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분들이 블로그에 쓰는 글을 읽다 보면
다들 자신의 일상글에
요즘 듣는 노래를 항상 글에 올리시더라구요
그러면 저는 습관처럼 유튜브 뮤직에 검색한 후에
하트를 눌러둡니다
나중에 들어보기 위해서인데요
한국에서 실리카겔이 요즘 대세라죠?
이웃님 블로그들에서 보이는
실리카겔 곡들을 찾아 듣다가
몇달째 즐겁게 흥얼거리며
실리카겔의 곡들을 듣고 있기도 하구요
나이에 맞지 않게
요즘 유행은 따라가려고
라이즈의 노래를 듣기도 하고...
중학교 2학년 당시
먼지쌓인 학교의 음악연습실에서
한 중3 누나가 제가 일렉기타를 치는 모습을 보고는
"나도 롹을 좋아해" 라고 말을 걸자
락 좋아하는 여자를 처음 본 저는
특유의 찐따끼가 발동하여
한참을 제가 좋아하는 밴드들에 대해
혼자 신나서 주구장창 떠들어댔더랬죠
그 후 "누나는 무슨 가수 좋아해?"라고 묻자
그 누나는
"나는 서태지를 좋아해"
이 누나가 과연 93년생이 맞나...
어머니 아버지 입에서 나올 법한 가수 이름이 나오고
찾아보니
쌍팔년도 댄스가수라고 생각했던
서태지가 락음악을 하더라구요
그렇게 128메가밖에 들어가지도 않는
아이리버 MP3에
소리바다와 포셰어드에서 불법으로 다운로드받은
'서태지_울트라맨이야_320k.wma'
'서태지_heffy_end_196k.mp3'
제가 듣는 음악과는
전혀 다른 결에
전혀 다른 취향임에도 억지로 듣고 듣고 들으면서
그녀에게 들려줄
기타 연주를 연습하다가
조금씩 모르고 있던 매력이 느껴지기 시작하고
어느새 저의 플레이리스트가
그녀의 취향으로 채워지고
서태지씨의 기타 리프에 대가리를
사정없이 흔들어재끼고 있는 제 모습이 보였습니다
뭐 그와 별개로 그 누나와는
결국 아무 일도 없었지만요...
그 취향이 물들어가는 데에는
마치 적응기간처럼
다소 시간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여러분도 그런 경험이 있으신가요?
하지만 요즘 사람들은
시간 쓰기도 마음 쓰기도 싫은지
다른 분야를 이해하려고 하질 않죠
저도 음악 말고는
다른 부분은
그런 태도로 많이 일관하곤 합니다
'저걸 왜 해?'
'저걸 왜 봐?'
내가 싫은 영상
정말 손쉽게 스크롤 한번으로
넘어갈 수 있는 시대가 되었고
심지어 사람도 말입니다
제가 브이로그를 안하고
일본 종주 글을 쓰면서도 정말 많은 분들이
"유튜브 왜 안하세요?"
라고 댓글을 남겨주셨었는데요
제가 남 브이로그를 보는 걸 이해를 못하고
여행유튜브를 보는 걸 이해를 못해서
전혀 보지 않기 때문이었습니다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그 컨텐츠를 만들 수도 없죠
다들 유튜브 돌아다니면서
한번쯤 보셨을법한 솔파(solfa)와 ODG라는
백만 채널을 두개나 만든 감독 윤성원씨도
먹방이라던지 인방이라던지
본인이 제작하는 영상과
전혀 무관한 영상 장르더라도
사람들이 당최 왜 보는지 이해가 전혀 되지 않는데도
꾹 참고 그런 영상들을 찾아보면서
'왜 이 영상이 100만 뷰나 나왔을까?'
하고 그 이유를 이해하려고 노력한다고 합니다
심지어 보다 보면
그 이유가 느껴지고 재미가 느껴진다는데요
그런 의미에서 저희에게 필요한 건
조금은 꾹 참고
시간을 들이고 공을 들여서
상대방과 사람들을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이 아닐지...
나아가서 그게 바로
마케팅책과 자기계발서에서 허구한 날 말하는
성공의 열쇠라고 말하는
남들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이겠죠
요즘 저도 그래서
브이로그도 보려고 하고 있고
여행유튜브도 보려고 하고 있습니다
영업이라는 말이 있죠
사람들은 누구보다 자신의 취향을
남이 알아주는 것을 행복해하기 때문에
좋아하는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의 취향을
본인도 한번 파보시길 바랍니다
새로운 취향과 취미에 눈을 뜰 수도 있고
밑져야 본전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