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나는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은가
몇 년 전, 한 여자 아나운서가 한 프로야구선수와의 관계를 일기로 적어 자신의 미니홈피에 올렸다가 SNS를 통해 유포된 사건이 있었다. 그런데 미혼 여성이 도저히 감당하기 힘든 불미스러운 소문이어서 여자 아나운서가 인생을 포기하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진다.
최근 들어 SNS에 남긴 글이 유포되는 과정에서 사실 여부와 무관하게 악성 소문이 싹을 틔우는 경우가 종종 있다. 또 남겨진 글은 당사자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로 남는 경우가 생기면서 디지털 주홍글씨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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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 네티즌들은 대중이라는 단단한 갑옷을 입고 도덕적 우월감으로 무장하고 한 명의 규범 위반자를 거세게 몰아붙이는 사이버 규범 결창이 되었다. 이들이 끼치는 영향력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하는 큰일을 벌이기도 한다. 과연 누가 이들에게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를 권한을 부여했다는 말인가?
지금은 당신이 데리고 있는 개가 지하철에서 실례를 하는 모습이 동영상으로 생중계되는 것도 가능한 시대이다. 정보의 확산이 워낙 쉬워서 과거처럼 사회적 일탈을 해도 들키지 않는다는 생각은 인터넷과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되었다.
세계에 흩어져 사는 사람들은 사이버 공간에 모여서 생각과 정보를 시시각각 자유롭게 공유한다. 이처럼 우리는 엄청난 인터넷이라는 거대한 바닷속에 살고 있다. 그런데 이곳에서 소리 없는 인격살해와 엄청난 인터넷 마녀사냥이 벌어진다. 때로는 마치 할렘가를 연상시킬 만큼 인터넷에서 불미스러운 일들도 종종 일어난다.
그것은 연예인들의 사생활을 폭로하는 일명 ‘선전지’나 이곳저곳 퍼서 확산되는 정체불명의 블로그 글, SNS에 올라오는 여러 묻지 마 식 게시글 등이 대표적이다. 대부분은 개인이 작성한 지극히 주관적인 글들이다.
하지만 사람들 손에 의해 이곳저곳 확산되면서 이 글들은 더 이상 주관적인 내용이 아닌, 누구나 인정하는 공신력 있는 정보인 것처럼 여겨진다. 지우려 해도 이미 퍼질 대로 퍼진 정보들은 마치 암세포가 퍼지듯이 네트워크를 타고 출처를 찾을 수 없을 만큼 삽시간에 인터넷에 흩어진다.
인터넷 사방천지를 넘나들며 퍼져나가는 글이 이곳저곳 꼬리에 꼬리를 물고 널리 확산되는 것은 순식간이다. 한때의 실수나 타의에 의해 벌어진 수치스러운 낙인으로 평생을 살아야 한다는 것은 고통스러울 것이다. 이것이 현대판 주홍글씨의 무서움이다.
무법천지로 변해가는 망망대해 인터넷 세상에 누가 제동을 걸 수 있을까? 악플, 인신공격,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등 법이 통제하지 않는다면, 인터넷이라는 무한한 자유가 결국 우리의 자유를 속박하는 족쇄가 될 것이다.
인터넷은 전 세계인이 함께 사용하는 정보 생산의 원천이자 공동우물이기 때문에 쉽게 전파된다. 인터넷에서는 끊임없이 정보가 생성되지만, 동시에 끊임없이 정보가 옮겨 다닌다. 때로는 메르스, 에볼라 바이러스보다 더 큰 공포를 불러일으킨다. 인터넷에서는 무작정 올린 사소한 글이 엄청난 파급력을 갖기도 한다.
그래서 글을 쓰거나 개인 정보를 공개할 때는 인터넷 공간이 개인만의 것이 아닌, 모든 이들과 연결된 공개된 공간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기억하고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우리는 모두 초기에 SNS가 가져다주는 마력과 같은 장점과 편리함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오랫동안 연락이 되지 않던 친구와 연락이 닿거나, 자주 못 만나는 친구들 근황을 쉽게 알 수 있다는 점에서 상당히 매력을 느꼈다.
그러나 SNS를 신개념 흥신소라고 불러야 할 수준일 정도로 개인정보가 유출되기도 한다. 그래서 SNS에 피로감을 느끼고 SNS 계정을 삭제하거나 휴면 상태로 돌리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분명 사생활 침해는 문제다. 또 의도치 않게 범죄에 악용이 된다면 더 이상 쉽게 지나칠 수 없는 문제다.
SNS 이용자들은 자신의 생년월일, 학교, 직업, 이메일 주소 등 개인정보는 물론, 소소한 일상생활까지 아무렇지도 않게 SNS에 기록하고 공유한다.
그는 최근 몇몇 동기들의 친구 요청을 수락했더니 동기들이 카카오톡 단체방에까지 자신의 페북 내용들을 퍼 날라 험담의 주인공이 된 걸 알게 된 것이다. 그가 아무리 평소에 직장에서 평판에 특별히 신경을 썼다고 해도 황당하게 SNS가 직장 생활의 걸림돌이 될 줄은 몰랐을 것이다.
이처럼 사생활 유출은 결코 가벼운 일이 아니다. 심지어 최근에는 사건이 터질 때마다 범죄자들이 운영했던 블로그나 페이스북 등이 노출되어 사진과 글 등이 모두에게 공개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그런데 그 특성상 계정을 삭제하고 SNS를 떠나더라도 '디지털 잉크'는 말끔히 지워지지 않는다. 포털, 유머 커뮤니티 사이트 등 다른 인터넷 공간으로 순식간에 퍼진 정보들이 신상 털기 재료로 활용되기도 하고, 심한 경우 '디지털 주홍글씨'처럼 일상을 옥죄기도 한다. 무엇보다 어디에 내 과거가 떠도는지 짐작하기 어렵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이다.
대학원생 김 모 씨는 지난해 기업 공채에서 수차례 연이어 떨어진 이유를 깨닫게 됐다. 그것은 과거에 자신의 화려한 SNS 활동 내용을 면접관들이 알게 된 탓이었다.
그것은 수년 전에 미국산 소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 현장에 적극 앞장섰던 모습이 찍힌 사진, 동성애를 지지하는 글을 남긴 것 등 자신의 트윗 흔적들을 면접관들이 알게 된 것이다. 이에 놀란 그는 바로 모든 SNS 계정을 삭제했다.
그래서 처음부터 사생활 공개의 적정 수준을 정해놓고 활동해야 한다. SNS 공간에선 내용이 끝없이 퍼져나가는 무한 리트위트(RTㆍ퍼 나르기)'같은 공유 기능이나 누군가에 의한 화면 캡처(스크린숏)로 자신의 정보 확산을 통제할 수 없기에 디지털 공간에서 흔적을 지워 개인 사생활을 지킨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페이스북을 비롯한 각종 소셜 네트워크 활동을 통해 온라인상에 축적된 데이터를 모으면 한 사람의 인생을 다 들여다볼 수 있는 세상이 된다. 어떠한 일로 화제가 되어 이목이 집중되는 시기에 신상 털기로 자신의 모든 사생활과 사진이 만천하에 공개된다는 것은 매우 끔찍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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