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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힐링작업소 Dec 25. 2023

비엔나4일-마리아힐퍼

가스라이팅

마리아힐퍼에 오면 쇼핑 욕구가 치솟는다. 이런 거리쯤은 오스트리아가 아니더라도 흔하다. 그럼에도 마리아힐퍼에서 뭔가를 한 가지 들고 가야 한다는 강박이 있다. 그 첫 번째는 마리아힐퍼에 위치한 한국마트 때문. 여기까지 왔으니 기름진 위장을 달래줄 한국음식들, 적어도 라면이라도 사가자. 두 번째는 그간의

방문동안 항상 독특한 디자인의 물건을 하나씩 건져 지인들로부터 찬사를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바리아힐퍼를 가는 날은 쇼핑의 날, 지갑에 두둑이 돈을 넣어 두어야 한다. 마침 조카들이 좋아하는 중식당에서 점심을 먹자하니 마리아힐퍼에 들렀다. 나도 한인마트에 들러 소주 한 병 사고 싶었고. ㅋ

그렇게 마리아힐퍼의 부름을 받고 여전히 변함없는 그곳을 찾아 쏘다녔다. 이곳 사람들은 웬만한 비에는 우산을 쓰지 않는다고 하는데 도저히 우산 없이 돌아다닐 날씨가 아니어서 모두가 우산을 받쳐 들고 종종걸음. 나 역시도 “뭐 하나 특이한 거, 싸게 살만한 거 없을까” 눈도 마음도 발걸음도 빠르게 움직인다. 오스트리아 방문 이후 가장 추운 것 같은 날씨에 우산을 받쳐 들고 마리아힐퍼를 걸으면서 ”여기는 가성비 좋은 특별한 물건이 많으니 꼭 사야만 해 “”넌 물건을 잘 고르잖아 “ ”이렇게 이쁜 물건을 이렇게 싼값에 사고 대단한데?”라는 가스라이팅을 당하면서 말이다. 물론 이 가스라이팅은 결국 나의 강박이 나에게 주는 것임을 자각하고 올해는 대견하게도 마리아힐퍼에서 아무것도 사지 않았다. 알고 보면 내가 나를 가스라이팅할 때도 정말 많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스스로에게 물어본다. 네가 나에게 하는 좋은 가스라이팅과 나쁜 가스라이팅에 대해서…


*숙소-라오라오-H&M-낙원-슈테판 빌라-숙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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