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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젠스넷 Aug 19. 2023

앞머리 탈모로 부분 가발이 필요할까에 대한 고민

마흔의 시간순행자  일기장# 3

40대에 들어서면서 나이를 먹고 있구나라고 체감했던 변화는 새치입니다.

새치의 시작은  사람마다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저 같은 경우는 늦은 편이라고 하더군요.

본론으로 들어가 이러한 변화로 인해 새로운 버릇이 하나 생겼습니다.


화장대에 거울 앞에서 앞머리 까서 속새치 확인하기 그리고 족집게로 뽑기.

앞머릿속으로 짧은 잔디처럼 삐죽삐죽 삐져나온 흰 새치가 눈에 계속 걸립니다.

흰색과 머리색이 섞여 얼룩덜룩해진 머리색이 지저분해 보이기까지...

매일 앞머리를 들어 올려  두 가닥씩 뽑아 대던 게 습관이 돼버린 것입니다.

앞머리가 왜 이렇게 힘이 없지?


앞머리가 맥아리 없듯 축축 가라앉는 느낌이 들어 본능적으로 드라이를 합니다. 앞머리 뽕 세우듯.

앞머리가 이마에 달라붙듯 축 쳐지니 사람이 되게 없어 보였습니다.


헉!!

어느 순간 숭덩숭덩 앞머리가 비어보이는 게 아니겠습니까!

와.. 머리카락들 사이로 살색의 빈 공간이 훅 훅 보이니 이건 아니다 싶더군요.


 동네에 사는 동갑 친구를 만나 차 한잔을 했습니다.

수다 꺼리는 나이따라 달라집니다.

마흔 줄이 되니  수다의 주제는 건강 아니면 애들 이야기, 그리고 아주 가끔 남편 뒷담화일때도 있지요.

영영제 얘기로 열젼을 토하다가..불쑥

"친구야, 나 앞머리 없어 보여?"

라고 물으니

친구는 어머!  하며 놀랍니다.

그리고는 자기도 앞머리가 맥아리도 없고 자꾸 빠져서

탈모 샴푸도 알아보고 약을 먹어야 하나 등등 심각하게 고민을 했더랍니다.



순간, 우리 나이대에는 이런 고민을 하는게 순서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와 친구는 ' 앞머리 가발 잘하는데 알게 되면 공유하자' 라며 깔깔거리고 다른 이야기를 넘어갔습니다.

결론만 이야기하자면, 앞머리 새치 고민은 염색을 통해서 의도치 않게 해결됐습니다.



문득, 친정엄마의 부분 가발이 생각났습니다.

엄마는 마흔 넘어 부분가발을 사용하셨었습니다.

종교활동, 봉사활동 그리고 취미활동이 왕성하셨던 분이라 외모에 신경을 많이 쓰셨습니다.

또, 저와는 다르게 화려하고, 여성스럽게 꾸미는 걸 무척 좋아하시는 분이시고요.

마흔 중 후반쯤, 파마로도 앞머리 빈 공간이 커버가 안됬었나 봅니다.

그래서 엄마는 꼽기 핀이 연결된 앞머리 가발을 맞춰 사용하셨었습니다.



우리가 매일 머리 감듯, 엄마는 정성스레 그것? 도 잘 감겼습니다.

그리고 베란다 자연광에 잘 말리셨죠.

그걸 처음 본 날 진짜 식겁했어요.

처음에는 베란다게 검은 물체가 보여 뭔가 하고 정말 조심조심 다가가 봤거든요.

공포 영화에 나오는 장면 중 하나처럼,  '머리카락이 뭉텅이로 있고 그 옆에 시체가... '뭐 이런 장면이 떠올랐었거든요.


부분가발은 엄마의 자존심을 세워주는 역할을 톡톡히 해냈습니다.

그리고 엄마는 꾸준히 머리를 풍성하게, 모발을 튼튼하게 할 보조적인 상품들을 찾아 사용하셨고요.

현재 72세이신 친정 엄마는 가발을 사용하지 않으십니다.

모발에 좋다는 영양제, 음식, 샴푸 등을 알아보고 사용하시더니 어느 순간 가발을 끊으?? 셨어요.

그리고 파마를 통해서 여리여리한 앞머리를 만들어서 본인과 잘 어울리는 스타일을 만드셨답니다.


전 물었습니다.

"엄마, 앞머리 부분가발 왜 하다 말았어요?"

엄마가 대답했습니다.

"그거 쓰니까 머리가 더 빠져~"라는 의외의 답변.


숭덩숭덩 빈자리를 메꾸려고 사용했던 핫템이 오히려 탈모를 일으켰나 봅니다.

머리에 모자를 오래 쓰고 다니면 탈모가 오듯, 그런 현상이 아니었나 생각을 해봤습니다.


엄마는 항상

'니 나이 때 관리해야 한다.' '뭐 먹어라', '뭐 먹지 말아라', '영양제 챙겨 먹어라', '뭐가 어디에 좋다더라.'

이야기를 해주십니다.

젊었을 때는,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는데, 지금은 오히려 더 묻습니다.

이제는 관심 갖고 관리해야겠다고 본능적으로 느껴집니다.

마흔 줄 들어가면 몸이 하나하나 예전과 다르다는 걸요.



어렸을 때는 엄마의 말을 잘 듣습니다. 나를 보호해 줄 보호자로 써요.

그리고 나이 먹고 엄마와 함께 늙는 세월의 동반자가 되면

그때, 다시 엄마 말을 잘 듣게 됩니다. 이때는 인생의 선배로 써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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