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미치도록 음악이 좋다
나는 야간 운전을 할 때 음악에 꽤 집착하는 편이다. 밤에 듣는 음악은 하루 일과로 지쳐있고 메말라 있는 내 정서에 감성의 봇물이 되어주기 때문이다. 차에 내장되어 있는 수백 곡의 음악 중에 그 날의 컨디션이나 마음 상태에 따라 적당한 곡을 고르는 디제잉은 소중한 일상의 루틴이다. 어두운 밤거리를 달릴 때 음악과 친구가 되면 장거리 운전에도 지루함이 없고, 어쩌다 밀리는 도로에서도 짜증이 없다. 어젯밤, 하루 종일 추위에 떨던 몸을 녹이며 차 안 히터를 틀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들었던 돈 맥클린의 vincent. 4월 봄날에 열선을 틀어 놓으니 약간은 노곤해지는 몸에 찬찬히 스며드는 음악이었다. 빈센트 반 고흐의 이야기를 담은 이 곡은 내게는 고등학교 시절, 새침한 외모의 친구의 짝사랑 ‘대학생 오빠’가 좋아하는 음악이었다. 그 친구는 카세트테이프가 늘어져라 들으며 들을 때마다 싱글벙글했다. 처음 들었을 때는 그저 대학생 오빠들은 이런 노래를 좋아하나 보다.. 정도였는데, 내가 진짜 누군가를 좋아하고 바라보기 시작할 때부터는 가끔 눈물을 섞어 듣게도 되고, 고흐의 삶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되고, 곡의 앞부분 가사처럼 별이 빛나는 밤에 대해서도 귀를 기울여보게 되었다. 지금도 그 음악을 들을 때면 불현듯 사촌언니의 애인이었던 대학생 오빠를 좋아하는, 막장 관계를 이어가던 여고시절 그 친구가 생각이 나기도 하지만 자주 찾아 듣는 음악은 아니었다. 내 음악적 취향은 낮과 밤이 확연히 다르기에 혹여 낮에 이 음악이 나오면 스킵하기도 했더랬다. 그러나 어젯밤엔 남다르게 느껴졌다. 마음의 박동기가 차분한 곡선을 그려내며 문득 별이 빛나는 고요한 밤에 멋진 음악과 벗하는 기분이 새삼 내가 누리는 행복 중에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평상시엔 자주 느낄 수 없던 혹은 예상하지 못한 감성을 느껴본 어젯밤이다. 이 오묘한 타이밍처럼 불쑥 튀어나오는 세상사. 오늘은 어떤 우연과 필연이 함께 할는지 의문을 품으며 조금 늦은 아침을 시작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