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탭 선생님에 불합격한 서울대생
이틀 전 나가는 길에 갑자기 휴대폰 알림이 띵- 하고 울려서 보니 한 카톡이 도착해 있었다.
요즘 학교를 다니느라 생활비도 많이 부족하고, 대면 과외가 하도 잡히지 않아 화상과외라도 해야겠다 싶어 얼마 전 지원했던 설탭이라는 화상과외 플랫폼에 불합격했다는 소식이었다.
놀러 나가는데 기분이 팍 상한 것은 물론이고, 나는 이미 군대에 가기 전인 2년 전에 설탭 활동을 한 적이 있었기에 더더우 불합격이 마땅치 않았다.
수많이 가르쳐왔던 학생들의 목록을 보며
'아니, 내가 설탭에 벌어다 준 게 얼마인데...'
많을 때는 한 번에 5-6명도 가르치면서 총 20명 정도 학생을 가르쳤었던 것 같다.
불합격 문자를 며칠간 곱씹어보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과연 제대로 준비를 해서 다시 재지원한 것이긴 할까?'
내가 예전에 많이 해봤다는 이유로, 예전에 합격했었다는 이유로 이력서와 자소서는 5분도 안 돼서 작성을 끝냈다. 이력서를 제출하는 것 이외에도 학생과 첫 수업 상황을 가정한 음성 테스트라는 5분간의 녹음 파일을 보내야 하는데, 그 음성 테스트도 프리스타일 랩 마냥 나 자신의 과외 경력을 믿고 즉석으로 5분 동안 씨부린 게 전부였다.
아마 내가 <학원강사 및 다수 과외 경력 有>라고 띡 한 줄 휘갈겨둔 소개란에 누군가는 나보다 아이들을 가르친 경력은 없지만 꼭 합격하고 싶어 '누구보다 학생을 열심히 잘 가르칠 수 있고 책임지고 가르치겠다'라는 말을 꾹꾹 마음을 눌러 담아 썼을 것이고, 정말 하루 동안 대본을 열심히 준비해 학생과 정말 수업을 하는 것처럼 음성 테스트도 제출했을 것이다.
성공의 반대는 실패가 아니라 도전하지 않는 것이다,라는 말도 맞지만 그렇다고 도전만 하다고 해서 도전이 성공으로 이어지지도 않는다. 노력이 가미되어야만 그 행동을 바로 도전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노력은 힘들고 노력이 물거품이 되는 것이 두려워서, 스트레스받지 않으려고 도전은 하지만 덜 노력하고 실패를 복기하지 않는 내 모습은
'누구는 도전도 안 하는데, 난 시도라도 했잖아.'
'도전했으니까 잘한 거야.'
라는 말들로 언제부터인가 나 자신을 다독이고 실패를 자기 위로로 무마하는 나 자신이 보였다.
그렇게 화상과외가 아닌 또 다른 분야에서도 대충 쓴 자소서를 이곳저곳 남발하는 내 모습이 보였다. 자소서를 공들여서 쓰고, 떨어진 자소서를 다시 복기하고 보완하는 것이 노력인데 지원하는 것을 노력이라고 착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도전의 맹점은 도전이란 건 정말 아무나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요즘 붐이다 싶을 정도로 사람들이 러닝을 많이 한다. 물론 사람마다 기본 체력과 피지컬이 천차만별이긴 하지만, 막말로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10km 마라톤은 사실 아무나 할 수 있다. 힘들면 걸으면 되니까.
문득 엄청난 노력으로 한 가지를 깊게 파려는 게 아니라, 그냥 언제나 아무 때나 할 수 있는 시도로 가능한 일들로만 채워져 있는 나의 버킷리스트... 이젠 전부 다 지우고 의미 있는 것들만 남긴 뒤,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물로 보지 않고 준비하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