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이 좋다

다시 가고싶은 그 골목길

by 힐링작업소


벌린 두 팔 정도의 좁은 너비. 빽빽한 전선 줄 사이로 하늘은 한 움큼. 문 앞에 나와 있는 연탄재. 그 연탄재를 장난감 삼아 놀던 아이들의 음성. 곧게 뻗지 않았으며 제법 경사도 있으며 어두운 밤이 되면 곧 수명을 다할 것 같은 깜빡거리는 가로등.. 우리나라 골목길의 모습이었다. 지금도 이런 모습이 내가 모르는 어디엔가 존재하리라. 그동안은 골목에 대한 특별한 감흥은 없었지만 모든 것이 변하고 취향도 감성도 변하다보니 골목에 배어있는 고단한 삶들에 눈길이 갔다. 그리고, 유럽여행을 다녀온 이후로는 골목이 더욱 좋아졌다. 골목이라는 단어가 주는 낡고 소박한 어감도 좋아졌다. 우리나라 골목과 유럽의 골목은 차이가 있긴 하지만 좁은 너비와 지나간 사람들의 발자국으로 닳아진 바닥이며, 골목을 사이로 집 한 켠 마련하여 사는 사람들의 가난한 한숨은 비슷할 것이다. 특히나 유럽의 골목길은 골목에 대한 애정을 더해줄 충분한 운치도 품고 있었다. 아기자기한 상점으로 변모한 체코의 체스키 크롬로프, 길을 못 찾아 헤매며 홀로 걷던 프라하 뒷골목의 내 그림자도 잊을 수 없고, 수많은 인파속에서도 당당히 ‘나도 베네치아의 일부야’ 라고 외치는 베네치아의 골목골목이 아련하다. 유럽의 골목은 낯선 이방인의 걸음을 천천히 이끌며 집과 집 사이에 존재하는 형태가 아닌 추억과 낭만의 이미지로 여행 관광 코스의 하나가 되었다. 여행 상품 중에 유럽 골목 투어도 있다하니 언젠가는 다시 한 번 가볼 일이라는 결심을 하던 중에 고 김기찬 작가님의 유족들이 그분이 남긴 골목사진을 어딘가 기증했다는 뉴스를 들었다. 흑백 사진의 상고머리 아이들과 때 묻은 옷을 입고 허벌죽 웃는 동심의 미소, 그저 한 몸 뉘우는데 그만일 공간으로서의 집들이 그의 사진 속에서 살아있다. 유럽 여행을 가기 전에 그 전시를 보아야 겠다는 계획이 김기찬 선생의 유품 기증 소식을 들으며 버뜩 마음을 친다. 사진 속 골목길을 채워놓던 그 집의 사람들이 겉으로는 고단한 삶일지라도 그 안에서는 칼 라르손 작품의 동화같은 분위기처럼 따뜻하고 행복했으면 좋았겠다는 바람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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