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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힐링작업소 Jan 01. 2024

비엔나9일-찰즈부르크

한가지만으로도 만족

내 기억에는 온통 눈으로 덮혔던  운터베르크가 본래의 바위산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이른 아침 찰즈부르크행 기차를 타고 찰즈부르크 중앙역에서 내린 후 버스 플래트홈B에서  25번 버스를 타고 종점까지 가는 일정은 그대로다. 하지만 버스에서 내려 케이블카를 타러 가는 사람들의 수가 다르다. 10개월전 만해도 케이블카에는 나와 조카 둘 뿐. 그때는 탑승시간도 달랐고 비수기라는 이점이 있었으나 지금은 찰즈부르크 전체가 관광객으로 북적거리는 성탄성수기가 아닌가.

일전의 운터베르크는 나와 조카 둘이 전세를 낸 듯 아무도 없는 눈밭에서 산아래의 운무와 눈덮힌 도시를 맘껏 감상할 수 있었다. 그 기억만으로 다시 찾은 운터베르크. 하지만 그때와 다른 상황과 날씨를 계산에 넣지 못한 탓에 아버지와 나, 그리고 조카들은 만원케이블카에 탑승할 수 밖에. 출근시간 지하철 9호선이 부럽지 않은 빡빡한 케이블카를 십오분 정도 타고 올라오니 그제서야 눈밭이다. 올라오는 길이 눈산이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싶었다. 케이블카에서 시달린 아버지는 라운지 밖은 엄두도 못내고 아버지를 보호하는 나도 실컷 눈밭을 즐기진 못했다. 하지만 답답한 구조물이나 장식하나 없는  오롯 산정상의 눈부신 눈밭뿐인 운터베르크를 다시 눈에 담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많은 관광객들이 운터베르크의 길을 닦다 작고하신 분들을 기념하는 일종의 랜드마크인 십자가를 향해 눈밭을 오른다. (이렇게 운터베르크를 감상하게 해준 그 분들을 애도하는 바) 나도 십자가에도 가보고 싶고, 아무도 밟지 않은 눈밭에 발자국을 남기고 싶었다. 하지만 보고 듣고 밟고 느끼는 여러가지의 감각보다도 단순한 한가지 감각으로라도 감동인 순간이 있다. 오늘은 운터베르크 정상에서 하늘을 좀 더 가까이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대만족이다.


위의 사진은 올해 2월 /. 아래사진은 올해 12월


*찰즈부르크행 기차 - 찰즈부르크 중앙역 -점심식사 (아카키코) - 운터베르크 - 미라벨 정원 - 카페  bizal - 찰즈부르크 시내 -저녁식사 (미술관 앞) - 비엔나 행 기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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