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화 사과문을 쓸 것인가, 사 고문을 쓸 것인가

<도서> 나는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은가

by happy day


요즘은 연예인부터 공직자, 정치인, 재벌가의 후계자까지, 직위와 내용이 무관하게 다양한 논란이 넘쳐난다.


연이은 사건과 사고로 올해도 ‘사과’가 풍년이다. 물론 먹는 사과가 아니다.


‘미안하다’의 사과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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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의 눈부신 발달로 여론의 목소리는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해졌다.


좋은 시절은 이미 물 건너갔다. 과거처럼 문제가 발생했을 때 눈 막고 귀 막고 대충 보도자료 잘 꾸며서 은근슬쩍 넘어가기 참 힘들어졌다.


문제가 생기면 제대로 사과하는 것도 그리 만만치 않다.


똑똑하고 유능하다는 내로라하는 대기업 총수들조차 초등학교 수준의 사과문을 전달해 대중의 웃음거리가 되다니 사과하기 정말 어렵긴 어려운 것 인가 보다.


사과를 받는 입장에서는 무엇보다 최소한의 무너진 자존감을 회복하기를 원한다.


그러나 진정성 있는 사과가 아니라, 순간 위기를 모면하기 위한 인위적인 사과문을 내보이면 무너진 자존감에 더 큰 상처를 입게 된다.


진짜 사과인지, 더 큰 위기를 모면하고자 겉보기에 그럴듯한 사과문을 꾸미기보다 진심이 담긴 사과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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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건물의 문이 잠겨 있다는 이유로 뺨을 두 차례나 때린 ‘경비원 폭행 사건’으로 논란을 일으킨 미스터피자 정우현 회장은 ‘사과하는 법’을 모른다는 말을 듣고 있다.


그가 홈페이지에 ‘다섯 줄 사과문’을 게시한 것만 그 수준을 짐작할 수 있다. 이처럼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인물이 무성의한 사과문을 발표해 도리어 여론을 악화시켰던 사례를 우리는 종종 볼 수 있다. 다음은 미스터피자 홈페이지에 올라갔던 정 회장의 사과문이다.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저의 불찰입니다. 피해를 입은 분께 진심으로 사과 말씀드립니다.


그리고 많은 분께도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합니다. 이번 일의 책임을 통감하고 반성합니다.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죄송합니다.


정우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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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사과문에는 구체적인 대상에 대한 언급도 하나도 없다.


또한 ‘피해를 입은 분께’, ‘그리고 많은 분께’라는 애매한 표현을 사용했다.


정 회장의 사과문에는 ‘땅콩 회항’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세 줄도 안 되는 사과 쪽지에 적혀 있던, 최소한의 받는 사람과 보내는 사람의 의존 명사 ‘~님’이나 ‘~올림’도 전혀 없다.


‘그리고 많은 분께도’라는 표현도 누구에게 하는 말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본인 때문에 피해를 입을 미스터피자 가맹점주들인지, 소식을 듣고 분노한 소비자와 국민들인지 알 수 없다.


애초부터 사과하는 대상을 애매하게 표현했다는 것은 진심이 담겨있지 않았다는 것을 나타낸다.


또한 정 회장의 사과문에는 ‘무엇을’ 사과하는지, ‘어떻게’ 심려를 끼쳐서 죄송하다는 것인지, 잘못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도 없다.


어쩔 수 없이 형식적으로 내보이는 애매한 사과는 오히려 진심을 의심받게 만든다.


그러면 진정성이 담긴 올바른 사과문을 작성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우선적으로 사과는 잘못을 저지른 당사자와 책임을 져야 하는 사람이 해야 효과가 있다.


그리고 사과문에는 기본적으로 사과를 할 때 반드시 갖춰야 할 내용은 유감이 담긴 표현과 사건이 발생한 원인 설명, 사건에 대한 잘못을 인정, 잘못에 대한 반성, 문제점 해결 및 개선 약속 그리고 용서 호소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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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 가장 중요한 요소는 진심으로 용서를 구하는 것은 기본이고, ‘잘못에 대한 인정’을 해야 한다.


사과문은 너무 장황하게 길면 오히려 역효과가 난다.


깔끔하게 위의 기본적인 사항을 갖추어 간결하게 핵심만 담는 것이 좋다. 특히, 사과를 할 때는 앞뒤에 쓸데없는 사족은 생략하고 명확히 사과해야 한다.


