빠져나갔다가 돌아올 수 있는지 같은 거. 돌아올 수 없다면 가다가 멈추면 몸이 끊어지거나 할 수도 있으니까."
"음... 자네가 보았던 영화 중에 스타게이트를 생각하면 되네. 스타게이트에서 유적에서 발견된 것이 자네가 이야기한 방식의 포트이고 이 책에서 말하는 포트는 피라미드 내부의 포트인 거지. 자네뿐 아니라 자네 주위의 공기까지 패키지로 보내는 방식. 그 범위 안에 들어가지 못하면 끊어지는 거고 말일세."
"무슨 말인지 알았네. 그럼 한 방향으로밖에 못 가는 건가?"
"그렇네. 기계 한 쌍으로는 한 방향만. 반대쪽이 꺼져 있으면 아무 반응이 없는 거고."
"보냈는데 반대방향이 꺼져 있거나 하면 차원 사이에 갇히거나 하는 일이 있는 게 아니고?"
"그런 일은 없네. 우주에 -1만 있을 수는 없으니까.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물리적인 원자가 사라지는 것이니 최소한 폭발을 해서 열로 방출되기라도 해야 하네"
"그럼 텔레포트하는 사람은 무엇을 보게 되나?"
"워낙 순식간이라서 보는 건 따로 없네. 그냥 이동하기 전 기계 내부를 보다가 이동 후 새로운 기계의 내부를 보겠지."
"아까 작은 구 이야기를 했지?"
"포트는 함부로 만들 수 없게 되어 있네. 받는 포트는 보내는 포트보다 무조건 커야 하지. 그리고 받는 포트가 지나치게 크면 도착하는 순간에 공기가 부족해서 질식에 의한 쇼크가 올 수 있어. 그래서 받는 곳과 보내는 곳을 똑같은 크기로 만들어야 하네. 쇼크를 고의로 만들 수도 있고. 받는 포트를 잠수함에 넣어두고 그 잠수함을 바다 깊은 곳으로 침몰시킨 후에 전력이 다 되기 전에 몇 명을 포트를 통해 보내버리는 일이 벌어지면서 기술을 가진 기업이나 개인들은 모두 정부의 감시를 받게 되었지. 돌아올 수 없기 때문에 더욱 치명적인 범죄가 되었고 말이야. 그런데 민간기업과 정부가 합작을 하면 정말 자본주의의 괴물 같은 것이 만들어지게 된다네."
"그게 아까 말한 작은 구인가?"
"다른 행성 기지들은 구 모양이라고 하지 않았나? 그곳에는 모두 지구에서 오는 사람들이 거치는 세관 같은 역할을 하는 구가 있어서 그곳에 포트들을 모아놓게 되어 있네. 공식적으로는 그 구들이 바로 지구와 연결되는 유일한 연결고리이네. 그래서 그런 구는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두 개씩 있지. 그러면 한 번에 여행객을 두 세트씩 보낼 수 있으니 더 효율적이기도 하고 말일세. 그리고 여행객들도 그렇게 알고 있어. 지진이 나서 구들 사이의 연결고리가 끊어진다면 시간은 걸리겠지만 결국 그 포트가 있는 구와의 연결만 다시 복구하면 사람들은 언제든지 지구로 돌아올 수 있네."
"그렇겠지. 장비는 그때그때 포트를 통해 옮길 수 있다고 해도 중요한 건 안전이지. 필요가 아니라 안전. 포트가 완전히 사라지거나 포트를 유지할 사람이 없어지면 지구에서는 기지를 잃어버린 셈이 될 테니까."
"그런데 그중에서 정부의 묵인 하에 몇 개의 대형 포트가 존재한다네. 행성마다 한두 개 정도 5층 빌딩 크기의 구가 있네. 보통은 훨씬 크지. 하지만 그 비밀에 싸인 구는 많이 작네. 그리고 실제로 3층짜리 빌라가 두 채 들어 있지."
"빌라라고? 다세대주택?"
"맞아. 그리고 그 부지 전체가 대형 포트 안에 들어가 있어서 언제든지 지구로 한 번에 이동할 수 있네. 그리고 여기서 과학자들이 조금 장난을 쳤는데, 행성과 지구에서 보내는 포트의 상하를 서로 반대로 위치하도록 조립을 했네. 그러면 보내는 포트와 받는 포트를 겹쳐서 놓을 수 있으니까. 되는지 안되는지 실험을 해 보았는데 의외로 잘 되어서 그대로 쓰는 거지. 하지만 일반인들의 여행 루트는 신분검사 때문에 따로 하게 되어 있네. 입국장과 출국장이 분리되어 있는 것과 같은 거야. 그러니까 작은 구의 경우 포트를 겹쳐서 물리적으로 한 공간에서 왔다 갔다 할 수 있게 되어 있고, 그것도 실내에 있는 상태에서 번거롭게 돌아다니지 않고 가능하게 해 놓았으니 대단한 특혜인 셈이지."
"엄청난 부자들인가 보군."
"물론 그들도 그렇게 여행을 가지는 않아. 여행은 모두 신분검사를 위해 똑같이 하지. 빌라 포트는 다른 용도이네."
"무슨 용도? 용도 같은 게 있을 수 있나?"
"지진이 났을 때 구들이 서로 분리가 되면서 내부의 안전을 우선시한다고 했지?"
"기억나네. 연결고리에 있었던 사람들만 재수 없게 죽는 거지."
