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 남자는커녕...
지금으로부터 30여 년 전, 아주 어린 나이 (현재 기준) 였던 내 나이 이십 대 초반. 그때 나의 꿈은 속초 남자와 결혼해서 속초에서 사는 것이었다. 허락받은 첫 외박지라는 두근거림과 바다와 산이라는 속초의 천혜 환경이 버무려지면서 그냥, 마냥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눈 앞에 망망대해 동해바다가 누워있고 뒤로는 설악산이 감싸 안아주는 속초의 어느 높다란 통유리창 집에서 알콩달콩 사는 꿈을 꾼 적이 있다는 말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다. 꼭 속초 남자와 결혼을 해야만 속초에서 사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왜 속초에 사는 남자만이 나를 구원해줄 거라 생각했는지는 기억에 없다. 이후 서울 녀를 구원해줄 속초 남은 없었고, 속초 남을 제외한 서울남들만 주야장천 만나왔다. 지금은 다시 속초 남이건, 부산남이 건, 미국 남이건 누구든 자유롭게 만날 수 있는 형편인 내가 다시 꾸는 꿈이 하나 있다. 주말이면 텃밭에다 가꾼 상추며 고추를 뽑아 지인들을 초대해 삼겹살을 구워 먹는 것을 나처럼 좋아하는 남자를 만나는 것이다. 일주일의 반 이상은 생계를 위한 일을 성실하게 해내고, 나머지 하루나 이틀 정도는 촌부로 사는 것을 많은 이들이 꿈꿀지도 모른다. 주말마다 오르는 작은 야산 정상에 서면 새롭게 조성된 타운하우스가 보인다. 옹기종기 모여져 다채로운 색채들로 지붕을 꾸민 그곳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산행 중에 잠시 가파른 숨을 고르며 평상에 앉아 그곳을 내려다보며 생각해 봤다. 어디에 살든 좋아하는 것이 비슷하며 별다른 노력이 없어도 죽이 맞는 사람. 그런 사람을 만나자. 쉽진 않겠지만 그래도 남은 인생 어디에 사느냐보다 누구랑 사느냐가 중요한 건 뻔 한 사실이니까.. 그런데 이 꿈이야말로 실현 가능성은 없어 보이는 것은 외로운 탓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