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루로우 Aug 13. 2024

화상과외 지원에 떨어졌다

설탭 선생님에 불합격한 서울대생

이틀 전 나가는 길에

갑자기 휴대폰 알림이 띵하고 울리길래

한 카톡이 도착해 있었는데요 



"? 떨어졌다고?"


요즘 학교를 함께 다니느라

생활비도 많이 부족하고


과외가 하도 잡히지 않아

화상과외라도 해야겠다 하고 얼마 전에 지원했던 

설탭이라는 화상과외 플랫폼의


선생님 지원에

불합격했다는 소식이었습니다






놀러나가는데 기분이 팍 상한 것은 물론

더욱이 저는

군대에 가기 전이었던 2년 전에 설탭 활동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아니 내가 벌어다 준 게 얼마인데...'


많을 때는 한번에 5-6명도 가르치면서

총 20명 정도 학생을 가르쳤던 것 같은데요






뜨거운 합격 문자를 

몇일간 곱씹어보다가...


그러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내가 과연 재지원하는 데에

제대로 준비를 해서 지원을 한 것일까?


내가 예전에 많이 해봤다는 이유로

예전에 합격했었다는 이유로

이력서와 자소서는 5분도 안 돼서 작성을 끝냈고,


이력서를 쓰는 것 말고도 

음성 테스트라는 것을 보내야 하는데

'학생과의 첫인사' 상황을 본인이 직접 5분동안 녹음해야 하는 것인데요


그 음성 테스트도 프리스타일 랩 마냥

제 자신의 과외 경력을 믿고

즉석으로 5분 동안 씨부린 게 전부였습니다






저는 <학원강사 및 다수 과외 경력 有>라고 

띡 한줄 휘갈겨둔 소개란에


저 말고 어떤 사람은

저보다 아이들을 가르친 경력이 없지만

꼭 합격하고 싶어서

누구보다 학생을 열심히 할 수 있고 책임지고 가르치겠다는 말을 꾹꾹 눌러서 썼을 것이고


정말 하루 동안 대본을 열심히 준비해서

학생과 정말 수업을 하는 것처럼 

음성 테스트를 제출했겠죠






성공의 반대는 실패가 아니라 도전하지 않는 것이다...

라는 말도 맞지만


그렇다면 도전만 한다고 해서

도전이 성공으로 이어지진 않습니다

피나는 노력이 가미되어야겠죠


하지만 노력은 힘들고

노력이 물거품이 되는 것이 두려워서


스트레스받지 않으려고 

도전은 하지만 덜 노력하고

실패에 의미 부여를 회피하는 제 모습


'누구는 도전도 안 하는데 난 도전이라도 했잖아'


'도전했으니까 난 잘 한 거야 ㅎㅎ'


로 언제부터 제 자신을 다독이고

실패를 자기 위로로 무마하는 제 자신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러자 또 다른 분야에서 대충 쓴 자소서를 이곳저곳

남발하는 제 모습이 보이더라구요


자소서를 공들여 쓰고

떨어진 자소서를 보완하고 피드백하는게 노력인데


지원하는 걸 노력이라고

착각하고 있었던 겁니다


도전의 맹점은

도전이란 건 정말 아무나 할 수 있다는 것이죠


요즘 붐이다 싶을 정도로 

많아진 러닝 하는 사람들을 예로 들자면


막말로 10km 마라톤도 사실 아무나 할 수 있습니다

힘들면 걸으면 되니까요






문득 엄청난 노력으로 

한 가지를 깊게 파려는 게 아니라 


그냥 아무나 도전으로도 할 수 있는 일들로

채워진 저의 버킷리스트...


이젠 전부 다 지우고

의미 있는 것들만 남긴 뒤

재정비하고 마음을 가다듬고

물로 보지 않고 준비하려고 합니다



이전 02화 외로움을 견디는 방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