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소질

사랑한다면 지금 말해요

by 힐링작업소

어려서부터 하고 싶은 일도 많고, 되고 싶은 것도 많았다. 초등학교 때에는 우연히 다락방에서 발견한 박계형의 ‘머무르고 싶던 순간들’을 읽고는 소설가가 되고 싶어 하이틴 로맨스 류의 초미니 단편을 썼고, 중학생 시절에는 당시 소녀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던 농구선수들을 쫓아다니며 스포츠 리포터를 꿈꾸기도 했다. 대학 시절에는 최진실, 최수종 주연의 ‘질투’를 보고 드라마 작가가 되고 싶어 교육원에서 강의를 듣기도 했고, 비행 승무원이 되고 싶었으나 신장의 열세로 포기한 후에는 카페 주인을 꿈꾸기도 했었다. 이 사이사이에도 보석 디자이너, 여행 가이드, 현모양처 같은 한 두어 달짜리 꿈도 많았는데 이 꿈들의 공통점은 ‘공부가 제일 쉬웠어요’라고 말하는 천재적인 공붓벌레 스타일과는 거리가 좀 있는 것들이다. 그러고 보면 난 소질을 정확하게 발견하지 못했으나 소질이 없는 것 한 가지는 정확하게 알았던 셈이다. 내 꿈의 리스트에는 일단 어려운 시험을 통과해야 하거나 공부가 즐거운 사람들이 주로 업으로 삼는 과학자, 의사, 판검사, 교수는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랬던 내가 나이 오십 줄에 내일부터 공부하는 학생이 된다. 그것도 강요가 아닌 자발적으로 말이다. 일단 제대로 수업을 소화할 수 있을지가 걱정이다. 지구력 제로, 참을 수 없는 엉덩이의 가벼움은 어찌할 것이며 어제 먹은 저녁 식사 메뉴도 잊어버리는 마당에 전문용어를 외우기나 할까 싶다. 무엇이든 때가 있다는 조상님들의 명언처럼 하나라도 잘 외워질 때, 두뇌가 팔팔할 때 공부를 했어야 하고, 세상에 대한 욕심이 부글거릴 때 세상으로 나아가 열정을 펼쳤어야 했다. 이제야 녹슨 머리에 살살 기름칠을 해주며 뒤늦게 자격증 취득을 위한 공부를 시작하자니 은근히 두렵다. 공부하라는 엄마의 말을 잘 들을 걸.. 후회막급이다. 때를 놓치면 이렇게 감행해야 하는 수고는 몇 배가 되어 돌아오는가 보다. 그러니 우리, 사랑한다고 말해야 할 때 맘껏 사랑을 말하고, 먹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지금 해보자. 오늘을 놓치면 내일은 못할 수도 있다는 마음가짐, 그런 의미에서 오늘 나의 점심 메뉴는 먹고는 싶었으나 멀어서 가지 않았던 마라탕 맛집 되시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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