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년.
천오백 년 중 오백 년이 흘러 이제 천 년이 남았다.
그 말은, 나는 죽을 때까지 여기서 살아야 한다는 뜻이다. 나도, 나의 자식도, 몇십 대가 흐르는 동안 계속.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길이 보이지 않는다. 하긴 내가, 나의 부모가, 우리 마을 사람들이 이곳에 있는 것도 사실도 그리 정상적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아침이 밝는다.
나는 무덤덤하게 일어나 주섬 주섬 옷을 갈아입고 길을 나선다.
대부분의 돔 사람들은 농사를 짓는다. 농사일을 거들지 않는 것은 나를 비롯해서 열 명 남짓한 사람들뿐이다. 부모님이 맡은 밭을 지나가며 하늘을 올려다본다. 노랗다. 어릴 적부터 보던 하늘이라 그리 이상하지는 않다. 하지만 보고 싶다. 그 파랗다는 하늘. 구름이 노랗지 않고 하얗다는 하늘.
이 위성에 연구소가 들어온 것은 약 오백 년 전이다. 마을이 생긴 것은 그로부터 약 삼백 년이 지나 상주할 사람이 필요해지면서였다. 사람들은 물방울 같은 돔에서 자급자족하며 산다. 돔 하나에 마을 하나. 적도에서 가장 높은 곳에 건물 구석구석이 녹슨 옛 연구소가 있고 연구소를 둘러싼 골짜기 여기저기에 스물몇 개의 돔, 즉 마을이 있다. 마을들에서 자동차를 타고 삼십 분 정도 달리면 산소공장이 있다. 이산화탄소에서 산소를 분리해 내는 곳이다. 내가 일하는 곳이기도 하다. 사실, 지금 와서 생각하기에 이곳에 이주를 허락한 근본적인 이유 자체가 이 공장이다. 공장에서 만든 산소를 우리가 사용하기는 하지만 사용량은 미미한 수준이고 모두 몇 달에 한번 꼴로 새로 생기는 돔에 가득한 식물을 키우는 데 사용한다. 아마 식물들이 어느 비율 이상으로 많아지면 공장보다도 많은 산소를 공급하게 될 것이다.
천 년.
내가 천 년에 집착하게 된 것은 작년부터 연구소에서 가장 가까운 마을에서 살게 된 A의 영향이 크다. 그는 훤칠한 키에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눈에 쉽게 띄기는 하지만 그를 볼 일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연구소에서 지내다가 일주일에 한 번 마을로 돌아오는 그는, 지구로 이 위성의 광물을 보내는 일을 하고 있었다.
“지구에선 너희는 없는 사람들이야.”
“없다니?”
“너희들 뿐만 아니라 지구에 있는 사람들도 돈이 없으면 없는 거나 다름없는 사람들이야. 사람들이 원하는 건 돈이니까. 수중에 돈이 있는 사람만이 존재하는 사람이야.”
“...”
“너희는 수중에 돈이 없으니 상대해서 뭐 하겠냐.”
그래서 이곳에서 지구로는 가 볼 생각도 못하는 것이다.
그는 우주에서 '영원히 봉인된 타임캡슐'을 만드는 일을 했다. 지구에서 사람들이 영원한 약속으로 삼은 징표를 보내오면 그는 그 징표를 투명한 플라스틱으로 굳혀 포장하는 장면과 우주로 날려 보내는 장면을 찍어 지구로 보냈다. 그는 우주에 상주하며 일을 하는 대가로 많은 돈을 벌었다고 했다. 그가 일자리를 잃은 것은 지구의 사람들이 지구 대기권의 우주쓰레기를 수거해 가지고 지상으로 내려가는 일을 끝낸 직후였다. 지구에서 우주로 버리는 것은 무엇이든 금지되었고 타임캡슐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그는 다른 돈 되는 일자리를 알아보았다. 우주에서 혼자 일한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했다.
“이 일은 한 오 년만 하면 돼. 그 뒤로는 평생 놀고먹을 수 있어.”
“오 년만 있다가 돌아가겠다는 뜻인가?”
“여기선 돈이 많아도 소용없잖아. 내가 여기에 있는 동안 지구에 있는 은행만 좋은 일 시키는 거지.”
그는 지구를 마음껏 자랑했다.
파란 하늘이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어쨌든 돔 없이 어디나 마음껏 가고 바라보고 숨 쉴 수 있다는 건 좋아 보인다. 오 년 뒤 그는 돌아간다. 광석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