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두의 주인

내가 주인이다

by 힐링작업소

길의 주인은 ‘그 길을 걷고 있는 자’라고 한다. 자연도 마찬가지다. 자연을 보며 사랑과 행복을 느끼는 사람이 그 자연의 주인이며 주인이 될 자격이 있다. 반대로 사물이나 동물에게는 주인이 따로 정해진다. payment를 지불한다는 조건을 충족시키는 순간 소유권이 부여된다. 그러나 자연은 주인이 된다 해도 주인이라는 행세를 할 수 없다. 그저 내 마음에서 내가 정하는 주인의 법칙일 뿐, 파란 하늘의 몇 평은 내 것이고, 진분홍 진달래 한 가지는 네 것이며 1시부터 2시까지 햇살은 아무개 것이라고 증명할 수 없는 공동의 소유이자 나의 소유다. 걷는 것이 좋아서인지, 집 밖으로의 탈출이 좋아서인지, 햇살이 좋아서인지, 산 정상에서 땀을 식혀가며 먹는 간식과 커피가 좋아서인지 딱히 무엇이라 이유를 댈 수 없는 이유로 나의 오후 일상은 오롯 둘레길이다. 그런데, 요즘 둘레길의 재미가 또 하나 추가되었다. 바로 연두색 꽃봉오리 때문이다. 화려하고 고운 분홍의 꽃잎들 사이에서 아직도 오므린 채 때를 기다리는 꽃 봉오리로 무척 설렌다. 마치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러 가는 길에서처럼 오늘 그곳의 봉오리는 어떤 모습일까를 상상한다. 그저 내 발품 하나 팔면 내 것이 되는 것이다. 총천연색으로 덮이는 봄 산에서도 손톱만 한 고것들의 색은 단연 독보적이어서 주눅이 들 만큼 당당하고 새롭다. 온 자연이 자애로운 주인의식을 심어주는 연두의 계절, 봄이 한창이다. 당장 오늘만큼은 아무리 사랑을 주고 때로는 돈을 들여도 내 것이 될 수 없는 것! 인간보다는 이 연두 꽃 봉오리에 마음을 맡겨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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