셔터문을 내리며

수고했다고 말해주나요?

by 힐링작업소

자정이 다 된 무렵, 야근을 끝내고 집으로 향할 때면 마치 이 세상 일은 혼자 다 한듯한 억울함이 마음을 뒤덮는다. ‘오늘’이라는 하루의 셔터문을 내리는 마지막 남은 자의 쓸쓸함을 곱씹는 순간, 위로가 되어주는 건 어쩌다 지나치는 행인들이다. 그들의 고단함이 느껴지는 걸음을 차 안에서 지켜보며 생각해 본다. ‘저 사람은 무슨 일을 하다 늦었을까? 저 사람은 왜 늦게까지 일했을까? 저렇게 일하고 나처럼 쥐꼬리만큼의 벌이를 하는 건 아닐까?’ 등등의 질문을 던지다 보면 어느새 나는 세상에 홀로 남은 것 같은 외롭고 쓸쓸한 감정에서 빗겨 나 있기도 한다. 이제는 늦은 밤의 활동이 불편하다. 저녁 시간 전에 귀가해 부모님의 식사를 챙겨드려야 한다는 부담과 예전처럼 음주가무가 재미있지도 않다. 밤늦은 길의 위험이 무섭기도 하고, 나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은 접은 지 오래고, 체력적 열세로 인해 단조로운 시계추가 된지도 오래됐으니 어쩌다 야근은 그저 부담일 뿐이었다. 대단한 결과물을 내는 야근도 아니라 생각하면 그 쓸쓸함은 깊어진다. 그래도 자정 무렵, 횡단보도를 잰걸음으로 걷는 이름 모를 동지들이 있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대단한 위로가 필요한 상황도 아니지만 내게 아주 작은 동질감을 건네준 생면부지 얼굴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대단한 일을 하지 않았어도 오늘 하루 단내 나게 일한 당신! 수고했어~ 그렇게 하루하루 사는 거지”라고. 이렇게 되뇌며 하루의 셔터문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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