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타로 카드점을 보았습니다. 아내가 친구들을 만나면 가끔씩 봐달라고 할 때가 있습니다. 잘 맞는다고는 하지만 어차피 제가 제 문제로 볼 때는 똑같은 카드도 해석하기가 힘들어서 그냥 보지 않게 되는데, 역시 남의 문제는 입 밖으로 내뱉기가 더 쉬운가 봅니다. 오늘도 아이들 교육 문제로 세 번을 보았는데, 첫째는 매우 좋게 나와서 믿고 놔두어도 되겠다, 본인도 어느 정도 스트레스를 받고 있으니 기다려 주자, 하는 결론이 나왔지만 나머지 두 번은 먼저 부모가 정확히 얻고자 하는 결과가 무엇인지 정하고 나서야 결실이 있을 것이다, 같은 식으로 약간 두리뭉실하게 나왔습니다. 그리고 판단을 잘하라는 뜻의 '검'도 잔뜩 나왔지요. 그런 것을 보면, '자세'라는 것의 중요성을 다시금 깨닫게 됩니다. 점을 보면서 자신의 생각이 맞는지 가이드 차원 정도로 생각하는 사람은 저도 결과를 말해 주는 데 편합니다. 하지만 결과에 의지하려고 하는 사람이나, 결과가 자신의 생각대로 나와야 한다고 집착하는 사람들은 둘 다 부담스럽기 짝이 없습니다.
뉴스를 보면 진상에 대한 이야기가 많습니다. 인터넷을 보면 뉴스에 나오지 않은, 정도가 전국적으로 소문날 정도가 아닐 뿐, 진상인 것은 마찬가지인 경우가 수두룩합니다. 노키즈존이 있는데 자신도 애완동물을 좋아하지 않으니 애완동물을 데리고 오면 평생 출입금지 시키겠다는 공지사항을 걸어 놓았다는 가게와 그걸 보면서 '웬 블랙리스트냐'는 사람들, 그리고 '노키즈존은 괜찮고 왜 저건 블랙리스트냐'라는 사람들까지 몰려들어 싸우곤 합니다. 굳이 밝힐 필요는 없지만 제 의견은 가게야 어떻게 하든지 일단 공지를 한 것이니 결과에 대해서 어떻게 되거나 받아들이겠지만, 노키즈존과 같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노키즈존은 그냥 그때만 들어오지 말라는 거지 '아이들을 데리고 왔으니 다음부터 출입금지'라는 게 아니니 틀렸다는 점은 지적해야겠습니다.
저는 타로를 보면서 웬만하면 배경 지식을 최대한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질문만 막연히 듣고 골격을 이야기해 줍니다. 그러고 나서 각 카드의 부분에 대해서 배경 지식을 조금씩 대입해서 살을 붙여 가는 방식으로 해석을 합니다. 그렇지 않고 살을 붙이면서 결론을 내려고 하면 내용에 제 의견을 이입하게 되면서 끝에 가서 결론이 바뀌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으니까요. '해야 한다/하지 말아야 한다'라거나 '된다/안 된다' 같은 기본적인 결론은 내고 나서 구체적인 부분을 들여다보는 것입니다. 그래서 제가 요구하지도 않지만 상대방이 먼저 너무 많은 정보를 이야기해 주려고 하면 제가 말리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전에 본 적 있는데 거기서는', 하는 말을 가끔 듣습니다. 그래도 제가 그저 무료로 봐주니까, 그리고 '프로페셔널이 아니니까' 내 방식을 고수하지 않으면 잘 못 본다,라고 하고 양해를 구하는 것뿐입니다.
보고 나면 마음이 편해지는 부분이 분명 있을 겁니다. 그래서 한 번씩 보는 것이기도 하겠지요. 그런 기분을 상대방이 느끼면 저도 기분이 좋아집니다. 그래서 타로로 돈을 버는 사람들은 어떤가 한 번 알아보았습니다. 카카오톡 오픈채팅이라던가 이런저런 플랫폼에서 타로 점 보는 것을 가끔 호기심에 기웃거려 본 적이 있는데, 원칙이라고 사전 고지 하는 것들이 때로 '이런 손님은 아예 안 받습니다.'라던가, '이러이러한 경우에는 타로도 보지 않고 환불도 되지 않습니다'라고 공지하는 곳이 의외로 많이 있습니다. 물론 그런 공지를 하는 곳이 진상일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진상을 상대하면서 하나씩 추가된 규칙도 분명 많이 있을 것입니다. 그걸 보면서 제가 느끼는 건 단 한 가지입니다. '결국은 돈을 받고 장사하는 데에는 형식을 막론하고 다양한 종류의 진상이 붙는구나'하는 것입니다. 저는 다행히 돈을 받지 않고, 지인을 통해서만 보니까 몰랐던 부분입니다. 때로는 설명에 꼬치꼬치 토를 달고서는 잘 못 알아듣겠으니까 조금 더 세밀하게 한번 더 봐달라고 하고선 다시 보려고 하니까 질문을 새로운 것을 들고 오는 경우까지 있는 모양이었습니다. 사람을 상대하는 일은, 특히 상담이라는 틀을 빌리는 한은 어쩔 수 없는 모양입니다.
우연한 기회에 정신의학과의 상담 업무의 애로사항에 대해 들었는데, 그때도 비슷했습니다. 약을 먹지 않아서 호전되지는 않는데 이야기를 잘 받아주는 의사와 이야기를 나누는 일이 좋아서 계속 찾아오는 환자, 말을 한 번 시작하면 정해진 시간이 다 지나도, 문을 열고 나오다가 멈춰 서서까지 말을 끝내지 않는 환자, 시종일관 화를 내는 환자 등 여러 종류가 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그나마 그곳은 '그런 문제가 있는 사람들'이 찾아오는 곳이라고 생각하면 이해를 해줄 만 하지만 타로나 사주 상담은 모두 '환자라고 가정하면 안 되는' 사람들을 상대하는 일입니다.
글을 쓰는 일은 돈벌이로 하기에 '부럽기는 하지만 현실적으로 허락되지 않은'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저 동경하는 것이지만, 역시 사람 상대하는 일은 동경할 만한 것이 못 된다고 생각합니다. 회사에서도 역시 사람을 상대해야 하기는 하지만 내 앞에 오는 사람들은 일정한 폭의 '규칙' 안에 있는 사람들이니 불특정 다수를 상대하는 일보다는 훨씬 편한 셈이죠. 그러고 보면 회사에 오래 붙어 있는 게 정답인가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