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나는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은가
“항공사의 상속녀가 승무원을 폭행하고 비행기를 거꾸로 돌렸다.” 12월 8일 아침, <한겨레>와 <세계일보>에 이 같은 기사가 나란히 실렸다. 언론과 누리꾼들은 조현아 부사장의 행위를 ‘슈퍼 갑질’이라 칭하며 비난했고,
소위 ‘땅콩 리턴’으로 회자되고 있는 이번 사건으로 인해 대한항공이 오랜 시간 동안 엄청난 돈과 시간을 통해 쌓아 올린 대한민국 대표 항공사라는 럭셔리한 이미지를 한 순간에 날려 버리는 땅콩 회항
사건이다. 과거였다면 인명피해가 일어난 것도 아니고 단순 해프닝으로 끝날 수도 있었던 일이다. 그러나 기업의 이미지와 명성에 엄청난 타격을 주는 쓰나미와 같은 재앙으로 번져 모두를 놀라게 했다. 이 사건은 국내 언론은 물론 해외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대한항공의 국제적 이미지와 명성에 엄청난 손해를 입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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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많은 시간을 투자하면서 했던 엄청난 양의 국제적인 사회공헌 활동과 기부 그리고 이미지 광고 등을 통해 쌓아 올린 대한항공의 긍정적인 명성과 이미지가 이번 사건으로 인해 순식간에 무너져 내리게 되었다.
분명 급속도로 발전한 미디어 환경도 이번 사건의 리스크를 부추기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과거라면 가벼운 루머 수준에 그쳤을 내용이 네티즌 검증을 통해 사실로 드러나 확산되는 경우가 꽤 많다. 이젠 언론을 통제하는 것도 불가능해졌다.
사건은 2014년 12월 5일 뉴욕 출발, 한국행 대한항공 항공편에서 일어났다.
조현아 전 부사장이 탑승 마감 뒤 공항 활주로로 이동하던 항공기를 10분 만에 다시 게이트 쪽으로 돌아가도록 기장에게 지시하고, 게이트에 도착하자마자 객실 사무장을 비행기에서 내리도록 지시한 사건이다. 이는 항공 관련 법률을 위반한 것이었다.
승무원에게 내리치듯 던진 파일이 승무원의 가슴팍에 맞고 떨어졌다. 또 승무원을 밀치며 내리라고 하다가 승무원을 향해 ‘당신이 책임 자니까 당신 잘못’이라며 당장 내리라고 했다.
이 사건으로 대한항공은 한동안 네티즌들 사이에서 조롱거리가 되었고, 엄청난 비난 여론에 시달리는 고초를 겪었다.
몇 년간 화두가 되고 있는 갑을관계라는 이슈가 남양유업, 배상면주가 등 끊임없이 터져 나오는 연속 시리즈물에 이미 정서가 충분히 자극되어있기에 충분했다. 게다가 기내에서 라면이 맛없다고 대기업 임원의 흉측한 난동을 부린 사건에 대한 기억이 아직 선명하게 남아있어 이런 부류의 사건에는 질린 상태였다. 이런 복합적인 요소들이 완벽하게 맞아떨어져 땅콩 회항 사건은 모두에게 급속도로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또한 대한민국 전 국민에게 분노의 발화점으로 번져간 것이다. 이미 학습된 분노의 스토리는 더 빨리, 모두의 감정 속 깊이 퍼져나가기에 그 결과는 참담했다. 게다가 조현아 전 부사장의 동생 조현민 전무가 언니에게 보낸
수사 중에 취득한 결과물이 언론에 대서특필되었다. 당연히 조현아 일가는 집단적 분노의 대상이 되어 끝없는 추락을 맛보았다. 검은 표적을 향해 들끓는 여론이 더욱 심화되었고 검찰 수사의 흐름은 더욱 강화되기 시작했다. 다음은 <연합뉴스> 2015년 1월 7일 자 보도 내용이다.
조 전 부사장은 8일 저녁 여 상무에게 조사 상황을 보고를 받은 뒤 “내가 뭘 잘못했느냐, 매뉴얼을 제대로 숙지하지 못해 내리게 한 게 뭐가 문제냐. 오히려 사무장이 (나에게) 사과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취지로 꾸짖는 등 ‘지시성 질책’을 수차례 한 것으로 드러났다.
분노한 조현아 부사장 앞에서 한 임직원이 “그래도 사과하시고, 성난 국민들의 마음을 달래야 합니다. 그게 진짜 위기를 극복하는 방법입니다.”라고 직언할 수 있는 사람은 없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왜 인명피해도 없었던 이 사건이 왜 죽을죄를 지은 것처럼 큰 비난을 받게 되었을까?
그 이유는 대한항공의 잘못된 초기 대응에 있다. 조현아 전 부사장이 사건 발생 다음 날 곧바로 머리를 숙이고 피해자와 국민들 앞에 진정으로 잘못을 뉘우치는 진정성 있는 사과를 했으면 이렇게까지 일이 커지지 않았다.
그러나 “조현아 부사장은 할 일을 했다”는 식의 책임회피성 입장 발표문을 사건 발생 후 3일이나 지난 후에 발표했다. 이는 불난 집에 휘발유를 붓는 격으로 국민의 분노를 불러일으켰다.
게다가 모두의 공분을 산 결정적인 계기는 대한항공은 피해자인 객실 사무장과 승무원을 대상으로 진실을 은폐하기 위한 협박과 회유를 시도한 것은 물론, 사건을 조작하려 한 것이다.
또한 이 사건의 진상 조사를 맡은 국토교통부 담당자를 통해 조사 과정에 개입하는 등 온갖 불법 행위를 서슴지 않았다.
바로 사과하지 않고 오래도록 버티면서 시간을 허비해 의혹을 키웠다. 또한 사건을 조작하고 진실을 은폐하려는 시도를 통해 책임을 회피하려는 태도를 보이면서, 해프닝으로 끝날 수 있었던 사건이 기업 전체의 이미지와 명성에 엄청난 피해를 입히는 재앙으로 변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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