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화 삼성은 되지만, 이건희 회장은 안 된다?

<책> 나는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은가

by happy day

‘오너 리스크’라는 말이 있다.


오너 일가의 비윤리적이고 비상식적인 행동이 개인 문제로 끝나는 게 아니라 기업 전체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의미다. 특히 기업 이미지에 치명적인 결점을 남기는 오너나 최고경영자에 대한 부정 기사가 나오는 것을 극도로 기피하고 있다.


이는 우스갯소리로 ‘삼성은 되지만, 이건희 회장은 안된다’는 것과 같다.



요즘 오너 리스크로 인한 기업의 부침 현상이 유난히 늘고 있다. 최근에 일어났던 오너리스크는 SK그룹 회장의 스캔들, 현대 BNG스틸 사장의 운전기사 갑질, 대림산업 부회장의 운전기사 갑질,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도박 혐의, 스베누 대표의 배임 혐의, MPK그룹 회장의 경비원 폭행 혐의 등 오너리스크는 잊을 만하면 계속 등장하는 불편한 시리즈물이 돼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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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는 과거 2800여 억 원의 매출을 올리는 성공신화를 이어가기도 했다. 그러나 롯데그룹 면세점 입점과 서울메트로 매장 입찰 등 문제가 확대되면서 ‘오너 리스크’로 인해 영업에 타격을 입었다. 또 변호사 수임료 논란에 이어 롯데면세점과 서울메트로 입점을 위한 로비 의혹 사건도 터져 사면초가에 직면했다.


네이처리퍼블릭 가맹점 매출이 ‘정운호 게이트’ 충격으로 10% 이상 줄었다. 특히 중국인 관광객이 많지 않은 지역의 점포일수록 매출 타격이 심했다. 최근 소비자 사이에서 불매운동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것도 가맹점주를 불안하게 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정직하지 못한 기업이라는 이미지가 강한 기업 제품의 구매가 꺼려지는 것은 당연하다. 주변에 널리고 널린 것이 저가 화장품인데 굳이 네이처리퍼블릭을 고집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네이처리퍼블릭의 지난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와 비교해 급격히 줄었다. 특히 소비자 심리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화장품 등 미용 관련 제품을 다루는 회사이기에 더 큰 오너리스크에 따른 직격탄을 입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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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비슷하게 위기를 겪고 있는 사례가 있다. 미스터피자로 잘 알려진 MPK그룹의 정우현 회장은 갑질 폭행사건으로 여론의 도마에 오르자 미스터피자 대리점들의 매출이 뚝 떨어졌다. 가뜩이나 요즘 과거 명성을 날렸던 피자 브랜드들이 기울고 있는데, MPK그룹은 설립 이래 가장 큰 고난의 길을 걷고 있다.


지난해 매출 1224억 원, 영업손실 48억 원을 냈다. 매출은 2014년보다 1.5% 줄어들었지만, 2005년 이후 10년 만에 처음으로 영업 손실을 낸 것이다. 안타깝게도 정우현 회장은 자수성가형 CEO의 표본으로 꼽힌 인물이었다. 미국, 중국, 베트남 등을 포함한 국내외 500여 개 미스터피자 매장을 운영하며 ‘피자의 제왕’으로 등극했었다.


그러나 최근 경비원 폭행 ‘갑질 논란’은 그를 회복 불능 상태로 만들었다. 경비원을 폭행한 일이 알려지는 것이 도화선이 되어 전국 미스터피자 가맹점주들은 그가 평소 해왔던 폭언 내용을 공개하며 ‘갑질’ 사례들을 연이어 폭로했다. 정 회장은 가맹점으로부터 거둬들인 광고비로 자서전 <나는 꾼이다>를 구매해 베스트셀러로 만들었다는 말도 들렸다. 놀랍게도 그는 평소 언론 인터뷰와 자서전에서 “성공하려면 을이 돼야 한다”, “갑처럼 행동하면 그때부터 실패의 시작”이라고 말했던 내용도 알려지면서 그의 경솔한 행동에 대한 비난의 화살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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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화 전문 브랜드 스베누 역시 오너 리스크로 힘든 시간을 보냈다. 남아 있는 재고 물량을 판매하기 위해 땡 처리 세일까지 감수하면서까지 재기하고자 노력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과거 황효진 대표는 젊은 청년창업자의 표본이었다. 토종 운동화 브랜드 스베누의 고속성장으로 성공신화를 이루고 있었다.


