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 잎과 장국영

흐드러지게 피다가 홀연히 사라진...

by 힐링작업소

분명히 어제까지 이러지 않았는데... 내가 기억을 못 하는 것일까? 아파트 단지 안에 만발한 벚꽃을 보며 기억을 더듬어 본다. 며칠 전 개화였는데, 이제는 만개라니... 벚꽃의 특성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하루 사이에 수북해진 벚꽃 나무들을 보면 엉뚱하게 세월에 대한 상념에 빠진다. 이러다 봄이 가고, 여름 오고, 또 한 해가 가겠네... 적당한 높이 감을 자랑하는 아파트 4층 베란다에 앉아 이런저런 상념으로 벚꽃을 바라본다. 풍경의 정수리만 보이는 고층도 아니요, 풍경의 측면만 볼 수 있는 저층도 아니니 마치 잘 가꾼 벚꽃 밭을 보는 것 같다. 바람도 살랑살랑 부니 꽃잎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가벼운 꽃잎을 가졌기에 몸놀림도 여릿하다. 각자의 개성과 퍼스널리티로 잔바람에 파르르 떨거나 바람의 리듬에 몸을 맡기며 가지에 존재한다. 또는 탐스럽고 도도한 모습으로 행인들에 의해 카메라에 찍히기도 한다. 지금은 나만 보라고 말하는 듯, 서로서로 맞닿아 틈새 하나 만들지 않을 만큼 피어 있는 이것들도 곧 떠날 것이다. 봄의 한 때를 온통 제 모습으로 채워 넣고 다시 다음 봄을 기약하고 떠날 것이다. 그전까지는 충분히 놀아 보겠다는 결의를 보이는 4월 첫날의 벚꽃 잎을 보니 생각나는 한 사람. 홍콩배우 장국영이다. 그가 생을 마감한 날, 4월 1일, 만우절이라 많은 이들이 거짓이라 생각했던 소식이었다. 나는 지금으로부터 18년 전, 벚꽃이 한창이던 그 날, 젊은 나이에 스스로 생을 마감한 그의 찐 팬으로서 아끼던 눈물을 흘리기도 했었다. 그는 충분하게 살다 갔을까? 그가 잔바람에 떨면서 낙화하는 한 장의 벚꽃 잎처럼 사라져 버린 날. 내 청춘에 한 때를 채웠기에 그가 떠남과 동시에 내 청춘도 마감한 듯싶었던 날. 장국영을 만나고 싶어 홍콩에 가고 싶어 했던 소망도 그가 떠나면서 소멸된 4월 1일. 2021년 4월 1일은 벚꽃과 장국영으로 하루를 다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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