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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힐링작업소 Dec 28. 2023

비엔나6일-성탄의 아침

마차가 도로를 헤치고

피터성당 앞이든, 알베르니타 미술관이든, 왕궁 앞이든 마차는 흔하다. 뚜. 꺽. 뚜. 꺽. 엇박자 없는 일정한 말발굽 소리와 큼큼한 말똥 냄새가 마차 정류장 부근에 진동한다. 하지만 할 것도 볼 것도 많은 입장이니  한가롭게 마차를 타보고 싶다는 생각을 못했었는데 이번 여행은 좀 다르다. 장시간을 걷기에 힘든 아버지와 함께이다 보니 아버지의 체력에 맞춰진 플랜은 당연한 것이다. 빅버스 투어에 이어서 이번에는 앉아서 즐기는 투어 2탄. 마차다. 마차에 올라탄 후 말의 씰룩이는 엉덩이 근육 뒤로 멋진 비엔나 도심의 곳곳이 보인다. 마차들은 도심 중심부의 차와 사람 사이를 잘도 빠져나간다. 차와 사람의 양보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마차는 오래전 이곳의 유일한 이동수단으로써 역사성을 자랑하고 또 위엄을 보여준다. 마차가 앞서게 되면 뒤의 차는 그 속도로 갈래길이 나올 때까지 따라가야 한다. 차들은 욕심 내지 않는다. 차 안에서야 “마차 뒤에 서다니 젠장”이라고 할 수도 있겠으나 빵빵거리는 법이 없다. 그게 룰이고 그 룰을 따라 마차와 차와 택시와 사람들의 도보가 줄줄이 이어지는 행렬이다. 차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불과 0.5 킬로미터 시속의 마차는 쉼 없이 달려야 하고 빠르게 앞서 나가야 하는 일상에 어떤 가르침을 줄까? 물론 안다. 이 마차투어는 관광상품인 것을. 하지만 투어라는 것이 돈을 내고 멋진 뷰를 감상할 수 있는 것에서 할 일을 다하는 것만은 아니다. 느리게 걷는 마차를 통해 우리 일상의 속도감을 돌아보는 마음의 투어를 덤으로 얹어본다면 가성비 짱이 아닐는지.. 성탄절 이른 오전 도심 마차 투어는 40분. 놀이공원의 놀이기구의 얄궂음 같다. 하지만 빅버스 투어보다 마차 투어가 더 좋았다는 아버지의

말에 짧은 시간에 대한 불만은 끝!!


*마차투어-점심 (숙소)-쇤부른 오랑제리 콘서트-저녁 (숙소/ 스테이크) -라트하우스 크리스마스 마켓-LED 트리 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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