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딕의 밤은 낮보다 안 아름답다.
어젯밤 슬쩍 돌아본 고딕지구의 밤풍경과 햇빛이 골목 안까지 비추는 따뜻한 한낮의 고딕지구는 전혀 다른 세상이다. 각종 블로그와 민박집 직원들의 증언이 딱 맞았다. (역시 경험자의 말은 귀담아들어볼 일)
밤에 보지 못한 대문에 새겨져 있는 문양, 건물의 색채, 그냥 지나쳤던 피카소 박물관이 한눈에 들어왔고, 골목 바닥의 닳아서 빛나는 돌조각들도 제대로 볼 수 있었다. 야경의 멋은 전체를 보았을 때 감동이 크지만 한낮의 멋은 하나하나를 자세히 들여다볼 때가 좋다. 건물 하나의 불빛보다는 그 불빛들이 집결해 있거나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뷰가 야경의 포인트라면 한낮의 뷰 포인트는 숨은 그림 찾기 같은 디테일 뷰가 아닐까? 그렇게 고딕지구의 입구에서 들어서서 어젯밤에 보지 못한 피카소 미술관을 발견하고 와우! 그 앞의 바르셀로나 대성당의 고딕 첨탑에 와우! 밤새 단정해진 좁은 골목의 정겨움이 와우! 그렇게 와우를 연발하며 어젯밤에 본 레알광장의 가우디 가로등은 어떨지 궁금해졌다. 그렇게 구글맵을 돌려 도착한 불빛 꺼진 가우디 가로등을 본 순간. 와우! 스페인 사람들 나빠요. 가로등 주변의 쓰레기들.. 어쩔 것인지.
이들에게 예술품은 어떤 가치이길래 술병과 비닐봉지가 가우디 가로등과 함께 있어야 할까? 가우디 가로등이 바르셀로나를 찾는 관광객들에게 어떤 의미인지 모르는 걸까? 광화문의 이순신장군이나 세종대왕동상에 먹다 남은 음식물과 술병을 버리는 한국인은 없을 텐데 말이다.. 화가 났다.
어제 보지 못한 피카소 박물관과 바르셀로나 대성당의 아름다운 대문에서 느낀 감동이 사그라드는 이
기분이란… 차라리 어둠에 가려 이 몹쓸 장면이 안 보였던 밤이 더 나았다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밤이 더 아름다운 건 보지 않아도 되는 것들이 어둠에 감춰져서이기 때문일까? 바르셀로나의 낮과 밤은 모두 아름답다고 느끼고 싶지만 발걸음에 차이는 수많은 걸작들을 이렇게 냉대하는 모습을 생각하니 차라리 어둠에 가려 보이지 않는 밤이 그나마 낫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면서 무작정 걸어서 도착한 개선문과 해변가, 그리고 몬주익성, 그리고 호안 미로 미술관은 고딕지구의 민낯에 대한 실망감을 싹 잊게 해 줬다. 호안 미로! 천재다!!
*고딕지구 - 개선문 - 바르셀로나 해변 - 노천카페 - 몬주익성- 호안 미로 미술관 - 덕구네 루프탑 불꽃놀이&드론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