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짬뽕

군산의 짬뽕과 골목길

by 힐링작업소

군산을 처음 접한 곳은 군산이 아닌 동대문야구장이었다. 정확한 년도까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역전의 명수’ 군산상고 까까머리 오빠들이 유니폼을 입고 그라운드를 뛰어다니던 모습에서 군산을 알았다. 당시 1학년임에도 불구하고 학교의 에이스로 활약하던 조계현 선수는 내 눈에는 세상 최고의 미남이었고, 9회 말 투아웃에 뒤집기를 성공하는 짜릿함으로 군산상고의 팬이 되면서 군산은 익숙했었다. 이름만 익숙한 그곳을 처음 찾은 때는 몇 년 전쯤 가족여행. 그것도 변산반도를 돌고 서울로 올라오는 길에 그곳의 유명한 짜장면 한 그릇 먹겠다고 들린 것이다. 목표한 식당의 엄청난 웨이팅 줄을 보고 다른 곳으로 발걸음을 옮겨 짬뽕 한 그릇 맛나게 먹고 산책 겸으로 가게 된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의 초원사진관, 유명 빵집 ‘이성당’ 그리고 옛날 기찻길. 군산을 찾으면 발걸음을 옮기게 되는 곳들이며 명소가 된 까닭이 있겠지만 내 마음을 사로잡은 진짜는 초원사진관과 이성당을 잇는 옛날식 건물 사이의 골목과 작은 연못이 깨끗하게 단장된 일본식 숙소 겸 카페였다. 거리는 촌스러웠어도 불결과는 거리가 멀었고, 키 낮은 소박한 건물들은 초라함과는 다른 것이었다. 마침 도시의 지루하고도 식상한 삶에 돌파구를 찾아다니기 시작한 초보 여행자의 눈에 옛것과 신식의 중간에 있는 군산은 좀 오묘했다고 할까? 얼마 전 요식업에 종사하는 지인이 새롭게 짬뽕 메뉴를 개발한다고 한다. 서울 짬뽕 맛집은 다 찾아다녔다고 한다. 나는 이야기를 들으며 이름도 생각 안 나는 군산의 허름한 식당이 떠올려졌다. 면발에 스며든 국물의 맛, 처음 국물을 떴을 때, 어린 시절 일요일 단골 메뉴였던 짬뽕, 바로 그 맛이었다. 그 속에서 배어 나온 맛은 ‘향수’ 였다는 설명을 곁들여 지인에게 군산을 가보라 했다. 누군가에게 첫사랑의 기억을 재구성하는 기분으로 열심히 설명을 해주었으나 식당 이름은 전혀 기억나지 않았다. 그러다가 그만 조만간 군산에 같이 가보겠다는 지키지 못할 약속을 해버렸다. 그분의 새로운 메뉴가 잘되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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