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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미낙 Jun 19. 2024

이민 말고 귀촌 (10)

슬픈 시골의 교육

아이들이 있다면 교육 문제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을 거다. 이 사안은 조금 무겁다. 오늘은 조금 무겁게 이야기하겠다.


부산에서 나고 자라 서울에서 이십 대를 보냈던 나는 지방 교육이 열악하다는 주장이 편견에서 비롯된 것이라 믿었다. 이제는 안다. 내가 순진했던 거였다.


한때 나와 내신 성적이 비슷했던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는 가정 형편 때문에 장학생으로 부산대에 입학했다. 내가 고시를 준비할 때 그 친구는 공무원 시험을 준비했다. 공부를 잘하는 친구였기에 이유를 물었더니, 자기 주위엔 고시 준비하는 사람이 드물다며, 그건 소위 SKY 대학 출신이나 준비하는 거 아니냐고 되물었다.


이건 어쩌면 그 친구의 성격이 원인이었을 수 있다. 그러나 지방은 이와 같은 사례가 유독 많다.


잠깐이지만 귀촌 후 학원에서 애들을 가르친 적이 있다. 성실해서 시키는 대로 성적이 부쩍부쩍 오르는 아이가 둘 있었다. 반에서 2~3등까지 올랐는데, 하나는 인문계에 갈 생각이 없었고, 다른 하나는 인문계를 고민했다. 학교에서는 전교 2~3등 내외의 아이들과 지역 유지의 자식들을 지원하기 때문에 어차피 교내 대회 같은 데서 수상할 가능성이 없고, 그래서 대단한 꿈을 꿀 수 없다는 게 그 이유였다. 게다가 지방에는 일자리도 많지 않아 취업을 하려면 농축산 쪽을 배우는 게 낫다고도 했다. 한 아이는 결국 농고에 지원했고, 다른 아이는 고민 끝에 인문계에 지원하였으나 대학은 안 가고 고등학교 졸업하자마자 9급 공무원 시험을 칠 거라고 했다.


서울에 있는 대학과 경북에 있는 전문대에 모두 합격한 아이도 있었다. 그 아이 역시 진학을 고민했다. 아이는 비싼 등록금 내고 서울 가는 게 아무 소용없는 일이 될까 걱정했다.


지방 아이들의 능력이 부족한가. 아니, 전혀 그렇지 않았다. 그 아이들이 나태했나. 아니, 전혀 그렇지 않았다. 그런데도 아이들은 일찍부터 꿈을 접고 현실의 무게를 가늠했다.


물론, 지방에서도 큰 꿈을 품고 펼치는 아이들이 있다. 그저 나는 사례를 든 것뿐이다. 어쨌든 나로선 지방 교육에 대한 우려가 편견이라고 단언할 수 없다.


그래서 이 부분에 한해서는 이민보다 귀촌이 낫다고 주장하기 어렵다. 이민을 간다고 해서 아이들이 모두 일류 대학교에 진학하고 그럴싸한 커리어를 쌓는 건 아니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나라에선 해외 대학의 학사 졸업장이 꽤 큰 힘을 가진다. 해외에서 공부한 아이들이 국내에서 일하는 것에 대해 엄두를 못 내고 주저앉는 일은 드물다.


그렇다고 해서 귀촌을 하는 게 아이 교육에 해가 되는 선택이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다. 아이의 장래희망에 따라, 그리고 아이의 성향에 따라, 시골 또는 지방에서 학창 시절을 보내는 게 아이에게 더욱 적합할 수도 있다.


실제로 학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동안, 뉴스로 접하는 세상이 딴 세상 같을 정도로 아이들이 순진하다고 생각하곤 했다. 여기에도 학교폭력이 존재할 테고, 물질주의에 물든 아이들이 존재할 테지만, 그 비율이 상당히 적고, 그 정도도 비교적 낮다. 공동체의 크기가 작아 개인주의가 도시에 비해 덜해서일 수도 있고, 공급대비 수요가 적어 경쟁이 비교적 덜 치열해서일 수도 있겠다.


도시에서의 치열한 생활이나 완전히 다른 문화인 타국에서 소수 인종이자 이방인으로 살아야 하는 생활이 아이의 복지에 좋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 부분은 가치관의 문제이니 더 부연할 필요는 없겠다.


시스템적인 이점도 있다. 예컨대 요즘엔 지방 학교들이 활로를 찾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시설과 강사진에 투자하기 때문에, 스포츠, 예술, 특정 과목에 집중하는 경우라면 특정 지방 학교가 최적인 경우도 적잖다.


결론을 짓자면, 교육이라는 주제에 있어 귀촌은 최우선 선택지로 볼 수 없으며, 단점도 적지 않으나, 여러 사항을 고려할 경우 무조건적으로 배제할 선택지도 아니라는 거다. 확실히 교육 문제는.. 어렵다.


여리고 푸릇한 개나리처럼 아이들이 상큼발랄하기만 하면 좋으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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