그러나 지난 1월에 신발제조업체에 밀린 대금을 지급하지 않아 사기혐의로 피소되었다. 동시에 스베누 브랜드의 땡처리 판매와 운동화 자체의 품질 논란이 도마에 오르게 되었다. 단숨에 황 대표는 사기꾼, 무능한 경영인으로 취급됐다. 인터넷 사이트에서는 실시간으로 소비자들이 스베누를 조롱하는 글을 퍼다 날랐고, 각종 SNS에서도 이 내용들이 도배됐다.


스베누가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 큰 인기를 얻은 과거를 돌이켜보면 매우 씁쓸한 순간이다. 스베누가 다시 정상적인 운영을 하려면 완전히 무너진 유통망을 다시 확보하는 등 밑바닥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지난해 60여 개에 달했던 가맹점수는 스베누 사태 이후 30개로 50% 가까이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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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문을 닫은 가맹 점주들 역시 본사로부터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해 소송을 준비 중이다. 이게 바로 낙인 효과 때문이다. 일반 소비자를 상대하는 B2C 기업은 오너의 실수가 기업의 이미지를 추락시키고, 동시에 기업의 제품 이미지까지도 같이 추락하게 된다. 소비자들은 불매운동이라는 무기를 들고 오너 리스크에 대한 사회적인 책임을 추궁하는 무서운 시대이다.



또한 회장의 청부폭행 등으로 불매운동을 겪게 된 피죤은 오너 리스크에서 여전히 헤어져 나오지 못하고 있다.


과거 섬유유연제 시장에서 50%였던 엄청난 점유율은 지난해 20%대까지 떨어져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다. 회장의 폭행사건에 이어 오너 남매 사이에 경영권 분쟁이 줄지어 터진 것이다.


피죤의 경우 섬유유연제 시장에서 절대강자였다. 그러나 경쟁기업 대비 특별히 차별화된 제품과 기술력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소비재 시장에서는 어떤 논란에 휩싸이면 언제든 비슷한 다른 수많은 제품으로 대체될 수 있다. 결국 오너는 기업 경영의 정점에 있으면서도 기업 리스크의 최전선에 있다는 사실을 절대 잊지 말아야 한다.


또한 오너 리스크에 따른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서는 발 빠른 대응과 그에 따른 비용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비즈니스의 세계에선 공 든 탑도 쉽게 무너지는 치열한 프로의 세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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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대한항공 사태에서도 봐왔던 것처럼 ‘오너 리스크’는 가장 큰 리스크이다. 대한항공 사태에서 조현아 전 부사장의 이른바 ‘땅콩 회항’ 사건은 분명 예고된 리스크였다. 권위적이고 수직적인 기업문화에서는 구성원들이 기업에 위험요소가 될 만한 이야기를 쉽게 꺼내기 힘들다. 그래서 이번 사건처럼 외부에서 터트리면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오기 쉽다.


그런데 아쉽게도 대한항공에는 이런 리스크 가능성과 개선의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진지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임직원은 없었을 것이다. 소통이 원활하지 못한 불통 문화를 개선하지 않으면 이 같은 일이 다시 터지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다. 오죽하면 조중훈 회장이 “왜 이런 상황이 될 때까지 아무도 내게 이야기를 하지 않았느냐”라고 답답함을 토로했을 정도일까.




그런데 사건 수습과정에서도 한국 최대 항공 회사라고 보기 어려운 체계적이지 못한 조치와 언행들로 일은 더욱 커지고 꼬여갔다.


기업 내에 제대로 된 리스크 관리 시스템이 없었거나 있더라도 전혀 작동하지 않은 셈이다. 리스크 관리는 기업의 사활을 좌우하는 일이기에 최고경영자가 평소에도 가장 큰 관심을 보여야 하고, 직접 나서서 해결해야 할 만큼 매우 중요한 일이다.


특히 지금은 경영자가 브랜드가 되는 시대이다.


CEO를 비롯한 경영자들의 언행은 직원들은 물론, 관련 기업과 소비자에까지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이 때문에 경영자들은 언행을 항상 신중해야 한다. 습관처럼 내뱉은 말 한마디가 상상을 뛰어넘는 파장을 불러일으키는 경우가 많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한 말과 행동은 한 개인의 부적절한 언행에 불과한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사회적 지탄과 법적인 문제를 포함해 그 수준을 훨씬 넘는 심각한 문제로 이어졌다. 대한항공의 브랜드는 치명적인 손상을 입었고 임직원들은 당연히 자부심과 업무 의욕을 잃었다. 대한항공을 넘어 한진 그룹 전체가 큰 피해를 입었다. 이처럼 경영자의 언행이 갖는 영향력이 지대하기에 경영자들은 말과 행동을 절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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