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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힐링작업소 Dec 29. 2023

비엔나7일-미술사 박물관의 아버지

이집트관은 두 눈 부릅뜨고

비엔나를 찾으면 꼭 들러야 하는 명소가 비엔나 미술사 박물관이다. 엄청난 관광 인파와 자국 내 많은 학생들이 몰리며 미술사 박물관은 연일 북적인다. 움직임이 예전 같지 않은 아버지를 모시기에는 사이즈가 너무 커 엄두를 못 내는데, 여기저기서 “비엔나를 갔는데 미술사 박물관을 안 들렸다고?”라는 소리가 들려온다. 결국 비싼 입장료 뽕뺀다는 생각 버리고, 한 층 정도만 보고 나오시는 걸로 신신당부하고 조카와 함께 입장시켰다. 괜한 욕심을 부린 건 아닌 지하여 무거운 마음으로 내 볼 일을 본 후 아버지를 모시러 박물관으로 갔다. 폐장시간이 다가와도 나오지 않으시니 걱정이 됐다. 그 넓은 곳을 다 둘러보겠다고 욕심을 부리신건 거? 하지만 중간에 너무 힘들어 나가야겠다는 말이 나오지 않은 게 또 다행이다. 사람의 취향이란 게 정답이 없는 대신 너무나 많은 종류가 있기에 맞추기란 어렵다. 또 내 취향을 남에게 강요하는 것도 실례다. 비엔나에 처음 방문하는 아버지는 딸들의 강요에 의해, 비엔나에서 꼭 가봐야 할 명소라는 인식에 의해, 그 넓은 미술사 박물관을 오르락내리락하셨을지도 모른다.

괜스레 미안해지는 마음인데 폐장시간 5분 전에 나오셔서 하시는 말씀 “이집트관은 고개를 들이밀고 자세히 볼려니까 힘드네” 하시면서 스틱을 터벅터벅 짚으시면서 앞서 가신다. 내일은 내 취향이나 기호를 강요하지 않은 일정을 짜보리라. 물론 내일이 되면 “여기도 꼭 가봐야 하지 않겠어? 비엔나까지 왔는데?”라고 하며 아버지를 이끌지도 모르겠다.

*늦은 출발-점심 (레어폴드 미술관 아시안 식당) - 마리아힐퍼&슈테판 쇼핑—미술사박물관 픽업-저녁 (숙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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