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살 자취하던 시절에
앞뒤 안가리고 돈을 써재끼다가 또 떨어져서
카드깡 휴대폰깡 전당포
손을 안댄 것이 없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밀려오는 독촉장들과 함께
인생이 이대로 가다간 답도 없다는 것을 깨닫고
대학을 일단 가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대학도 안가고 이러고 있는 저를 보고
어머니께서도 재수를 은근 바라고 계셨었으니
'빚을 조금 갚아주긴 하시겠지...?'
라는 정말 철없는 마음도
없지 않았는데요...
집에 돌아와서 재수하겠다는 말과
사정을 이야기하자
"그 돈 다 갚고 돌아와야 재수 시켜준다"
라고 어머니께서 으름장을 놓으셨습니다
서울가서 인생을 대체 어떻게 살았냐며
욕을 바가지로 들어먹었구요
그래서 제가 편돌이 하면서 빚을 정리하느라고
재수학원 개강 시즌인 1~2월이 아니라
4월에 재수를 시작하게 되었는데요
어쨌든 이후 자랑스러운 성적표를 들고 오자
기뻐하시면서도 어머니께서 말하시기를
"사실 니가 살아온 꼬라지를 보면
재수공부를 열심히 할 거라고 믿지 않았다"
라고 하시더라구요
아버지는
"아니 그러게 나는 갚아주고 재수 시키자 그랬는데
애한테 왜 빚을 갚으라고 해가지고...
그냥 1월부터 재수시켰으면 의대도 갔겠구만"
하고 어머니는
아무 말씀이 없으시더랬죠......
제가 재수하기 전에 오디션 학원을 다니면서
팔자에도 없는 춤이라는 것을 배울 때
학원에서 춤 제일 못 하는 사람이
바로 저였습니다
세상 그 누구에게도 보여줄 수 없는 내 첫 춤 카피 영상과...
대부분 저 말고 다른 친구들은
학교 동아리
댄스학원
예고 출신 등으로
다 춤을 기본적으로 출 줄 아는 친구들이더라구요
저는 그때 인생 처음으로
재능 0의 어떤 분야의
꼴찌가 된다는 게 어떤 기분인지를 알게 되었는데요...
그때 아마 느꼈던 것 같습니다
일단 내게 주어진 것이라도 먼저 살려서...
대학을 가자고요
제가 할 수 있는 것
그것들이 단순히 당연하게 주어진 것
제가 잘나서 잘해서가 아니라
제가 감사하게 받은 gift라는 것을 말입니다
재능이 없으면 일단 열심히라도 하려고
점심 12시에 연습실에 제일 먼저 출근을 하면은
항상 그런 저보다도
먼저 와 있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바로 제 춤 선생님이었습니다
저는 이때 머리를 좀
얻어맞은 기분이었는데요
'선생님이 제일 잘하니까 그럼 제일 덜 연습해도 되는 것 아닌가?'
어찌보면 학생이 선생보다 더 해야 할 것이 많고
열심히 해야 하지 않습니까?
의대만 가면
좋은 대학만 가면
원하는 것만 이루기만 한다면
그 이후엔 열심히 안해도 될 거라는 제 고정관념
그런데 저희 중 선생님이
가장 누구보다 열심히 하고 계셨던 겁니다
내가 가장 잘 못하는 것
내가 재능이 없는 것
춤을 통해서
정말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지금은 스우파 스맨파 방송으로
너무 유명해진 원밀리언 스튜디오
뭔가 전공생 예고생 연예인 지망생
이런 사람들만 다닐 것 같지만 누구나 그냥 원데이 클래스로도 들을 수 있구요
초보를 위한 비기너 클래스도 있습니다
수업에 가면 배우려는 학생들과
선생님들의 그 열기가 장난이 아닙니다
TV에서 유튜브에서
영상으로 보는 것보다
실제로 보면 그냥 입을 열고 보게 되더라구요
항상 이런 열정을 가지고
학생보다 열심히 하던 선생님처럼
제게 그나마 조금 주어진 재능에 감사하면서 살려고 노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