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나는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은가
<A Few Good Men>. 어느 영화의 제목이다.
의로운 일을 하다가 고통당하는 사람들이다. 자기 조직의 비리를 폭로할 때는 당연히 어려움에 처한다.
그러나 바로 이러한 사람들이 있어, 이런 용감하고 정의로운 사람들이 있기에 세상은 그래도 좀 더 바르게 굴러간다.
우리나라에도 그런 사람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많지 않다. ‘Few Good Men’ 일뿐이다.
양심의 가책 때문에 그런 일을 한 사람을 이 땅에서는 핍박한다. 고자질을 한 사람이라고 비난당하기도 한다.
그 대신 부패와 비리와 부정이 암세포처럼 번진다.
부정을 감싸는데 능숙한 비양심적인 의리가 날뛴다. 어느샌가 이 나라는 손댈 수 없는 완전한 부패공화국이 되었다.
비양심이 너무 판치다 보니, 오히려 양심적인 행동이 오히려 의아하게 보일 때가 있다. 그러나 결코 이대로는 안 된다.
국경 없는 무한경쟁의 시대에 부패라는 썩은 악취를 품고는 결코 경쟁의 문턱을 넘을 수 없다.
국가의 평판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당연하다.
부패한 상태로는 국가의 건강한 번영과 생존도 보장할 수 없는 일이다.
내실 없는 고속성장이 더 무서운 법이다. 겉은 화려하고 멀쩡하지만 속은 썩어 문드러지면 언젠가는 아무리 향수를 뿌려 숨기려고 해도 부패한 악취가 새어 나오게 된다.
그리고 결국엔 모든 것이 한 번에 무너진다. 삼풍백화점의 대참사가 어떤 이유로 일어났는지 모두의 기억 속에 아직 남아 있다.
의사가 제약회사로부터 접대나 돈을 받을 때도 환자는 그의 처방에 건강을 맡길 수 없다.
국민들은 공직자가 뇌물을 받을 때 그들의 말을 신뢰하지 않는다.
돈 봉투를 받는 기자들의 말을 독자들은 진실로 받아들일 수 없다.
뒷돈을 주고 사리사욕을 채우려 한 기업인의 제품을 우리는 더 이상 애용할 수 없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 부패는 이미 심각한 상태이다. 또 어제오늘의 일도 아니다.
치과로 치자면 충치가 깊어져 뿌리 깊숙이 신경치료를 대대적으로 행해야 할 지경이다.
어디서부터 손을 써야 될지 모를 정도로 정치, 경제, 학계 등 모든 곳에서 정신없이 반갑지 않은 소식이 연일 귓가를 울려 머리를 어지럽힌다.
이제는 이런 부패로 얼룩진 불쾌한 소식들이 들려오는 것에 익숙해진다.
정말로 우리는 부패공화국 그 한가운데 사는 것인가?
인정하고 싶지 않은 이 한마디가 살짝 양심을 흔들고 마음이 아려 온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있는 걸까?
아니 해결할 생각이 있는 용기 있는 사람들이 있는 걸까?
권력기관은 항상 베일에 쌓여있다. 국민들은 당연히 권력기관 안에서 일어나는 일을 낫 낫이 알 수는 없다.
권력기관 내에서 누군가 권한을 남용하고,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위험에 몰아넣고 자신의 이기적 목적을 추구하고, 나라의 피 같은 곳간을 축낼 때, 우리는 그것을 알 수 없다.
부패는 항상 어두운 그늘 아래에서 주변의 침묵을 먹고 싹이 자란다.
그러다가 어떤 사건을 계기로 인해 어느 날 거대한 악의 모습으로 우리 앞에 등장한다. 검찰과 감사원도 그 모든 것을 알 수는 없다. 내부자가 알려주지 않는 한 알 수 없다.
전직 대통령들의 비자금도 정부는 조사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국민에게 그것을 알려준 것은 은행 내부의 직원, 보통사람들이었다는 사실이 많은 생각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