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너는, 나는

by 루펠 Rup L

책을 읽다가 깜빡 졸음이 왔습니다. 졸린 건 아니고, 순간적으로 책의 내용과 관련된 꿈이 지나갔습니다. 단지 책을 덮고 잠깐 눈을 감고 떴는데, 눈이 따끔거렸던 게 피곤해서였나 봅니다. 시계를 보니 시간이 그리 많이 흐르지는 않았습니다. 책을 덮고 눈을 감았을 때, 순간적으로 저자가 말을 하고 있는 것 같은, 차가 거의 다니지 않는 70년대 길거리에 단상을 놓고 그 위에 서 있는 사람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그 쪽으로 걸어가 그 사람이
"오늘 들으셔야 합니다. 오늘은 먼데이. 내일은 M으로 시작하는 요일이 아니기 때문에 말하지 않을 것입니다."
라고 말하는 것을 들었습니다. 그것은 무슨 뜻일까요? 꿈속의 이야기는 월요일만 들을 수 있다니요. 게다가 오늘은 화요일인데요?
잠이 덜 깨서인가 다시 눈을 감고 그 꿈을 이어서 꿀 수 있을까, 이어서 꾼다면 그 사람을 만나면 그게 무슨 뜻인지 어떻게 물어보아야 하나 살짝 고민을 했습니다. 하지만 그 사람은 내 꿈의 등장인물, 조연일 뿐입니다. 아니면 그 사람이 주연이고 저는 단지 듣는 사람일 수도 있습니다. 아니, 제 꿈 속이라도 제가 주인공이 아닐 수 있을까요? 그러고 보니 반드시 제가 주연이어야 하는 건 아니겠지요. 단지 자아가 있는 조연일 수도 있지 않을까요? 꿈 자체가 존재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존재이지만, 꿈속의 사건에는 중요하지 않은 그저 관찰자에 불과할 수도 있지요. 오히려 그 편이 나을지도 모릅니다. 단지 일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지켜보기만 하는 사람. 현실에서 그렇듯 꿈속에서도 뭔가 거창한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은 어울리지 않습니다.
한 번은 누군가 기관총을 주면서 어디서 어디까지 몇 시가 되면 생각도 하지 말고 마구 쏘라고 하는 꿈을 꾼 적이 있습니다. 꿈속에서도 저는 당신이 누군데 나한테 그런 것을 시키느냐, 누군가 다치면 어떻게 하느냐고 물었습니다. 그 사람이 별다른 대답을 하지 않고 자리를 뜨길래 저도 총을 그 자리에 두고 자리를 떴습니다.
나는 어떤 것을 좋아한다, 나는 어떤 것을 싫어한다, 하는 것들이 모여 저를 파악할 수 있게 합니다. 그런 취향을 단편들을 모아 거기에 빛을 쏘고, 반사되어 되돌아오는 빛을 다시 모아 파악을 하는 지극히 간접적인 방식입니다. 남의 시선으로 보는 나를 알게 되겠지요. 하지만 어떤 일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반드시 취향의 문제가 아닌 경우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것은 취향과 달리 꿈에서도 일관성 있게 밀고 나가는 것이 많습니다. 음식은 현실에서도 수시로 취향이 변하고, 때로 새로운 것에 도전을 할 수 있지만, 현실에서 꺼려지는 일은 꿈 속이라도 꺼려지기 때문에 꺼린다는 것은 보다 저의 본질에 가까운 특성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맛있는 음식을 좋아합니다. 그중에서도 샌드위치와 불고기를 좋아합니다. 하지만 꿈속에서는 매번 좋아하는 음식이 바뀝니다. 꿈속에서는 행동에 있어서도 '나는'이라면서 주장할 만한 것이 거의 없습니다. 정말 말 없고 자의식 없는 사람처럼 이야기가 흘러가는 대로 따라갑니다. 좀비가 나타나더라도 꿈이라는 것을 알고 있어도 남들처럼 도망 다니기 바쁩니다. 누가 해치워주기를 바라면서. 그러다 결국 틀렸다는 생각이 들면 그때는 그냥 잠에서 깨어납니다. 현실이라고 해서 그렇게 나설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꿈 속이라도 천하무적이 되지는 않습니다.
저는 혹시 어떤 것에 대한 지식의 범위가 이런 것들을 결정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합니다. 결정은 지식을 기반으로 하는 것입니다. 꿈속에서도 지식을 기반으로 판단을 할 텐데, 아는 것이 없으니 묻어갈 수밖에 없습니다.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들도 어떤 것은 나에게 좋은 기억을 주었다는 지식과 싫어하는 향을 맡아본 적이 있다는 지식 같은 조각들이 대부분 좌우합니다. 실망을 하는 것도 어떤 것을 가지게 되었을 때 얻게 되는 것에 대해 너무 과도하게 잘못 알고 있기 때문에, 너무 기쁜 것도 그것을 얻게 될 거라는 것을 정확하게 알지 못했을 때 일어나는 일입니다. 모든 것은 우리가 이성적이라고 생각하는, 하지만 정확한 알고리즘은 알 수 없는 기대치 산정 공식에 따라서 우리가 아는 지식을 측정한 결과입니다. 그것은 꿈속에서도 똑같고 현실이라고 해서 조금 더 무겁거나 진지하지 않습니다. 꿈속에서 주연을 맡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어쩌면 더 진지하게 다가왔을 수 있겠습니다. 그 사람들에게 이런 것에 대해 물어보았다면 지금 제가 설명하려고 하는 것보다 훨씬 명료하게 말해 주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들은 그 세계가 그들의 전부일 테니까요. 현실과 꿈을 비교할 필요도 없이 그의 세상만으로 파악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요?
그의 세계와 나의 세계가 그리 다르지 않다면, 그에게 있어 현실이 저의 꿈 속이라면, 그의 꿈은 어떻게 생긴 곳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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