"맞아. 그런데 그때, 빌라에서 술파티 하던 사람들은 술파티하던 그대로 지구로 탈출해 버리는 거야."
"아..."
"그리고 안전이 확보되었다고 하면 다시 놀던 곳으로 돌아가는 거지. 어차피 지구에 와서도 나와서 돌아다닐 수는 없으니 다른 사람들보다 쉽게 여행한다고 할 수는 없지만 기지를 복구할 수 없는 상황이 된다면 이 사람들은 이미 지구에 있으니 그냥 포트 밖으로 걸어 나오면 되는 거야."
"타이타닉의 1등석 같은 거구만."
"그런데 문제는 구가 터져버렸을 때이지."
"이게 본격적인 사건인가?"
"맞아. 화성에서 기지 가까운 곳에서 화산이 터지면서 마그마가 분출하고 그로 인해서 지반의 압력이 지나치게 불균형을 이루면서 기지 전체가 마그마 쪽으로 밀려나가게 돼. 하지만 안전을 위해 지표면 가까운 쪽에 배치한 작은 구가 문제가 되지. 지진이 나는 순간 그 사람들은 통째로 지구로 보내졌네. 연결고리가 끊어졌으니 당연히 화성의 기지에 있는 사람들은 몰랐겠지. 그리고 마그마가 점막처럼 흘러내려 지표면 가까운데 있는 기지의 온도가 미친 듯이 올라가는 거야. 지구로 빌라를 보내고 나서 지구로 향하는 방향의 포트는 이미 열에 의해 망가져 버렸어. 온도 센서가 고장 나서 온도가 전송되지 않지만 지구에서는 평범한 오작동이라고 생각했지. 지진이 나면 늘 있던 일이라서. 게다가 지구에서 받는 쪽의 포트는 아래쪽이어서 지구로 보내는 쪽 포트에 비해 열을 덜 받는 상태였어. 그래서 정상 동작을 할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었고. 어느 정도 상황이 정리되고 구와 구 사이의 연결을 위해 자이로스코프를 활용한 구의 회전을 조금 진행하고 연결부위의 조정이 끝나고 구들끼리 하나씩 연결이 되기 시작했어. 그래서 지구에서도 빌라를 다시 보내기로 했지. 화성기지 전체의 연결 복구가 거의 끝날 때쯤 빌라도 도착해 있는 편이 화성에 있는 사람들에게도 의심스럽지 않을 테니까 말이야."
말을 많이 해서인지 엠은 갑자기 일어나서 정수기로 가서 물을 한 잔 떠마셨다. 그리고 창밖을 내다보았다. 기다리다 내가 한 마디 했다.
"빌라에 있는 사람들에게 무슨 일이 생기는군. 지금까지 보면 그건 반전도 아닌데?"
"맞아. 빌라가 포트하는 순간 구가 녹아내리고 용암이 쏟아져 들어오기 시작하지. 이상이 있다는 신호와 비명소리를 듣고 지구에서는 포트를 다시 동작시키려고 하지만 지구로 보내는 포트는 이미 고장이 난 상태인 거야. 상황실에서는 비명소리만 계속해서 듣고 있고 이윽고 조용해졌을 때는 누구도 숨도 쉬고 있지 않았지."
"그리고 끝인가?"
"나중에 연결부위가 조립되면서 다른 구에서 문을 열었을 때, 사람들은 기지의 공기가 순식간에 빨려 들어가는 것을 느껴. 용암이 식으면서 어느 정도의 진공상태가 된 거야. 살아있는 사람이 있었다고 해도 결국 질식해서 죽었겠지. 뜨거운 건 둘째치고 말이야. 1층은 용암이 완전히 채우고 있었어. 2층과 3층은 용암은 없었지만 모두 열로 인해 불에 타버린 흔적만 있었고. 지구에서는 막으려고 했지만 화성 기지 팀이 단독으로 탐험을 했고 책임자들조차 그렇게 큰 포트가 가능하다는 것을 거기서 처음 발견하게 돼. 그 포트를 본 사람들은 모두 비싼 돈을 받고 표를 팔면서 그보다 비교할 수 없는 액수의 돈을 내면 집을 통째로 옮길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아무리 빈부격차가 나더라도 그 자체로 생명의 위협을 받는 건 아닌 지구에서 살겠다고 결심하게 되지. 누가 봐도 빌라를 지구로 포트한 다음 빌라에 들어가고 다시 포트하는 식의 불법적인 이동이 불가능할 것 같지는 않았기 때문이야."
"흥미롭군."
내가 말했다. 하지만 이런 일이 실제로 일어난다면 정부나 기업은 꿈쩍도 하지 않을 것이다. 사람이 죽었다는 것에만 집중하게 하고 비극이라는 이름 뒤에 모든 것을 숨길 것이다. 그리고는 빌라 포트가 없으면 우주여행 자체가 없을 것이라고 할 것이다. 대다수는 우주여행에 관심이 없고 우주여행을 하는 사람들도 일생에 한두 번 기념하러 갈 뿐이다. 어마어마한 금액을 낸 사람들이 무엇을 할지는 관심을 가질 틈도 없기도 하다. 뭔가 안전장치가 바뀌기는 하겠지만 돈을 많이 내놓는 일부에게 조금이라도 특혜를 받는 느낌을 주어야 하는 의무는 정부에게서 덜어질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