‘미안합니다만~’과 같은 말을 붙이면 오히려 ‘변명’할 거리를 찾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무엇이 죄송한지 구체적으로 표현하는 게 중요하다.


정확히 어떤 잘못을 했는지에 대해 인지하고 있음을 보여주면 진심으로 사과하고 있다고 느껴진다.


그러나 두리 뭉실 싸잡아서 무조건 사과만 하는 것이 좋지 않다. 또 자신의 잘못을 분명히 인정해서 상대의 상처와 분노를 공감하고 있음을 나타내야 한다.


아울러 앞으로의 개선 의지와 보상 의지를 표현하고 반드시 재발 방지를 약속하는 것으로 마무리해야 한다.


다음은 일간지에 게재된 ‘시리얼 대장균군 파동’에 대한 ‘동서식품의 사과문’이다. (2014년 10월 16일 자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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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식품은 식품의약품 안전처가 자사의 시리얼 생산 과정에서 대장균균이 검출된 부적합 제품이 섞였다고 발표한 지 사흘 뒤에 신문광고 지면을 통해 공식 사과한 내용이다.


그러나 이 사과문은 진정성을 느끼기에 부족하다.


초반에 ‘시리얼 제품 관련 언론보도로’라는 애매한 문구를 넣어 고객이 걱정하게 된 원인을 언론보도에게 돌리는 듯한 느낌을 준다.


물론 동서식품의 대장균군 논란을 일으킨 결정적 계기가 내부 직원의 제보로 인한 뉴스 방송 때문이긴 하다. 그러나 결정적으로는 제품 생산 과정에서 이뤄진 잘못된 관행을 고발한 것이 사건의 가장 핵심적인 원인이었다.


그러나 사과문은 이에 대한 정확한 설명 없이 대충 넘어갔다.


또한 이 사건의 핵심은 ‘자사 제품에 대장균군의 검출된 제품을 섞었다는 의혹’인데 사과문에는 이에 대한 정확한 설명조차 빠졌다.


단순히 식약처가 동서식품 시리얼 네 개 품종에 조치를 취했다는 사실만을 언급했을 뿐 무엇을 사과하는지, 어떤 이유로 사과하는지를 정확히 언급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사태에 대한 반성이나 상황을 개선하고자 하는 강한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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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사과문을 살펴보면 다음은 ‘땅콩 회항’ 논란에 대한 대한항공의 언론사에 배포한 첫 공식 사과문이다. (2014년 12월 8일 밤 11시)


우선 사과문을 공개한 타이밍이 너무 늦었다.


대한항공은 회항사건이 12월 8일 당일 아침 조간신문 두 곳에 크게 실리고 하루 종일 엄청난 논란을 일으켰음에도 밤 11시가 넘어서야 첫 공식 입장을 내놓았다.


또한 사무장과 승무원에 대한 사과가 빠져 있고 파문을 일으킨 사과의 주체인 조현아 부사장도 나와 있지 않다.


사과문에 꼭 들어가야 할 피해자에 대한 죄송함의 표현과 문제 해결 방안 및 그 실행 방안과 재발 방지에 대한 약속, 피해배상이나 손실보상이 제대로 드러나 있지 않다.


특히 사건의 최대 피해자인 사무장과 승무원에 대한 언급 자체가 빠져 있는 점이 가장 큰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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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주요 일간지 1면에 광고로 게재한 두 번째 사과문은 첫 번째 사과문에 비해 다소 양호하다.


그러나 사과하는 주체가 대한항공이 아닌 조 부사장 개인이어야 한다는 시각이 많았으나 ‘대한항공’으로 되어 있어 많은 비난을 받았다.


또한 이 사건을 계기로 회사의 시스템을 어떻게 개선할지에 관한 구체적인 설명이 없는 점도 아쉽다.


지금은 수많은 사건을 겪으면서 위기관리 방식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치도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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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략 기업의 위기관리의 방법에 대해서 설명하면 “철저히 잘못을 인정하고, 애매한 표현이 아닌 정확한 표현을 사용하고, 진심으로 용서를 구하고, 현재로서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을 즉각 실행해 주도권을 쥐고,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개선해 나갈 것인지 분명히 제시해야 한다.” 정도의 명제로 정리할 수 있다.


그러나 대한항공은 이 기대치를 모조리 무너뜨렸다. 사과문으로 인정할 수 없는 무늬만 사과문은 여론을 더욱 자극해 공분을 사기에 충분했다.


단순히 잘못된 사과를 한 것이 아니라 사태를 더 키우는 계기를 제공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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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ruru45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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