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 여사의자동차 여행

안방에서 즐기는 전국 일주였다

by 힐링작업소

내가 아는 줄임말 전성시대의 초창기 대표적 단어는 ‘볼매’다. 가벼운 듯해서 난 대체로 잘 사용하지 않았지만 최근 ‘볼매’ 독서 체험 중이라고 말해야겠다. <김훈의 자전거 여행> 도서관에 갈 수 없는 신세. 그래서 책꽂이에 모셔져 있던 책을 다시 꺼내 읽기로 한 첫날, 무심코 잡은 책이다. 이 책이 출간되었을 즈음 누군가로부터 ‘대단한 책’이라는 소개를 받았었다. 그 말이 떠올라 오랫동안 책꽂이를 장식하던 책을 빼냈는데 처음부터 어지간히 어려운 책이었다. 낯선 단어들의 나열, 몇 번이고 사전을 찾아보고 단어의 의미를 알아내며 공부하듯 읽다 보니 잠자리 침대 위에서 가볍게 읽는 독서 습관이 학습으로 변해버렸다. 게다가 우리말 하나 제대로 모르는 지식 함량 미달이라는 자학까지 얹어졌다. 그래도 가진 건 인내심 아닌가. 조금씩 작가의 글에 조련되어가며 한 페이지 한 페이지를 넘기다 보니 나도 모르게 ‘볼매’ 소리가 나온다. 작가의 시선은 만연한 개인주의를 공격하지 않으면서 공동체 의식을 내민다. 고단했던 삶들에 대한 위로도 아끼지 않는다. 순전히 개인적인 감상이지만 글 분위기는 우직한 나무 둘레에 핀 작고 하얀 꽃 같은, 강약이 공존한다고 할까? 상상하지 못했던 조어술과 한 순간, 한 공간에도 단어의 힘을 부여하는 필력에 대해서도 감탄하게 된다. 한 권의 책이 생각을 바꾸고, 깊이와 감성을 채워주고, 꿈을 키운다는 순기능에 대해 긍정 또 긍정하게 된다. 지면에 묘사된 풍경이 마치 바로 그곳인 듯 나를 이리저리 데리고 다닌 자전거 여행 1편을 덮으며, 작은 꿈을 키운다. 김훈의 자전거 두 바퀴가 밟은 전국의 곳곳을 다녀보자. 자전거는 못 타니까 허 여사의 자동차 여행쯤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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