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러닝을 하는 이유
봄부터 러닝에 입문 이후
점점 자전거보다 러닝이 좋아지는
요즘입니다
런린이라고 하나요?
정말 무서운 알고리즘
제가 검색도 한 적이 없는데
인스타 피드에서 하나 둘 러닝 피드를 보여주기 시작하더라구요
제가 러닝을 첫 시작한 것은
2022년 군대에 입대하면서부터였고
뭔가 본격적으로 뛰기 시작했던 건
전역 후 올해 3월부터였던 것 같습니다
3월부터 뛰기 시작한지
2개월만에 교내마라톤에서 학부생 3위를 하면서
'나 좀 러닝에 재능이 있을지도'
하고 어깨를 으쓱대기도 했는데요
알고 보니 저는 새발의 피
정말 말 그대로 런린이였고
알아보면 알아볼수록
정말 괴수들이 차고 넘쳐나는 것 같은게 러닝이더라구요
제가 러닝을 하는 이유는요
30대가 되어서라는 이유보다는
누구나 말할 수 있는
러닝의 좋은 점이라고 할까요
웨이트처럼 헬스장이 필요하지도 않고
농구처럼 같이 할 인원이 필요하지도 않고
등산처럼 멀리 갈 필요도 없고
그냥 냅다 뛰고 싶을 때면
집 근처에서라도 뛸 수 있다는 것이죠
마라톤 좋아하는 소설가로도 유명한
무라카미 하루키도 그렇게 말했구요
내가 집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을 때
그냥 신발 신고
밖에 한발짝 나가기만 해도
나를 성장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정말 큰 무기라고 생각합니다
유재석씨가
무한도전 뿐만 아니라 여러 방송에서
항상 하나같이
20대 때 후회하는 일이 있다고 말하는 것이 있는데요
'나갈 곳도 없고
돈도 없을 때 집 안에서 멍하니 보낸 시간들'
사실 뭐 저는 학부생인 지금도
이 시기를 겪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약속이나 일이 없어서 집에 혼자 있게 되면
잡생각이 많아지죠
그러다가 간혹
때때로 친구들과 잡히는 약속
아니면 내가 잡는 약속
하염없이 집에서 릴스 쇼츠 틱톡
숏폼 스크롤을 내리는 것은
그게 즐거워서가 아니라
그런 사람들과의 약속들 전까지
시간을 죽이기 위한 하나의 방편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다 갑자기...
바쁜 일로 여행을 가지 못한다거나
약속을 못 갈 것 같다고...
친구에게 카톡이 띵 하고 옵니다
아쉬움과 공허함만 가득한 마음을
애써 숨기며 쿨한 척 보내는
저의 답장
'ㅇㅋ'
그렇지만
그 2주 중 딱 하나 있던 친구와의 약속이
제가 얼마나 기다렸고
내게 얼마나 소중한 것이었는데
말입니다...
일단 할 일도 없고 사람이 고프다 보니
가라면 가고 오라면 오는 사람이
되버리기도 하구요
서운함이 자꾸만 늘어나고
나만 이런 것 같고
술김에 숨겼던 서운함을 표출해버리기도 하고
"니가 어떻게 나한테 그럴 수 있음?"
그러다 보면
하나둘씩 나의 사람들마저도
저의 감정기복을 어려워하고 못 이겨서
떠나가기 시작하더라구요
싱숭생숭한 마음에 MBTI나
심리학 책 같은 것을 찾아보면서
'아 내가 타고나게 정이 많아서 그렇구나'
'사람을 좋아해서 그렇구나'
아니면 '주변 인간들이 다 나쁜 사람이구나 못됐구나'
그러면서 니탓 남탓 하며
마음을 위안하기도 했습니다만
지금 돌이켜서 생각해보면
내가 외로워서
그랬던 겁니다...
제가 군대에서 굉장히 인상깊게 읽었던 책이 있는데
바로 배우 하정우씨가 쓴
<걷는 사람 하정우>라는 책인데요
배우가 썼다고 하면
좀 짜칠거라고 생각하시는 분도 계시는데
진짜 추천하는
제가 군대에서 100권 넘게 읽으면서
다섯 손가락에 들 만큼 좋은 책이었습니다
배우 하정우 씨가
걷기 운동을 정말 좋아한다고 하는데
걷기 이야기만 하는게 아니라
그 외 여러 자기의 인생관이나 사상들이
책에서 잘 드러나더라구요
가장 좋아하는 부분을 좀 써보자면
하정우씨가
본인의 무명 시절 이야기를 하는 부분에서
'정해진 스케줄도 무대도 없기에
아침에 일어나면 당연히 아무런 할 일도 없다...
만날 사람도 약속도 없다
더 가혹한 것은 이런 날들이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것이다...
...그때 나는 우선 운동이라도 열심히 하자고 생각했다
처음에 봤을 때 표정도 생생하고 에너지가
느껴지는 사람들이 있는데 운동을 한다는 것이다
배우에게 첫 인상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 당시 나에게는 딱히 할 일이라는 게 없었기에
막막했던 시절 헬스클럽만 총 세 군데를 다녔다'
정말 아까 위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을 때
돈도 없고 나갈 곳도 없을 때
멍하니 있을 때 할 수 있는 것
정말 왜 운동을 해야하는지를
잘 말해준다고 생각합니다
휴대폰 사진첩의 스크롤을 휘릭
3년전 5년전 7년전
거슬러 올라가면서
옛날 20대의 제 모습을 보다 보면
무모한 자신감으로 빛날 때도 있었지만
과거의 내가 참 안쓰럽다고
느껴지는게 많더라구요
외로움에 몸부림치며
안쓰러웠던 20대 시절
몇개월동안 PC방에 12시간씩 앉아
게임으로 도피해보기도 했구요
방 안에 가만히
앉거나 누워서
휴대폰만 들여다보며 시간을 보내던 때
그 때 운동이라도 하나 했더라면
러닝의 매력을 조금이라도 알았더라면...
아무도 날 찾아주지 않는 시간에
그냥 나가서 뛰기라도 했었더라면요...
아무튼 저는 오늘도
운동장을 뛰러 가겠습니다
혹시나 조금이라도 공감이 되는 부분이 있으셨더라면
할 일 없으시면
당장 나가 뛰어보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여러분과 함께 뛰고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